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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노트(1)

쓸모없이 살고 싶어요

by 뭉클


고통이 몸을 스치다 못해 아린 날이면 나는 외국어를 하나씩 배운다. 악보 읽기는 새롭게 익히는 외국어 중 하나였다. 언제, 어디선가부터 주입된 '운동 하나, 악기 하나쯤은'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몇 년째 러닝과 크로매틱 하모니카를 놓지 못하고 있었다. 이쯤 읽었다면 느꼈듯이 내 일상에서 활동적인 활동(?)이나 음악성은 기본값이 아니다. 열정적인 에너지나 표현력은 있었을지 모르나 그것이 취미로 살아남는 데는 남다른 고충이 있었다. 그것에 대해 풀기 시작하면 책 한 권을 쓰게 될지도 모른다. 아무도 읽고 싶지 않을 테고 읽히고 싶지도 않으므로 좀 더 신나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최근에 나는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언제까지 '이런 취미 하나쯤은'으로 버틸 수 있을까. 그런데 그것 하나로 버텼다고 하기엔 꽤 오래 해온 걸 보면 순간순간 음미하고 흘려보낸 기쁨들도 적지 않을 텐데. 나는 언제 재미와 기쁨과 행복에 몸을 담갔던가.


돌아보면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하루 종일 인간관계 관리와 기분 관리에 지친 나는 고단한 삶에 대해 일시적이고 불완전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반복적으로. 반복되는 행위는 뭔가 말해주고 있었다. 관점을 수정할 때가 온 게 아닐까. 어느새 내 앞에서 존재감을 내세우는 것들이 나를 옥죄고 있었다. 먹는 것으로 불안과 긴장을 풀어내는 습관 외에도 고질적인 '취미 강박'인지도 모른다고.


다시,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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