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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Tulip May 27. 2022

전세에 대기업 다니는 김대리 이야기 #19.

김대리 신랑 따라 가상화폐 투자하는 하대리 2-2 편.

리플 가격이 계속 오른다. 2000원 돌파! 하대리는 망설인다. 더 넣을까? 나락 가려나? 욕심부려서 잘 된 적이 없는데? 아냐, 오르는 말에 올라타야 해. 가상화폐에 끝이 어디 있어? 투자해서 잃으면 그 돈만 잃는 거지만 만약 상승하게 되면 그건 무한대야. 고민한다. 어쩌지? 차라리 수중에 현금이라도 없으면 좋을 텐데 마침 1000만 원 정도의 여유자금이 있다.   


그래, 가자! 하대리는 1000만 원 모두 리플에 올라탄다. 그리고 두려운 듯 핸드폰 화면을 닫아버린다.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한 뒤로는 시세 조회를 하루에 100만 번은 해보는 듯하다. 24시간 돌아가는 시장 특성상 어쩔 수가 없다. 안 보려고 앱을 삭제하고서는 하루도 못 지나서, 아니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설치하곤 했다. 10분만이라도 쳐다보지 말자. 업무에 집중도도 떨어지고 퇴근 후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하면서도 머릿속에 투자한 리플 생각이 가득하다. 


억지로 10분을 채우고 조심스레 빗썸 화면을 켠다. 아... 리플이 2300원이다! 하대리는 웃음이 새어 나오는 입을 틀어막는다. 하대리는 위험함을 감지한다. 욕심이 나면서도 털고 나올 시점임을 안다. 더 오를 텐데... 어쩌지? 잘못하면 이것도 못 먹는데... 고민하다가 다시 빗썸 화면을 닫는다. 이럴 때는 안 보는 게 낫다. 그렇게 마음을 다스리자. 


박 대리는 아까부터 떡볶이 마니아 하대리님이 핸드폰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을 본다. 하대리님은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며 웃음을 멈추지 못한다. 하대리님이 주식을 또 샀고 엄청 오르고 있는 게 분명하다. 하대리님이 산 주식이라면 나도 사야 하는데. 하대리님에게 가서 물어볼까? 너무 궁금하다. 박 대리에게 말만 해주면 박 대리는 바로 살 텐데. 핸드폰만 바라보는 하대리를 박 대리는 하염없이 바라본다. 투자를 잘하는 하대리님이 부럽다고 박 대리는 생각한다. 점심시간에 어떤 주식인지 살짝 물어봐야겠다.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하대리는 밀린 업무를 처리한다. 생각보다 밀린 일이 많다. 일을 하면서도 머릿속엔 리플 생각뿐이다. 지금쯤 얼마가 돼있을까? 이것만 처리하고 열어 봐야지 이거 하나만 더 처리하고... 이러다가 시간을 계속 흘려보냈다. 그렇게 얼추 업무 정리를 다했다. 시계를 보니 오전 11시 40분. 슬슬 점심 식사하러 갈 시간이다.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빗썸 앱을 바라보며 두근대는 가슴을 살짝 누른다.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화면을 켰다. 도대체 얼마가 됐을까...? 설마 3000원...? 


아악! 이게 뭐지? 리플이 미친 듯이 떨어지고 있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가격이다. 900원이다! 1900원도 아니고 900원! 하대리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패닉 셀이 나오는 거 같다. 빗썸 앱이 먹통이다. 아무런 키도 먹질 않는다. 빌어먹을 빗썸! 하필 이 중요한 순간에! 화면은 멈춰있고 가격은 어디까지 떨어지는지도 알 수 없다. 그저 믿기지 않는 듯 하대리는 멍하니 핸드폰 액정만 바라보고 있다. 10분 뒤 멈췄던 화면이 돌아왔다.   


리플 250원. 모든 것이 꿈이었다. 하대리는 수익률 -70%가 넘는 리플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욕심내지 말걸. 하대리는 이때의 리플을 팔지도 못하고 2년 넘게 가지고 있다. 본전만 오면 팔고 다시는 가상화폐는 쳐다보지 말아야지 하고 굳게 다짐했었다. 어쨌든 팔지 않았으니 아직 손해는 아니다. 


김대리 신랑이 비트코인을 계속 모은다는 말에 잊고 있던 하대리의 투자 본능이 고개를 쳐든다. 다시 한번 기회가 오는 걸 수도. 리플의 손해를 만회할 기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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