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범부(凡夫)의 인생살이
내가 막 세상과 대면했을 때
부모님에게 의사들은 말했다.
숨을 안 쉬어서 죽을 가능성이 크다고 포기하라고
내가 막 세상에 나왔을 때
어머니와 분리됨을 경험하는 첫 순간을
나는 대부분의 아기들이 그렇듯이 울음으로 반응했다.
살다보니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입학을 했고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한 학교 생활을 꿈꿨지만 그러지 못했다
살다보니 별다른 이유없이 많은 아이들이 나를 싫어했고 따돌림을 당했으며
나는 삶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저 악마같은 아이들이 지옥에 가는 것을 상상하고 기도했다
17살이 되었을 때, 학교는 비로소 내 집이 되었고
선생님과 친구들이 제일 소중하다는 것을 가르침과 더불어 삶으로 배웠다.
20살 때, 그토록 하고 싶던 공부를 할 수 있어 매우 기뻤다.
그러나 한 친구가 이른 나이에 갑작스레 떠나면서 한편으로는 죽음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또한 ‘불평등한 조 배치’와 더불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교양’수업을 들어야만 하는 현실은 나를 힘들게 했다.
21살 때, 나의 미래와 배우자에 대한 고민을 구체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나에게 말해주었다.
“배우자 기도를 이제부터 하도록 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매우 중요한 거야”
그 당시 부모님은 조금 힘들어 하셨다. 그래서 나는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뭔지,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릴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나는 죽음과 삶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만을 바라보고(문자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전액 장학금을 받고
교직이수를 해서 모교로 가고 싶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세상은 여전히 호락가락하지 않았고
일부를 이뤘음에도 나의 모든 계획과 열정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고심 끝에 학교를 그만두고 다른 것을 배우려고도
시도했지만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후에야
어쩔 수 없이 나는 내가 해야만 하는 것들을
먼저 생각하고 하나씩 차근차근 해치워 나갔다.
그러다보니 내 생각과 다른 일이 벌어져도 이전처럼
당황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내가 배울 수 있는 것들도
적지 않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살다보니 인생은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생각지 못한 것들을 어디까지 받아들이냐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곧 30대가 된다.
30대의 인생살이는 어떻게 될까?
‘살다보니’가 아닌 ‘살아보니’로 바뀔 때가 지금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