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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곰 엄마 May 10. 2023

숨 쉴 구멍은 항상 준비되어 있다.

아침부터 속이 울렁거리고 배가 아프다는 아이를 챙기면서 학교 선생님께 아파서 오늘 못 간다고 문자 드렸다. 밤에 잠을 잘 못 잤는지 아프다면서 졸고 있는 아이에게 죽을 끓여 놨으니 병원 다녀와서 괜찮으면 먹으라는 당부를 뒤로 하고 회사에 출근을 했다.

전날에 먹은 계란이 문제인지..... 암튼 아픈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한다는 무거운 마음으로 회사에 와서 앉아 있는데 메일을 확인하면서 눈에 띈 뉴스가 있었다....

아내를 살해하고 아이와 함께 투신한 아빠의 뉴스........

아직 어리디 어린아이... 그 아이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지도 못했을 정말 마음이 아픈 뉴스였다.... 그 뒤에 또 비슷한 뉴스들....

난 두 아이를 키우면서 가급적 아이와 연관된 뉴스를 의식적으로 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뉴스를 보고 나면 하루종일 일이 안 되고 마음이 너무나 아파서 며칠 그 생각에 힘이 힘들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러다가도 그래도 아직 어린아인데.... 아이가 무슨 죄라고... 하며 안타까워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안 생기기를 기도 할 뿐이었다.....     


나도 결혼 생활이 그리 순탄치는 않았다... 놀기 좋아하는 남편 일주일에 5일 이상 밖으로 술 먹으러 다니고 난 아이와 함께 들어오지 않는 남편을 밤새 기다린 적도 많았다.  말이 통하지 않는 남편과 몇 번이고 이혼을 생각하기도 하고 너무 힘들 때는 나도 모르게 운전 중 고가도로 밑으로 떨어지는 상상도 해 보곤 했다. 그때마다 아이들의 얼굴 떠올랐고 다시 정신을 차리곤 했었다. 

세상에 아무도 없고 오롯이 혼자인 것 같은 외로움에 나 스스로 내동댕이 쳐 버리고 나면 누가 우리 아이들을 지킬 것이며, 어차피 태어난 인생인데 너무 불쌍하고 슬플 것 같아. 그때마다. ‘죽자’가 아니라 ‘살자’를 외쳤다. 사람이 365일 울 일만 있는 것도 아니고 분명 행복한 일도 있었을 텐데.. 힘들고 슬픈 것만 부각하면 사는 낙이 없지 않은가.

감정이 풍부한 나는 아이들 앞에서도 잘 울었다. 그러면 큰 딸이 옆에서 조용히 앉아서 기다려주고 또 아기였던 아들은 방글방글 웃으면서 위로해 줬다.

나에겐 이게 숨 쉴 구멍이었던 것 같다.

내가 회사 다니면서 제일 행복했던 건 우리 아이들에게 가격 보지 않고도 먹을 것을 사주고 장난감도 사줄 때였다. 


반지하 살면서 쌀 살 돈을 걱정하던 시기였던 것 같다. 대기업에 다니는 둘도 없는 친구네 집에 놀러 갔을 때 한겨울 비싼 딸기를 입 짧은 딸을 위해 가격도 안 보고 한 입 먹이려 산다는 말을 듣고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부러웠다.... 넓은 집과 터질듯한 냉장고, 먹거리로 가득 찬 작은 방.... 

여하튼 회사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우리 입 짧은 아들에게 한 입이라도 먹여보려고 내가 그러고 있다....

 말 안 통하는 남편은 아직도 가끔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을 하지만 일주일에 5일 이상 집에 들어오고 (이젠 안 반갑다......) 이혼이 무섭지 않은 나는 남편 또한 무섭지 않게 됐다..... 훨씬 당당해져서 그런지 가족들도 각자 나름대로의 규칙으로 편안해졌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힘들고 어려워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삶은 매 순간 어둡지만은 않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잘 생각해 보면 행복한 날이 더 많았을 것이다. 그걸 우리가 잊어서 그런 거지 결코 어둡지만은 않다.


어둠에는 한 줄기 빛이라도 얼마나 큰 힘이 있는지 알 것이다. 그 빛은 바로 곁에 있는 우리 아이들의 웃음일 수도 있고 같이 사는 가족, 또는 반려견들 일 수도 있다. 또는 취미가 될 수도, 일이 될 수도 있다. 

숨 쉴 구멍은 우리 스스로가 충분히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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