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뭐하고 놀아야 해요?
대학교에 들어간 20대 초반에
생각보다 졸업한 선배님을 만날 기회가 좀 있었어.
이미 사회생활하시는 인생 선배님들을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꼭 하시는 말씀이 있었어
진짜 네 나이 때 놀아야 돼
지금 아니면 놀 시간 없다
진짜 ㅋㅋㅋㅋ 이 얘기 안하시는 직장인 선배님들 없었다
근데 이 이야기도 한 두번 들었을 땐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는데
너무 계속 들으니까 갑자기 막 너무 잘 놀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거야.
잘 놀지 못하면 마치 인생 패배자가 될 거 같은 느낌 같은 거...
(나만 그랬어?)
심지어 한동안 내 카톡 프사 사진은 이거였어 ㅎ
그래서 못 놀면 안 될 것 같은 압박감에
잘 놀 수 있는 방법을 막 찾아봤어.
맛있는 음식 먹기, 여행, 워터파크나 놀이동산, 연애 뭐 이 정도더라고
(내가 검색 기술이 그리 좋지 못했나봐)
이렇게 잘 노는 방법에 대해 엄청 갈구하고 있을 때
어떤 선배가 또 그 말을 하더라고.
진짜 네 나이 때 지금 놀아야 돼!
라고 미간에 주름 잡히도록 인상을 쓰면서 강조하면서 말씀하셨어.
이때가 기회라고 생각했지.
그 선배를 붙잡고
그래서 어떻게 놀아야 돼요?
라고 바로 물어봤어.
(지금 생각해도 내 순발력 폼 미쳤다)
근데 돌아온 대답은 '여행'이었어.
그것도 "어...음..."을 계속 하시면서 하나 나왔던 보기가 여행이었지.
근데 나는 20대 때부터 혼자 여행을 진짜 많이 했거든
중간고사 끝나고 순천 놀러가고
기말고사 끝나고 경주 놀러가고
3학년 끝나고 4학년이 되기 전에 휴학했는데
그때 혼자서 미국 39박 40일 여행,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금요일이나 월요일 휴가 내고 홍콩, 블라디보스톡 여행
이렇게 다녔는데
이미 내가 하고 있는 걸 말씀해주시는 그 상황이 너무 나를 힘 빠지게 하더라고.
그 당시 여전히 나는 내가 잘 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거든.
그러다 이번 퇴사 후에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심리상담가를 만나게 됐어.
그냥 그 분이 무료배포하시던 워크북을 하다가 줌으로 만나게 됐지
아니나다를까, 그 상담가 님도 내게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
동주 님, 지금이 기회예요. 지금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보세요!
라고 하시더라고.
그래서 내가 또 물어봤어 ㅋㅋㅋ
(진짜 내 평생의 의문이었나봐)
그래서 뭘 하면 좋을까요?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은
모임을 많이 나가세요.
모임에 나가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세계를 많이 접해보세요.
동주 님에게 맞는 사람을 찾아보시고
동주 님 스스로를 관찰하고 알아가려고 도전해보세요
이건 처음이었어.
나는 그동안 회사-집만 반복하는 사람이었거든.
퇴근하면 피곤해서 집가서 누워있으면서 회복하는 사람이었어.
주말에 뭐하세요?
라는 질문을 들으면 내가 항상 하는 대답은
전 일주일에 신발을 신지 않는 날이 최소 하루는 있어야 해요
였어.
(이건 지금도 변하지 않았긴 해)
(딱히 낯을 가리는 건 아니지만 집에서 에너지를 회복하는 편인)
대문자 I로서 모임을 나간다?
일 때문이 아니라 접점이 없는 사람들을 내 스스로 자발적으로 만나러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꽤 장벽이 높은 도전이었어.
그래도 '모임'은 한번도 들어도, 찾아보지도 못했던 새로운 해결책이었기 때문에
시도해보기로 했어.
결론을 말하자면
누군가 나에게
어떻게 놀아야 잘 노는 거예요?
라고 물어보면 나는 주저 없이 이렇게 말할 거야.
다양한 커뮤니티에 참여해봐.
모임에 나가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그리고 잘 맞는 사람을 찾아서 함께 새로운 경험들을 하려고 해봐.
라고.
(뭐.. 물론 여행도 좋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