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밀라 May 24. 2022

전세에 대기업 다니는 김대리 이야기 #22.

하대리의 전 직장 동료이자 절친인 정희 편. 3-3.

상여금으로 촉발된 하대리의 아파트 투자로 신랑과 크게 다툰 정희는 결국 신랑의 성화로 투자용 아파트를 물색하게 된다. 정희는 당분간 부동산 투자는 생각하기도 싫었다. 오랜 기간 부동산 시장이 침체였고 그동안 가지고 있던 투자용 주택도 간신히 매도했기 때문이었다. 주택 세입자의 잦은 고장수리 전화로 지친 정희는 다시는 주택 투자는 안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괜히 하대리 얘기를 신랑에게 꺼내서 피곤한 일만 만들었다. 


하지만 정희가 누구던가. 부동산 투자라면 하대리보다 한수 위다. 일단 하대리보다 경력이 많기 때문에 부동산 보는 안목이 높다. 하대리는 너무 급하게 매수했다. 그걸 정희는 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것저것 따져보지도 않고 자기가 사려는 아파트 주변도 제대로 돌아보지도 않고 덥석 계약을 한 거다. 부동산 투자에 들어가는 돈이 얼마인데 하대리가 너무 급하게 계약했다는 느낌을 정희는 지울 수가 없었다. 


저러다가 한 번에 날리지... 정희와는 상의 없이 이미 계약을 했고 계약금까지 넣었던 터라 이 상태에서의 조언은 무의미했다. 하대리를 실망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잘 되기만을 빌어주어야지. 정희는 정희가 살고 있는 지역의 아파트 값이 요즘 꿈틀대는 걸 느끼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아파트 계약이 체결되고 있었고 가격이 조금씩 오르고 있었다. 신랑에게 이 동네에 전세 끼고 아파트 한 채 사는 거 어떻게 생각하냐고 하니 신랑도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오케이 한다. 전세가가 높아서 갭이 작다. 한 채 하려다가 과감히 두 채를 투자하기로 한다.


몇 달 뒤... 하대리가 산 아파트 값이 오르기 시작한다. 그것도 가파르게. 매물도 없고 나오면 계속 신고가를 달성한다. 분명 하대리도 비싸게 매수했다. 그런데 그 말도 안 되는 가격에서 더 오르고 있다. 반면에 하대리 투자 후 바로 투자한 정희의 아파트는 가격은 거의 변함이 없다. 두 채나 매수했는데 아직 상승 시기가 아닌가 보다. 그런데도 하대리가 산 아파트 값이 너무 오른다. 어어 하더니 매수한 지 몇 달만에 1억이 오르고 2억 상승으로 가고 있다. 정희는 뱃속이 뒤틀리는 걸 느낀다. 기분이 몹시 상한다.


신랑이 정희가 산 아파트는 가격이 어떻게 돼가냐고 묻는다. 아파트 명을 물어보길래 잘 모른다며 말해주지 않았다. 말해주면 분명히 본인이 수시로 검색해 보고 정희 속은 아랑곳 않고 실시간으로 떠들어댈게 뻔하기 때문이다. 괜히 하대리가 투자한 아파트의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고 말해줬다가는 또 한바탕 부부싸움을 크게 할 것만 같았다. 왜냐하면 하대리가 잘 알지도 못하는 지역의 아파트를 투자했다고 정희가 비웃으면서 신랑에게 말해줬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정희의 하대리에 대한 이름 모를 열등감이 시작된다. 정희도 그러고 싶지 않지만 어찌할 수 없는 감정이다. 비교하지 말아야 할 것을 계속 비교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부동산 투자 수익률만을 비교했다. 그러다가 점점 배우자를, 부모를, 처한 상황까지 확대하여 비교하게 된다. 투자한 아파트 값이 올랐다고 마냥 신기해하는 하대리가 점점 미워지기 시작한다. 하대리를 미워하는 정희 자신이 더 밉기까지 하다. 

작가의 이전글 전세에 대기업 다니는 김대리 이야기 #2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