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녹색나무 Aug 28. 2024

내내 어여쁘게 살아가겠소

그대와 한 그 추억이, 계절이 너무 아름답고 따뜻했기에 그대를 기억하오

그럴 때가 있다. 길을 가다가 또는 음악을 듣다가 또는 누군가의 글 속에서 마치 번쩍이는 벼락처럼 무언가가 갑자기 ‘번쩍‘하고 머리를 스쳐 지나가듯 떠오를 때가 있다. 나는 그럴 때 시를 쓰거나 시와 일기 사이에 있는 잡다한 것들을 쓴다. 이를 다른 말로 ‘영감’이라 지칭한다. 늘 그렇듯 운동을 마치고 오던 길이었다. 오늘은 그제와 달리 비가 오지 않는 화창한 날씨였다. 나는 문득 내 인생에서 화창한 때는 언제였는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저번 글에서 잠시 언급을 했지만 나는 음악을 매우 사랑한다. 만약 누군가가 내게 ‘만일 사학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면 어떤 전공을 택했을거 같아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음악을 전공했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것이다. 음악 중에서도 디테일하게 보면 작사나 피아노 전공을 했을 것 같다. 이상의 시 중에 ‘이런 시’라는 시가 있는데 ‘내내 어여쁘소서’라는 구절이 있다. 최근 이 시에 곡조를 붙인 노래를 알게 되었는데, ‘안섬머’ 씨의 ‘내내 어여쁘소서’가 그것이다. 가사 중 나는 ‘내 한평생에 그대를 잊을 수 없소이다’라는 구절에 마음이 움직였다.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나는 이 구절을 듣는 순간, 이제는 볼 수도 없고 만날 수도 없는 소중한 친구가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많은 기독교인들은 불신자는 천국에 갈 수 없다고 말하지만, 만일 하나님이 내게 네 소원이 무엇인지 물어보시지 않아도 하나님께서는 나를 그 누구보다 가장 잘 아시기 때문에 “네 소원은 다 들어주마”하실 것 같다.     


 만일 그렇다면 나는 "돈 걱정 없이 학자의 길을 걸어가고 싶습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고 우리의 삶이 비록 힘들지만 여러므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마음에 심어주는 작가로서의 꿈도 이룰 것이며, 죽은 절친한 친구를 만날 수도 있을 것이고,(영화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것처럼 ‘잠시’동안 다른 공간에서 만나더라도 만족할 것 같다.) 내가 지금 하는 일에 누가 뭐라고 하든 여의치 않고 확신있게 이 길을 ‘끝까지’ 갈 것이며, 좋은 사람을 만나 연애와 결혼도 하고 싶다. 우리 인생이 소중한 이유는 ‘이 순간’ 내가 하는 어떤 것들이 또는 '곁에 있는 누군가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행복’ 때문이다. 우리는 이 행복에 대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일까. 정현종 시인의 ‘모든 순간이 꽃봉우리인 것을’이라는 시를 보면 시인은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 그 때를 가끔 후회한다고 말하고 있다. 어차피 인간은 후회하는 존재이고 언젠가 또 후회할 것이며, 끊임없는 후회와 분투하다 K.O를 당하는 존재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K.O를 당하는 순간들을 잊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끄적인다. 다만 K.O를 당하고 포기하고 싶을 때, 신(神)은 우리의 선언을 받아들이고 마치 집을 나갔다 돌아온 탕자를 받아들이는 아버지처럼 자신의 자녀로 인정하고 따스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니, 우리는 더욱 열심히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감사하고, 기뻐해야 한다. 이상의 시에 등장하는 ‘그래도 나는 꾸준히 사랑하겠소’가 의미하는 것은 '인생이 안 풀리고, 되는 일이 없어 죽고 싶을 순간이 오더라도 계속 나는 누군가를, 무언가를 끊임없이 사랑하며 살아가겠소'라는 의미가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 삶을 살아감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