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재무부(재정경제부) 공무원 시절이던가, 새만금에 처음 가본 것이 2005년 무렵인 것 같다. 그때는 둑을 막아놓은 정도(새만금 방조제)였고, 여러 가지로 활용방안이 논의되던 중이었다. 그때 나도 활용방안을 들여다본 적이 있다.
기억나는 일화 하나는 물막이 공사 중 물살이 너무 거세어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데, 정주영 회장이 폐 유조선을 밀어 넣으라고 했다고 한다. 이로서 수조 원 공사비가 절감되었다던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세계잼버리대회가 158개 나라 4만 3천명이 모이는 행사라는데, 이번에 뭐하는지 제대로 홍보조차 하지 않더니 전 세계에 망신살이 뻗혔다.
어젯밤에 들려온 소식이다. 영국 참가자 4000명이 잼버리 캠프서 철수한다고 한다. 원래 영국이 잼버리의 발상지라니 1000억원 들인 행사가 크게 잘못되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실에서는 “지난 정부가 했다”고 한다. 내 책임이 아니라 6년 전에 이 대회를 유치한 지난 정부 탓이라는 것이다. 참 지겹다. 또 이러니? (박근혜 때 시작하고 문재인 때 유치가 확정되었다던가)
우리나라는 직업공무원제니까 공무원은 대부분 늘공(늘 공무원)이고 어공(어쩌다 공무원)은 얼마 되지도 않는다. 선거 후 대통령 1인이 바뀌지만, 대부분 공직자는 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왜 이 모양인가? 같은 사람들이 그 자리에 있는데 말이다.
먼저 경향신문 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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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잼버리 운영 미숙 논란에 “문재인 정부에서 5년간 준비”
입력 : 2023.08.04 11:16 수정 : 2023.08.04. 11:42 유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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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후 전북 부안 새만금 부지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의 운영 미숙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대통령실은 4일 “준비 기간은 문재인 정부 때였다. 전 정부에서 5년 동안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새만금 잼버리의 운영 미숙 논란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 “책임 문제를 거론하기 보다는 지금은 행사를 잘 끝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잼버리 행사가 끝난 뒤 정부 차원에서 책임 소재를 따지는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새만금 잼버리 운영 미숙 논란 관련 “지금 단계에서 누구한테 책임을 묻기보다는 안전하게 행사를 잘 치르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나중에 조사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실무 준비는 지자체(전라북도)가 중심이 돼서 한 것으로 보고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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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덕이오’, ‘네 탓이오’
‘잘 되면 내 탓, 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이 있지만, 작년 5월에 등장한 이 정부 들어서는 모조리 ‘지난 정부 탓’, ‘문재인 탓’이라고 한다.
내가 여기서 모조리란 말을 쓰는 것은, 이 정부가 15개월 동안 해온 정치외교, 국방, 경제, 문화 등 어디에서도 잘했다는 이야기는 거의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잘한 게 없으니 ‘내 덕이오’는 없고 ‘네 탓이오’만 들리는 게 아닌가.
왜 이리되었을까? 대통령부터 책임지겠다는 자세가 없는 데서 비롯된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그가 책임지려 하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고, 그 밑의 장관 등 고위직들도 늘 면피하려 들고, 어떤 일이 생기면 이걸 하위직, 실무자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작년과 올해 이어진 홍수에서 이리 행동하였다. 작년 수해 때는 정시에 퇴근하고, 올해 수해 때는 예정에도 없는 해외 일정을 늘려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작년 10월 이태원 참사에도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다.
이번 새만금 사태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뭐라 할까? 자신이 3월에 명예총재가 되었고, 잼버리 개영식에 참가하겠다 하여, 참가자들이 소지품 검사 등을 위해 장시간 기다리게 하는 어려움을 겪었다는데(대통령은 그 후 휴가 중이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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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탓이오’ 하기
스카우트(scout)는 원래 ‘등용하다 물색하다’라는 뜻이니까, 어떤 분야의 리더를 말하는 것이고, 잼버리의 모토가 ‘준비하라(Be prepaired)’라는데 이번에는 준비가 너무 소홀한 것인지 모르겠다. 참가자도 전보다 약해졌나? 그들도 어떤 어려움에도 대처하는 극기 정신을 갖추어야 하지 않나?
6년 전에 개최지가 결정되었다는데, 아직도 현장은 소금기 질벅한 간척지이고, 나무 한 그루 없고, 배수가 제대로 안 되는 늪지대인 모양이다.
도대체 전 세계 158개국에서 14~17세 4만 3천명을 데려다가 극기훈련을 시키려 하는가? 이런 규모의 행사를 망치는데, 11월에 부산엑스포를 유치하겠다고?
이번 행사를 보니 감투가 많았다. 대통령은 명예총재이고, 위원장이 5명이던데, 여기에 장관(행안부, 문체부, 여가부)이 3명이다. 여성가족부를 주무부처로 하고, 집행위원장은 전북지사던데, 이렇게 헷갈리는 조직이 제대로 작동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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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를 철저히 마무리하자
여기저기서 테러에 준하는 흉기난동사건이 벌어지고, 경찰이 곳곳에 배치되고, 장갑차도 배치된다고 한다. 현장에서 범인을 총기로 제압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세계 젊은이들이 많이 모인 행사 중에 이렇게 살벌해져서 되겠나? (좀 나중에 하던지)
8월 23일에는 6년 만에 ‘공습 대비 민방공 훈련’이 재개된다고 한다. 기왕 하는 김에 훈련은 철저히 하자. 경보 문안이라도 제대로 다듬고, 민방위 대비장소와 준비요령이라도 확실히 하자. ‘평화를 위해 전쟁을 철저히 준비(대비)하라’ 하지 않나.
이번 잼버리 사태는 이 정부 들어 대통령 이하 고위 공직자들이 흐트러져 있고, 솔선수범하지 않으며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하는데 근본 원인이 있다.
무더운 현장에서 오늘도 힘들게 일하고 있는 대부분 실무자분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러나 이참에 한 말씀드리려 한다.
요즘 공직자들이 위의 눈치만 살피며 복지부동하고 있다고 한다. 늘 현장을 확인하고, 우발 상황에 대처하고, 어떤 행사든 플랜 B, 플랜 C가 만들어야 한다.
정말 아쉽다면, 잼버리의 주무부처라는 여성가족부는 정부 내에서 그리 힘이 세지 못하고, 이 정부 들어 폐지하려는 부처인데, 그들이 신명 나게 일할 수 있었을까?
이번 사태가 11월 부산엑스포 유치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마무리라도 깔끔하게 했으면 좋겠다.
(한돌 생각) 공직자는 ‘내 탓이오’ 정신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