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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Tulip May 24. 2022

전세에 대기업 다니는 김대리 이야기 #21.

하대리의 전 직장 동료이자 절친인 정희 편. 3-2

떡볶이 마니아 하대리는 생애 첫 부동산 투자를 하게 돼서 기분이 좋았다. 실거주 자가 아파트 외에 아파트를 또 한채 갖다니... TV에서 볼 수 있는 복부인들이나 하는 짓인 줄 알았다. 이제 하대리 본인이 그 복부인이 된 거였다. 기분이 이상했다. 전 직장동료이자 이제는 베프가 된 정희에게도 약간은 흥분해서 부동산 투자 사실을 말했다.  


사실 정희는 하대리보다 더 오래전부터 부동산 투자를 해왔다. 그동안 하대리 포함 주변에 부동산 투자에 대해 말한 적이 없었는데 하대리가 부동산 투자에 입문했다고 하니 정희는 그간 자신의 부동산 투자 역사를 말해 주었다. 정희는 아파트 분양권은 물론, 오피스텔, 다가구 주택, 사무실 등 오랜 기간 다양한 형태의 부동산에 투자를 해오고 있었다.    


정희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을 듣고 있자니 그동안 하대리가 알고 있던 평범한 친구 정희가 맞나 싶었다. 하대리가 생각할 때 정희는 타짜였다. 부동산 투자계의 숨겨진 타짜! 그동안 왜 말 안했냐고 하니 부동산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말해봤자 이해도 못하고 일일이 설명할 수도 없어서 굳이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쨌든 하대리는 정희가 부동산에 대해 경험도 많고 잘 알고 있는 거 같아서 든든했다. 의논할 상대가 생겨서 기뻤다. 부동산 투자에 갓 입문한 하대리의 투자 수익률과 계속 비교하게 되는 정희의 괴로운 속마음은 알지도 못한 채 말이다. 


승진 결과가 나왔다. 하대리에게 차장님으로부터 퇴근 무렵 문자가 왔다.


'하대리 이번 결과 때문에 너무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다음번에 더 좋은 기회 있을 거야. 하대리도 이번에 고생 많이 한 거 내가 잘 알아.' 결과가 사내 메일로 떴나 보다. 하대리는 사내 메일보다 차장님 문자를 받고 그 결과를 알게 되었다.


정희가 과장으로 승진한 거다. 진심으로 축하할 일이지만 하대리도 사람인지라 조금 서운하고 아쉬웠다. 자신도 정희 못지않게 올 한 해 많이 힘들었고 그만큼 노력했다. 그렇다고 정희 앞에서 이런 말을 하기는 좀 치사스럽게 느껴졌다. 일단 아픈 마음은 아픈 마음이고 정희를 축하해 주기로 마음먹는다.


"정희야 축하해. 이제 과장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에이, 무슨. 미안하고 고마워 하대리. 내가 맛난 거 쏠게."


"맛난 거로 안돼. 술도 쏘고 내일 점심도 쏴. 나 너무 마음 아프니까."


"하하, 알았어. 그거면 위로가 되겠어?"


"응. 아쉽지만 그 정도로 내가 과장 자리는 양보해주지." 


정희는 마음속 깊이 쾌재를 불렀다. 하대리와 친하긴 하지만 항상 하대리에게 뭔가 모르게 밀리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공식적으로 하대리를 이겼다고 생각하니 기뻤다. 집에 가서 신랑에게 하대리를 제치고 본인이 과장이 된 것에 대해 자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신랑의 반응이 무척 궁금했다. 이제 하대리보다 한수 위인 나를 인정해주겠지. 


하대리를 제치고 승진한 기쁨도 잠시 정희에게 큰 시련이 다가오고 있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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