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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의 사진관 Mar 08. 2023

더 웨일 _ 그 에세이는 너야

사람은 타인에게 무관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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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작품 '더 웨일'은 영화 '미이라'로 우리에게 친숙한 '브레든 프레이저'가 주연을 맡고 있으며, '블랙 스완'의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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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를 관람하기 전 '브레든 프레이저'배우님이 영화를 위해 살을 찌웠다 등의 자극적인 기사와 영상들이 많은데.. 연기력에 대해서 말이 없는 게 아쉽다. 올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1분기 최고의 작품은 '더 웨일'로 기억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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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kg의 거구로 세상을 등진 채 살아가는 대학 강사 '찰리'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느끼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딸 '엘리'를 집으로 초대한다. 그리고 매일 자신을 찾아와 에세이 한 편을 완성하면 전 재산을 주겠다고 제안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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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서 잘한 일이 하나라도 있단 걸 알아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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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h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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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는 하나의 에세이를 반복해서 되뇐다. 바로 '엘리'가 4년 전에 '모비딕'을 읽고 쓴 에세이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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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책인 '모비딕'은 고래의 생태계와 포경산업에 대해 기술된 책이기도 하지만 거대한 흰색 고래에게 한쪽 다리를 빼앗긴 뒤 복수를 위해 추적을 거듭하는 에이헤브 선장과 그와 한배를 탄 선원들의 여정을 담은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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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는 고래에 대해 길게 서술한 것에 대해 작가가 긴 여정을 함께 해온 독자들에게 미안하기 때문이라며 솔직하게 표현하며 또 다른 이야기를 한다. 에이브햄 선장이 자신의 다리를 앗아간 '모비딕'을 죽이면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꿈 혹은 목표를 이루면 내 삶은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전과 같은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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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목적인 목표와 집착으로 그것만 이루면 삶이 나아지리라 누구나 기대하지만 실상은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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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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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초반 '찰리'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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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규칙들이 제약처럼 느껴지겠지만 명심하세요 이 강의의 목표는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글을 쓰는 거예요... 논지의 진실성을 생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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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고민을 해봤을 것이다. '좋은 글은 무엇일까?' 누군가에겐 조회수가 높은 것일 수도 있고 혹은 학술적인 지식을 담아 정확히 알리는 것이 좋은 글일 수 있다. 하지만 내게 있어 좋은 글이란 내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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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포장한 글보다 소박하지만 작은 공감과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이 과제들은... 대학도 중요하지 않아요. 여러분이 쓴 솔직한 글들이 중요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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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 대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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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가 도구 없이는 움직이지 못하는 '찰리'에게 스스로 걸어서 자신에게 오라는 말을 모질게 내뱉을 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엘리'가 아빠를 혐오하기 때문일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마지막 장면을 통해 우리는 알 수 있다. '엘리'가 '찰리'를 아빠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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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에게 상처 주는 말을 내뱉는 것도, 새가 찾아오는 접시를 깨뜨린 이유가 세상을 등지고 숨어 사는 그를 밖으로 꺼내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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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엄마를 버리고 떠난 아빠를 미워하고 증오하는 것이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꾸지 못한다는 것을 '엘리'는 소설 '모비딕'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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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미워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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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는 이런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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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 안 해봤어?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무관심할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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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이 없는 것에 우리는 귀를 기울이고 신경을 쓰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늘 누군가를 미워하고 미움받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리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것처럼 연기를 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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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찰리'의 연인 '앨런'은 타인의 시선과 내적 갈등으로 인해 결국 자살을 선택하고 만다. 모두에게 사랑받기 위해 자신을 숨기고 연기한다면 삶에 지쳐 '앨런'과 같은 선택을 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미움받을지언정 거짓이 아닌 나의 솔직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용기를 내볼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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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속이며 언제 벗겨질지 모르는 가면을 쓰고 불안에 떨기보다 이런 나를 받아줄 사람을 찾아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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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더 영화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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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을 읽고 쓴 '엘리'의 에세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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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리 하나가 없고 어떤 고래에 앙심을 품고 있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많은 고비가 덮치고.. 에이헤브도 참 불쌍하다. 그 고래만 죽이면 삶이 나아지리라 믿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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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묘사들이 잔뜩 있는 챕터들이 슬펐다. 자신의 넋두리에 지친 독자들을 위한 배려인걸 아니까. 이 책을 읽으며 내 삶을 생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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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향한 증오가 내 삶을 긍정적으로 바꾸지 못한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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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가 학생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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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제들은 중요하지 않아요. 이 강의도 중요하지 않아요. 이 대학도 중요하지 않아요... 여러분인 쓴 솔직한 글들이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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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아이디어가 반영되지 않으면 좋은 글이 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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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와 '찰리'의 대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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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 - " 진작 내 인생에 있어 줄 수 있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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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 "누가 날 자기 인생에 끼워주고 싶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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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군가를 만날 때 그 사람의 본질을 생각한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아닌 내면의 모습을 보려고 노력한다. 외면은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지만 내면만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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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의 모습을 보고 '왜 살이 쪘을까?'를 떠올리고 행동 하나하나 관찰했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기 싫어하고 작은 것에 소중함을 느끼며, 따뜻하고 긍정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연인의 죽음 이후로 자신의 죽음을 앞당기고 있었다.  그런 그가 찾는 것은 자신이 살아오면서 가장 잘한 것. 즉 살아온 이유에 대해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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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 영화를 직접 보고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 내 삶의 이유는 지금도 찾고 있다. 누군가 내게 왜 사냐고 묻는다면 살아갈 이유를 찾기 위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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