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극일 : 22.09.25(낮, 밤)
캐스팅이 떴을 때부터 너무 기대했던 연극 아트! 이순재 배우님, 노주현, 배우님, 백일섭 배우님 이른바 시니어 페어를 보자마자 바로 하루에 낮, 밤 있는 두 공연을 연달아서 티켓팅했다.
제 친구 세르주가 그림을 하나 샀습니다- 하는 멘트로 시작하는 연극 아트(Art). 오랫동안 친구로 지낸 세 명의 인물 마크, 세르주, 이반. 그 중 세르주가 어떠한 그림을 하나 샀는데 그 그림이라는 것이 굉장히 심오하고 또 값비싸다. 그리고 그런 세르주를 보는 마크와 이반, 그리고 섞이는 대화와 논쟁들. 예술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친구들 간의 가치관이 다를 때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가는가. 이런 식으로 후기를 쓰면 굉장히 진지한 연극일 것만 같은데 사실 초중반은 정말 깔깔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점잖은 말로 하면 논쟁, 안 점잖은 말로 하면 투닥투닥 말다툼이 이어지는데 그런 배우들 간의 티키타카가 굉장히 즐겁다. 차근차근, 가볍게 정보들이 쌓이면서 진행되기 때문에 배우분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극에 몰입하게 된다 (특히 중간중간 이반 역할의 백일섭 배우님이 표정만으로도 시선을 잡아끌고 웃음을 끌어내시고 굉장히 귀여우시다)
오랜 친구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 서로의 다름을 체감하는 일. 각자의 가치관에서는 내 생각이 너무 당연하고 상대방의 생각과 행동이 굉장히 당혹스러워진다. 극 중에서 '친구 사이에도 권태기가 있더라고요' 하는 대사가 있었는데 그 표현에 굉장히 공감했다.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친구의 변화. 그치만 내 생각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금세 받아들이기란 참으로 어렵다. 각자의 생각을 변명하듯 길고 긴 이유들을 늘어놓고 대화가 섞이다가 결국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 5억 그림을 바라보는 것이 참 감동적이었다. 왜 감동적이었을까, 낮 공연을 본 후 한참을 생각하다 밤 공연도 보았는데 결국은 사람이다 싶었다. '끝이야 끝!' 하면서 감정적이다가도 그 상대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생각해보게 되는 것. '너는 왜 그렇게 생각해!'하고 서로 날을 세우다가 '그래서 네가 생각한 건 어떤건데?'하고 질문하듯이 펜을 건네고 펜을 받아들고 생각을 표현해내는 과정. 흰 구름, 흰 눈, 하얀색, 하얀 거짓말, 그 모든 것들이 참 투명하고 소중한 인상으로 다가왔다. 최근에 내가 내 감정에 못 이겨 소중한 친구들에게 실수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이 극을 보면서 그 순간이 참 많이 생각이 났다. 아마 시니어 페어라서 그 오랜 친구 사이가 텍스트로 표현된 것보다 더 오랜 기간처럼 예쁘게 느껴졌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나도 친구들과의 다름을 존중해야지, 귀 기울여야지, 항상 조심해야지. 그런 다짐을 남몰래 하면서 마음 따뜻하게 본 연극이었다. 다음에는 다른 페어로도 보고 싶다!
+ 마침 관극하러 간 날이 커튼콜 촬영이 가능해서! 귀여운 배우님들을 슬쩍 담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