세바람꽃

한돌의 시

by 신윤수

수만 년 숨죽여 살았다

음지녘에 비트 파고 꼭꼭 숨어 버텼다

얼음세상 되고 얼음공주 돌아올 날에 붉은 밑줄 쳐 놓았다


제주 한라산에만 있다고

‘빙하기 유물’이다 어쩌고

희귀식물 어쩌고 하기에

기막혀 돌아서 팔짱꼈다


소백산 북쪽 사면에 우리 몇몇 조르르 모여 살았다

모르는 척

안 보는 척

못 보이는 척

슬그머니 긴 세월 동안

나비 벌 개미 산 바람 반달만 한쪽 눈 찡끗했다


우리 예쁜 이름 지어주면 복 받을 거다

한 줄기 세 송이 피니 세송이바람꽃

미나리아재비 과(科) 바람꽃 속(屬)


그런데 얼음세상 만건곤(滿乾坤)하면

그때 이름 바꿔 우리당당큰바람꽃


* ‘빙하기 유물’ 세바람꽃 소백산에도 산다(중앙일보 2017.6.5.)


바람을 좋아하는 바람꽃의 일종이다. 한 송이가 피어있을 때 아래쪽에 꽃봉오리가 맺히고, 먼저 핀 꽃이 지면 나머지가 차례로 핀다. 전체적으로 개화 시기를 늘려 꽃가루받이 확률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한라산에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빙하기 때 한반도까지 서식범위를 넓혔다가 고립된 식물로서 세바람꽃, 암매, 노랑만초와 구상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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