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수아 Sep 12. 2023

B시에서의 일러스트 페어 in 스토리 기획전 첫날

 2023년 9월 7일부터 10일까지 4일간의 페어를 위해 하루 전날 B 시로 떠났다. KTX나 SRT를 타고 가도 되었지만, 짐을 가져가기란 캐리어 하나로는 역부족이었다. 짐을 미리 주최 측에 택배로 보내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짐이 많지 않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져가기엔 많고 택배로 보낼 정도로 많지는 않아서 자차로 이동하기로 했다.


 행사 전날 두 아이가 등교하는 걸 보고 남편의 배웅을 받으며 B 시로 출발했다. 약 400여 킬로미터의 거리였다. 휴게소를 두 번 들렸다. 화장실만 다녀오고 쉬지 않고 달렸다. 장거리 운전에 미숙한 탓에 해가 떨어지면 곤란할 것이었다.


 오후 6시쯤 숙소에 도착했다. 점심을 걸러서 배가 고팠다. 짐을 옮기고 편의점 음식으로 저녁을 먹었다. 배가 부르니 잠이 밀려왔다. 몸을 씻고 침대에 누웠는데 앞으로의 4일이 걱정되었다. 아직 행사를 시작도 안 했는데 이미 몸이 지쳐버려서였다. 책을 읽다가 어느새 잠이 들었는지, 일어나 보니 해가 떠 있었다.


 행사 전날 미리 부스를 꾸민 참여사도 있기에 발길을 재촉해 행사장으로 갔다. 그런데 어딘가 좀 이상했다. 주최 측에서 안내해 준 부스의 모습과 다른 것이었다. 생각보다 테이블도 작았다. 테이블보는 없다고 했는데 짙은 남색으로 깔려 있었다. 일러스트 부스는 테이블보가 없는 걸 보니 스토리 기획전 부스만 특별히 준비해 준 듯했다.



 오전 10시가 되자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다. 커피 수혈을 마치고 텐션을 한껏 끌어올렸다. 그런데 오후가 되도록 예상과는 다르게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게다가 부스를 방문해 주시는 분들이 몹시 적었다. 행사 첫날이고 목요일이니까 내일은 더 많이 오겠지, 라며 괜찮다고 마음으로 말했다.


 오후 3시부터 내 책에 관심 가져주는 분들이 하나, 둘씩 늘기 시작했다. 두 분은 나를 지난번에 보았다고도 말했다. 우리가 구면이었다니. B 시에서 처음 참여하는 페어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어디서 만났었는지 기억을 더듬었다. 그런데 도통 알 수 없었다. “저를 어디에서 보셨을까요?”, 하고 물었다. 두 분 모두 지난번 D 시의 북페어에서 보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아, 그렇군요. 너무 반가워요.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마음을 전했다. 두 분은 내 책을 구입해 갔다. 한 분은 두 권이나 집으로 가져가 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성 한 분이 오셨다. 그도 일러스트 페어를 보려고 D 시에서 B 시까지 왔다고 했다. 내 책 중 에세이집을 몇 장 넘겨 보더니 “이거 주세요.”, 하고 말했다. 나는 D 시의 시민에게 유달리 마음이 간다. 두 번째 북페어를 D 시에서 했는데, 참여사를 배려하는 주최 측의 배려에 감동했고, 찌는 날씨에도 페어를 찾아주시는 분들도 참 많았다. 부스를 방문해 주신 분들에게 “더운 날씨에 고생 많으시네요.”와 같은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야외라 에어컨이 없어서 땀범벅이었는데 다정한 D시의 시민분들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 몸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아도 다정한 마음은 너덜거리는 체력을 받쳐 주는 힘이 있는 것이었다.


 행사 첫날의 판매량이 좋은 건 아니었지만, 나쁘진 않았다. 이대로라면 적자는 면할 수 있을 테니까. 내 문장 한 줄이 너무 좋아서 책을 사지 않을 수 없다는 분도 계셨다. 따뜻한 마음들을 안고 행복하게 잠을 청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알지 못한 채.

매거진의 이전글 용인에서 부산까지 4박 5일 보따리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