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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밀라 Jun 01. 2022

전세에 대기업 다니는 김대리 이야기 #24.

성형 이야기

김대리는 박 대리가 다니는 피부과에 같이 가보기로 결심했다. 외모는 솔직히 어느 정도 자신 있는 김대리지만 잦은 피부 트러블로 피부 좋은 여자들에게 자꾸만 시선이 간다. 외모로는 그저 그런 박 대리지만 그녀의 피부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김대리는 상담 날짜를 잡는다. 


'나도 시술받으면 박 대리님처럼 피부가 빛날 수 있는 걸까? 피부만 좋아진다면 300만 원쯤이야 아깝지 않아.'


금요일 퇴근 후로 상담 날짜를 잡았는데 오늘이 겨우 월요일이다. 기다리는 한 주가 길거 같은 느낌이다. 박 대리의 화려한(?) 변신 때문에 점심시간 대화 주제는 단연코 '미용'과 '성형'이다.


"봐봐. 10회 쿠폰 중 겨우 2회만 사용했을 뿐인데 박 대리 이뻐진 거 좀 봐. 누가 성형이 나쁘다고 하는 거야?" 임 과장이다. 


"에이, 피부 시술은 사실 성형은 아니죠. 이 정도는 그냥 애교지요." 오늘따라 더욱 흥분한 김 대리다. 


"그러니깐. 겨우 피부 시술하나 했는데 사람이 이리 달라 보이는데 진짜 성형까지 하면 얼마나 더 이뻐지겠어? 박 대리가 약간 사각턱인데 저기에 보톡스 주사라도 살짝 맞아봐. 각진 얼굴 라운드 되고 박 대리 더 이뻐지는 거 아냐?" 임 과장이 말을 이어간다. 


"그리고 가만히 봐봐. 나, 박 대리, 김대리, 하대리 중에 쌍꺼풀 수술 안 한 사람은 김대리 밖에 없네? 셋다 쌍꺼풀은 다 수술했네. 그런데도 김대리가 제일 이쁘네. 하하하하"


"푸하하하~! 그렇네요. 전부다 쌍꺼풀 수술을 했는데 김대리만 자연미인이네요. 우린 성형 미인도 아니고 성형인이네요. 하하. 쌍꺼풀을 해놓고도 성형했다는 생각을 전혀 못하고 있었어요."  


떡볶이 마니아 하대리가 웃으며 크게 인정한다. 하대리도 고등학교 졸업 후 쌍꺼풀 수술을 했다. 그런데 오래돼서 잊고 있었다. 하지만 하대리는 시술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해본 적도 없지만 시술은 한 번만 하는 사람을 못 봤기 때문이다. 처음이 어렵지 일단 그 맛을 보면 어느 정도는 중독되는 거 같다. 아마 박 대리도 10회로 끝나지 않을 거다. 10회 소진 후 몇 개월은 쉴 수 있지만 분명히 다시 시작할 거다. 


사실 하대리의 전 직장 동료인 정희가 시술 중독이다. 정확히는 필러 중독인데 본인은 성형한 것처럼 보이는 얼굴이 좋다는 이상한 말을 한다. 성형하는데 돈을 들였으니 당연히 돈 들인 티가 나는 게 좋다는 이상한 논리의 말을 한다. 성형한 티가 난다고 돌려 얘기하는 건 돈을 들였음에도 얼굴이 그 전보다 이상하다는 뜻인데 그걸 저리 받아칠 줄은 몰랐다.


정희 신랑이 시술하기 전 엄청 반대했었다는데 결국 신랑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희는 시술을 감행했다. 첫 시술 후 퉁퉁 부은 정희 얼굴을 보고 그 후 몇 달간 부부 사이에 대화가 없었다고 한다. 정희네는 아이가 없어서 부부싸움이 더 오래 가는 듯싶다. 그리고는 멈추지 않고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 어떤 날은 부어오른 얼굴이 괴물처럼 보여서 친한 하대리조차 깜짝 놀랐다. 제발 이제 멈춰줬으면 싶은데 그런 말도 듣기 싫어하니 뭐라 할 수도 없다. 정희 앞에서 직장 동료들은 차마 말은 못 하고 친한 하대리에게 속삭인다. 정희 얼굴이 심하게 변하고 있다고. 너무 이상하다고. 


전 직장에서 한 번은 차장님이 지나가는 하대리를 살짝 부르더니 묻는다. '이대리(정희다) 얼굴이 왜 저래? 도대체 뭘 한 거야? 마음을 곱게 써야지 얼굴이 저게 뭐야. 에휴' 하고 혀를 차고 간다. 정희가 그걸 놓치지 않고 내게 다가온다. 


"저 X 뭐래?" 거칠게 묻는다.   


정희와 최차장은 앙숙이다. 사실 직급으로 봐서는 정희가 무조건 굽히고 들어가야 하는데 정희는 최차장이 지나가면 쳐다도 안 보고 인사도 안 한다. 최차장 역시 그런 정희가 불편한지 못 본 척 지나친다. 하대리가 육아휴직으로 직장을 1년 정도 비운 적이 있다. 그때 정희의 업무를 평가하던 최 차장하고 정희가 크게 한판 붙었다고 한다. 같은 부서 내 상급자와 붙었을 경우 전적으로 불리한 건 하급자인 정희다. 그러고 보면 정희도 만만치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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