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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곰 엄마 Jun 05. 2023

이혼... 지나가는 바람으로 말한 게 아니야..

정말 오래된 내 감정과 싸늘하게 식어져 버린 마음이 더 이상 그 사람의 말에 상처를 받지 않고 역시.. 안 되는구나... 만 하는 생각으로 멀어져 버린 마음은 좀처럼 가까워질 수가 없었다.     

회사에서도 나 집에 무슨 일이 있어요... 하는 표정으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내 표정을 보는 사람들은 그 누구도 뭔 일 있냐고 물어보지도 않았다... 너무 심각한 표정이었나 보다...     

이렇듯 혼자 정리하고 더 좋은 해결책을 찾아보고 노력했지만, 답은 정해져 있었다... 이혼

근데 난 이혼을 인상 쓰며 욕하고 서로에게 온갖 상처와 밑바닥을 보고 하고 싶지는 않았다.

더 이상 사랑하지 않을 뿐 아이들의 아빠 엄마는 바뀌지 않으니까... 그래도 아이들에게 덜 상처를 주고 싶었다.

가끔 만나도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 같은 사람으로 아이들과 보고 싶었다...

그저 함께 사는 것이 서로에게 맞지 않고 힘이 드니까.. 20년 이 정도 버텼으면 오래 버텼으니까 남은 인생은 이 사람을 떠나서 편하게 생활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어차피 우리는 재산도 없고 가진 것도 없어서 그런 문제로 싸울 일도 없을 거고... 또 한 두 푼 더 갖겠다고 밑바닥 인성까지 차마 보고 싶지도 보여 주기도 싫다..     

남편에게 우리 이혼하자.... 얘기를 꺼냈다... 난 이미 정리가 된 상태여서 덤덤하게 얘기했지만, 사뭇 당황해하는 남편을 어이가 없어했고.. 내 얘기를 듣고 크게 문제가 없는데 왜 그렇게까지 생각을 한 걸까 하는 표정이었다. 난 너에게 사랑을 받은 느낌도 별로 없고 더구나 아플 때 더 외롭게 만드는 사람하고는 노년을 함께 보내고 싶지 않다고. 그리고 기억조차 잘 안나는 상처받은 일들에 대한 잔상이 날 힘들게 하고 주눅 들게 한다.

당신 원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고, 나도 이제 놔줘라.....

남편은 넌 너무 둔한 거 아니냐는 것이다.. 어떻게 너를 사랑하는 느낌을 못 받았냐고.... 엄청 황당해했다..

내가 그랬다.. 사랑은 표현을 해 줘야 아는 거지 표현하지도 않고 당연히 상대방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일 뿐이다. 그리고 사랑한다면 대신 아파해 주고 싶은 게 당연한 것 아니냐?? 근데 당신은 코로나 때도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아파서 힘들어할 때 뭐랬냐?? 코로나 걸린 아들이랑 너는 알아서 챙기고 안 걸린 본인이랑 딸은 자기가 알아서 챙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힘들어서 일어나지도 못하는 나에게 눈도 안 마주치고 벌레 보듯이 보면서 아프냐는 소리 한번 물어보지도 않고 약은 먹고 있는지 죽이라도 먹었는지 챙겨주지도 않으면서 물어보지도 않았다... 이틀 동안..... 이 사람에게 나는 과연 무슨 존재일까..... 나중에 자기가 왜 그랬지?? 기억도 안 난다고 하더라... 항상 이랬었다... 나 암으로 수술하고 어린 딸 돌보는 것 싫다고 장모님 보고 아이 봐주고 자기가 간병하겠다더니. 만화책만 보고... 머리가 너무 간지러워 감겨달라고 하니 들은 척도 안 하고 만화책만 봤던 사람이었다... 친정엄마가 와서 내가 울면서 머리 감겨달라고 했다... 엄마는 왜 신랑한테 해 달라고 하지... 했는데 내 얼굴 보고 알아차린 듯... 덤덤히 감겨주셨다....  또 유산이 되어 수술하고 들어온 나는 감정을 추스릴 시간도 없이 아이를 돌보고 남편은 유산됐다고 기분이 좋지 않다며 누워있는 나에게 친구와 술마시고 오겠다면 나가서 새벽에 들어왔다...유산한 사람은 난데 그 누구의 위로도 받지 못하고 미역국 조차 끓여 먹을 힘이 없어 물에 밥을 말아 꾸역꾸역 한술 먹으면서 서글프게 울었던 기억도 있다.....본인 감정만 중요한 사람...사람이 아플 때는 더 감정적이다.... 난 스스로 하는 것 좋아하는 사람인데 아플 때 이런 상황에서 남편을 의지할 수가 없었다.... 그런 사람이다... 나한테...

아직 남편은 현실을 못 받아들이는 있다....

난 더 이상 싫다고... 그저 친구로 남자... 우리 초등 동창생으로 다시 돌아가자... 상처 주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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