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낙엽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로
-영일이
한때의 왕래들이 얼어붙는
어느 겨울에,
오래 매달린 등 하나가
북쪽을 향해 아주 조금 기울 때,
품은 것이 있었다는 이유 하나로
뿌리 하나가 자꾸만 낮아질 때,
일찍이 불어오던 그것이
결국 낙엽이 되었단 이야기를 들었고,
미처 불이 되지 못한 당신을 떠올렸어요.
당신의 앙상한 몸통,
당신 오른팔에 돋아난 무성한 초록잎,
그리고
당신을 갉아먹으며 번져가는 당신의 복수(複數)
빛의 흔들림이 잦아드는 겨울,
우리 칠레로 떠날까요.
계절의 기울기를 벗어나
한때의 왕래들이 다시 풀리는 곳으로.
뿌리가 낮아지는 동안에도
당신이 아직 낙엽이 되지 않았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당신에게로 기울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