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식물이 '친구'라는 존재를 대신하기도 한다.
내가 '한결이'와 '새싹이'(내가 키우는 식물 꽃기린의 이름이다)를 만난 것은 그리 얼마 안 되었다. 한결이는 첫 눈에 보자마자 늘름하고 무럭무럭 자랄 풍채를 지니고 있어서 처음에는 ‘무럭이’라는 별명을 지어 주었다. 그리고 나서 2-3주쯤 후에 ‘새싹이’도 우리 집에 오게 되었다. 몸집이 자그만하고 한쪽으로 쏠려 있는 앙증맞은 잎사귀 때문에 ‘앙증이’로 부르다가 더 좋은 이름이 생각나서 개명을 했다. 꽃기린의 꽃말은 ‘고난을 깊이 간직하다’로, 나의 은사 선생님과의 몇 번의 상담을 통해 알게 되었다. 선생님은 내게 이 식물을 선물로 주셨는데, 그 때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꽃의 꽃말이 이러이러해서 이 꽃은 ‘예수님의 꽃’이라고도 불린단다” 그 뒤, 나는 꽃기린 키우기에 빠져들었고, 내 친구는 시간이 갈수록 줄기와 꽃이 점점 더 커져 가고 있었다. 그러나 처음 선물 받은 꽃기린은 이사를 하던 도중 관리를 못해 말라 죽고 말았고, 나는 이 일로 얼마동안 깊은 슬픔을 느꼈다. 이 친구의 부재를 대신할만한 동일한 아이를 입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바쁜 일상 속 활기를 느끼기 위해 나는 최근 곧장 시장으로 가서 꽃기린을 샀다.
그리고 처음 선물 받았을 때처럼 온갖 관심을 기울여 보살피고 있다. 꽃기린은 물을 많이 주면 안 된다. 그래서 나는 한결이와 새싹이가 밥을 달라고 칭얼되는 신호를 보내야 밥을 주고 눈부신 햇빛으로 선탠을 시켜준다. 언제 이런 칭얼거림이 있는지 아는 것은 무척이나 간단하다. 한결이의 가지와 줄기가 옆으로 휘여 있을 때, “배고파요!”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컵으로 물을 조금 떠와 조심스럽게 반 컵 안 되게 준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무럭무럭 한결같은 모습으로 돌아온다. 우리도 이런 것이 필요할 때가 많지 않을까? 배고플 때, 무언가를 먹는 것은 당연하지만, 대화를 할 상대나 연락을 하고 싶다 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각박해지고 남에게 정도 주지 않는 요즘, 정말 쉽지 않은 고민이라 할 수 있다. 이럴 때, 나는 상상을 한다. 제제가 자신의 라임오렌지나무 '밍기뉴'와 꾸루루 두꺼비 '아담'과 대화를 하는 것처럼 나도 한결이와 새싹이와 대화를 한다. 그러면 이 친구들은 언제나 “너는 지금이 가장 보기 좋아”라고 말한다. 얼마 안 되는 흙과, 물과 햇빛, 이 세 가지가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