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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색나무 Sep 12. 2024

항해자

생명의 못을 찾는 여정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배를 타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배가 어디로 향할지

알지 못한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키를 잡고

풍랑과 해일에 맞서 파도를 넘어

어느 목적지에 다다르기를 기도할 뿐이다     


작고 작디 작은 조각배는

커다란 크루즈같이

단단한 몸체와 동력을 가지지 못했지만     

그의 몸의 일부인 널빤지와 못, 그리고 커다란 돛은

그 어느 배보다 넓고 넓은 풍채와 역경과 고난의 여정을

숨김없이 드러내준다      


만일 그 누구도 갈 수 없는

예컨대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9와 4분의 3 승강장은 존재하지 않지만      


그 무엇으로도 구할 수 없는

아무리 마셔도 해결할 수 없는

해갈의 고통을 단 한숨에 사라지게 할     


생명의 못이 존재한다면

나는 그 누구보다 그곳에 먼저 가서

내 고통의 해갈(解渴)을 원없이 풀고 싶을 뿐이다     


영혼의 목마름과

고통의 몸부림은  

50년 후에도

여전히 남아있을 것이지만     


700년 후에

또 다음 500년 후에

나는 같은 길을 지나게 되었다


사라진 왕국의 폐허(廢墟)는

흔적조차 보이지 않은 채

어느 목동과 양떼만이 피리와 풀과 더불어

나뭇잎을 뜯어먹고 있었다      

언제 이 왕국이 없어졌냐고 묻자

그가 말하길 이곳에 있는 것은 형체가 없을 뿐

저곳에서는 영원한 왕국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곳의 항해자는 저곳의 항해지를 찾아

이 지구 반대편 어딘가를 방황하면서

진정한 안식처로 삼을 장소를

찾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항해하는 배여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항해자여

부디 그곳이 어딘지는 알지 못하지만

처음 돛을 내렸던 기억을 잊지 말아라     

그대는 지금도 여전히

그 기억을 항해하고 있고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운행자(運行者)는 저 하늘 어딘가

저 땅 밑 어딘가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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