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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색나무 Aug 17. 2024

‘관계’와 마주해야 하는 현실과 멀어져야 하는 우리

'인간관계=행복'이라는 만장일치의 공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만일 누군가가 수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인간관계에 대해 통계를 내기 위해 조사를 했다 치자. 그 조사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 것이 명백하고 몇 퍼센트는 이러이러한 관계를, 몇 퍼센트는 ‘저러저러한 관계를 지향한다’는 식으로 통계 결과는 말해줄 것이다. 자, 그런데 이러한 통계결과가 과연 무수한 사람들이 과거에 맺어가고 맺어가고 있는 또, 미래에 맺을 관계를 기반으로 한 것이 맞을까?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책은 1990년대 당시 파격적인 인생관으로 ‘붐’을 일으켰던 『완전 자살 매뉴얼』의 저자 쓰루미 와타루가 쓴 『멀어질수록 행복해진다』라는 책이다. 본 책은 다른 인간관계를 다룬 책들과 몇 가지의 차별성을 지닌다.


첫째, 읽기에 명료하고 문장이 길지 않다. 문장이 길면 읽는 독자로 하여금 피로하거나 그냥 넘기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그런 걱정이 전혀 없다. 둘째, 저자 자신의 경험을 중심으로 이 책을 쓰고자 했기 때문에 다른 저자에 비해 가까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셋째, 인간관계를 세 가지로 구체적으로 나누어 1장은 ‘나 자신’, 2장은 가족, 3장은 연애와 결혼을 주제로 다룬다. 다른 책들에 비해 현대인들의 고민을 구체적이면서도 실천 가능한 이론서이자 실용서라고 할 수 있다.


필자 또한 저자처럼 살아오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겪었고, 대부분이 인간관계 때문이었는데 그 당시는 내가 다 잘못한 것 같고 내 문제인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그 사람과 사회적으로 개인주의가 되면서 사고방식과 기타 다른 문화들로부터 파생된 ‘그 사람’이 문제였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오면서 교육을 받고 사고 또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주 관심사도 다르다. 따라서 내가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거나 인정받는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다만 우리는 자신을 거리를 둠으로 내가 괜찮을 때, 하고 싶을 때 무언가에 관심이 생겼을 때, 그런 것들을 같이 할 누군가를 찾고 필요로 한다. 인간관계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가장 잘 드러내는 프롤로그에서의 몇 가지 주장을 끝으로 본 서평을 마치고자 한다.


인간관계는 좀 잔혹하다. 원래 뭐든지 조금이라도 좋은 면이 있으면 나쁜 면도 있는 법이다. 성선설이라는 그 이상한 이론 때문에 인간 사회에는 사람과 사람이 너무 가까운 거리에 갇혀 지내도록 하는 안일한 제도가 만들어졌다. 이 제도로 행복도 생기지만, 동시에 걷잡을 수 없는 비극도 생겨난다.…지나치게 가까운 거리를 조금 떨어뜨리고 한층 더 나아가 반대편과 통하도록 열어둔다. 그러면 혹 괴롭힘이나 공격을 당해도 치명상이 되지는 않는다.…사람들은 이제 힘들고 견디기 어려울 때 끝까지 참지 않는다. 얼른 그만두고 만다. 바로 ‘침묵의 혁명’이다. 좀 더 느긋하게, 마음을 하트러뜨려야 한다. 그게 바로 행복으로 가는 방법이다.1)

    

  만일 지금 누군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누군가가 생각나 연락을 했지만 이상한 사람으로 몰린 경험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역시 있다면 "당신은 아무 잘못도 없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어떤 사람과 인간관계가 끊겼다면, 슬픔에 잠기기 보다는 기쁨에 즐거워하길 바란다. 왜냐하면 당신이 그토록 믿었던 사람이 당신의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맹자에 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한 부모에게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문제가 많은 친구들과 어울려 다녀 속을 썩였다. 어느 날, 아버지는 아들에게 한 가지 내기를 한다. 아들의 많은 친구들과 자신의 단 한 친구 중 누가 과연 진정한 친구인지를 가려보자고 한 것이다. 이들은 사람을 죽였다며 거짓으로 말하고 거적에 돼지를 싸서 숨겨달라고 청했다. 결과는 어찌 되었을까? 아버지의 단 하나 밖에 없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들의 친구들은 하나같이 살인을 했냐며 관가에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아버지의 친구는 손수 음식을 준비해 와 권했다.


 우리의 인간관계도 이와 같다. 수많은 친구가 있어도 그 많은 수의 친구가 당신의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 오직 단 한명의 진정한 친구가 있다면 당신의 인생은 성공한 것이다. 와타루도 진짜 우정은 과시하지 않는다고 본 책에서 말하면서 억지로 친구 수를 늘리려고 하거나, 모임에서 단체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행동을 지양할 것을 권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의 사이의 거리는 숨이 트일 만한 거리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충전도 하고 삶을 살아갈 활력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님께서는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타인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爱己爱他)라고 말하셨다. 오늘날 인간관계에 지친 우리에게 주는 울림이 있는 한 마디가 아닐까.   


                                                                                

각주

1) 쓰루미 와타루, 배조운 옮김, 『멀어질수록 행복해진다』, (서울: 위즈덤하우스), 2024. pp.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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