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검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renelee Aug 14. 2024

검도... 좋아하세요? (2)

5급 비기너의 검도 일기

왼발 엄지발가락과 검지발가락 아래 발바닥의 볼록한 곳이 오십원 동전만하게 피부가 벗겨졌다.

마룻바닥에 계속 쓸려서 그런건데, 밴드를 떼어보면 3mm쯤 움푹 들어간 시뻘건 살이 보인다.


진짜 엿같이 따갑다.


어제 대련할 땐 테이핑한게 다 밀려 벗겨지더니 피가 났다. 결국 도중에 밴드가 떼져서 주섬주섬 주웠는데 관장님이 그걸 받아주시면서


…참아


라고 하시길래



참았다


살이 뻘겋게 드러난 발바닥으로 마룻바닥을 디디고 밟고


밀어서 발구름을 해야하는데 


따가워서 식은땀이 나고 왼발이 바닥에 닿는 것조차 무서웠다.


그래도 뭐 어쩔거야

못하겠다고 손이라도 들거야?


관장님 저 발바닥이 아파요 그만할래요 호구 벗을래요ㅠㅠ


하고?



면수건이 다 흡수해주지 못한 땀이 콧대와 오른쪽 눈두덩이 사이를 지나 눈 앞머리에 들어가면 호면 아래로 엿같은 윙크를 해대면서 칼을 들어야 한다.


손가락을 아무리 쑤셔도 눈가에 안 닿을 거 아니까 그런 멍청한 시도는 하지도 않는다.


왼발에 체중을 실어야 하는데 발바닥이 벗겨져서 닿기만 해도 몸서리가 쳐지고

숨이 턱끝까지 차고 호면은 더럽게 무겁고 숨막히고

목은 애저녁에 바싹 말라서 기합 사이사이로 쩍쩍 갈라지고(매번 ‘물 좀 많이 마시고 시작할걸’이라는 후회를 한다)

다른 데 신경 쓸 정신도 여유도 없는데 눈이 따가워서 별 수 없이 윙크만 거듭하고 있으면



저 깊이 단전에서부터 내 정신의 꼭대기까지


아....씨..b


하고 끝이 둥글게 먹히는 욕이 울걱 올라온다.


그러면 그 순간 

악을 그대로 섞어 온 몸으로 기합을 내지르면 됨


단순히 당장의 이런저런 육체적 힘듦과 뭐 얼마나 했다고 벌써 징징대냐 하는 머릿속 불호령과 기타 뭐 아무튼 기합의 동력이 될 만한 것들을 죄다 끌어모아서 소리를 질러


그리고 곧장 호면 너머 상대 눈을 똑바로 야리고 선혁과 중혁의 사이로 서로의 검을 밀고 누르면서 기싸움을 하다가


숨을 참게 되는 순간이 오면 그 때 친다. 내 실력과 짬이 어떻든 간에 자신있게, 보다는 그냥 내가 시원하게. 맞든 안맞든 중요하지 않다.


내가 타격을 하면 거의 동시에 상대의 검에 나도 머리를 맞는다. 퍽 과 툭 의 중간 정도 소리가 울리면서 머리에 순간적이고 둔한 충격이 오는데 그때 눈을 가능한 한 똑바로 뜨고(맞을 때 눈 감는 거 아니라고 호구 쓰자마자 배우지만 본능이라 잘 안되긴 한다) 내 손에서 느껴지는 타격의 진동을 느껴야 한다.


맞는 거 신경쓰지 않는다. 지더라도 내 타격이 제대로 들어갔는지를 느낀 다음에 지고 죽더라도 내가 처맞는 순간에 내 검은 어디서 뭘 하고 있었는지를 보고 죽는거지








근데 맞는 건 신경쓰지 말아야 하는데 지는 건 또 신경써야 한다.


검도는 단순 승패의 게임이 아니라 수련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늘상 져도 별 상관없는 장난은 또 아니어서


3초컷 가위바위보도 지면 속상한데 무릎꿇고 앉아 6키로짜리 호구 정성껏 하나하나 입고 거리 벌려 마주보고 깍듯이 인사하고 하나 둘 셋(에 칼 뽑고) 선혁 맞댄 다음 쌍방 소리지르고 땀 뻘뻘 흘려가면서 전심을 다하는데 당연히 지고싶지 않지 사람이면


상대가 압도적으로 잘해도 질때 뻔히 지더라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유효타 하나만 기를 쓰고 시원하게 먹이고 싶지 사람이면



나는 갈 길이 구만리 초심자지만 확실하게 알게된 건 (비단 검도에서만이 아니다) 승부에서 기세가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거다.


어 내가 수십 대 맞게될 거 잘 알지 준비됐어 

근데 그래도 내가 정통 타격 한 대만 어떻게든 빡세게 넣어볼게

그때까지 악 써가며 소리도 바락바락 지를게


이런 느낌을 눈알과 관자놀이에 힘주고 고수해야 한다..


모든 승부가 있는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지만 확실히 검도는


1:1

마주보고 서면 상호 거리 2미터 이하로 유지됨

검 끝 맞대고 시작

기합이 매우 장려됨, 심지어 유효타여도 기합 없으면 무효처리 되기도 함


이상과 같은 이유로 서로의 기세가 노골적인 압박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관장님들이 전부


기세 기세

배짱 배짱

기합 기합


하시는거지


이건 진짜 대련 처음 하자마자 통감하게 된다


여러 사람들이랑 대련 기회가 있을 때 기세가 작정하고 흉흉한 사람이 한 명쯤 있기 마련인데(타고나길 그런 사람들)

그러면 그냥 칼 맞대고 마주보고 서있기만 해도 피곤해짐 힘이 안난다 진짜로 과장아니고


그렇게 한 두 번 해보면 아 내가 그 ‘기세가 작정하고 흉흉한 사람’이 되어야겠구나, 아직 상대나 나나 제대로 된 실력이랄 게 없으니까 우선 기세라도 있어야 하는거네, 허세랑 기세는 다른 게 맞다..


싶어진다




아 

아무튼 재밌어요


스트레스 해소가 필요해요 > 함께합시다 검도

소심한 성격을 바꿔보고 싶어요 > 함께합시다 검도

재밌게 체력을 기르고 싶어요 > 함께합시다 검도

도복 호구 멋진거같아요 > 함께합시다 검도

오래 할 수 있는 운동 없을까요 > 함께합시다 검도

우산 워리어가 되고싶어요 > 함께합시다 검도


검도 시작했는데 너무 힘들고.. 관장님은 자꾸 기세 기합 강조하시는데 솔직히 초심자가 더럽게 무거운 호구 쓰고 정신 못차리면서 죽도로 처맞는데 기세가 죽죽 꺾이고 기합이 제대로 안나오는데요.. 

> 킵고잉 하시다보면 육체의 고통과 힘듦, 뜻대로 되지 않는 몸뚱아리에 대한 분노 등 어떤 이유로든 울분이 올라올텐데, 그 때 아랫배 힘주고 악을 질러 보십시오. 그런 다음 치는 겁니다. 빗맞아도 괜찮아요. 자세가 틀려도 괜찮아요. 당신이나 저나 초단, 아니 1급도 못딴 찐따 뉴비이니 일단은 그런 사사로운 거 신경쓰지 맙시다. 




함께합시다 검도!☺️







2024.07.31

매거진의 이전글 검도... 좋아하세요?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