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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언서 Aug 24. 2023

양념도 하고 반찬도 하고

 텃밭 농사는 반찬이랑 양념 농사다.

 그리 크지 않은 텃밭에 비닐도 씌우고 거름도 주고 이것저것 씨도 뿌리고 모종도 심고 줄도 띄고 말뚝도 세우고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주말이 바쁘다.

 우리나라 음식의 대표적인 재료는 된장과 고추장을 기본으로 한다. 거기에 양념은 마늘과 고추 그리고 대파 등이다. 물론 요리에 따라 간장이나 들기름 그리고 생강과 양파가 들어가지만 그중에 마늘과 대파는 모든 음식에 기본적으로 빠지지 않은 양념이다.

 요즘 시쳇말로 내 손으로 가꾸지 않은 음식 재료는 원산지를 믿을 수 없다고 한다. 

 농축산물의 수입이나 수출이 국경을 초월하고 열대과일이 소비자의 입맛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세상이다. 또한 시설하우스에서 4계절 농작물이 재배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제철 음식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내가 해마다 텃밭에 심는 작물은 한결같다. 주말만 농사일을 할 수 있으니 일손이 많이 가거나 키우기 까다로운 작물은 애초부터 심지 않는다, 일주일에 한 번만 와서 관리해도 잘 견디고 바로바로 뜯어다 먹을 수 있는 농사만 짓는다. 그리고 한 해 동안 먹는 양념으로 마늘과 고추, 들깨만 심고 다른 작물은 계절에 따라먹을 수 있는 반찬거리 농산물을 심는다. 초여름부터 한여름까지 반찬거리 작물은 오이와 가지, 부추, 상추가 제격이다. 한여름 무더위가 시작되면 상추가 자라지 못해 여름용 상추 모종을 다시 심어야 한다.

 삼복더위가 지나고 나면 겨울 김장 배추와 무 심을 준비를 해야 한다.

 이런 텃밭 농사도 미리미리 준비하고 한 계절을 앞서가야 실패가 없다. 철에 따라 무슨 작물을 얼마큼 심고 다음 작물을 위해 얼마큼 남겨놔야 하는지 나름의 계획이 있어야 한다. 들깨를 심을 때 가을에 심어야 할 배추와 무의 양에 따라 얼마나 심을 것인지 적당한 면적을 남겨놔야 한다. 그리고 김장 양념에 사용할 대파와 갓도 함께 심어야 한 푼이라도 절약할 수 있다.

 양념 농사의 텃밭은 빈틈이 없다.

 이것저것 심고 남은 자투리에는 아욱과 시금치 씨를 뿌려야 한다. 가을 아욱국은 대문을 잠그고 먹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맛이 있어 누가 달라고 할까 대문까지 걸어 잠그고 먹는 음식이다. 그리고 시금치는 가을에 씨를 뿌리면 초겨울부터 다음 해 이른 봄까지 먹을 수 있다. 이른 봄에 자라는 시금치는 단맛이 날 정도로 맛이 있다. 

 이런 양념 농사도 쉬는 시기가 있다.

 들깨를 수확하고 나면 마늘 심을 자리를 남겨 놓고 김장 배추와 무를 수확한 자리는 한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휴식이다. 그대로 방치해 놓으면 겨울과 봄까지 자연적으로 자라는 냉이가 지천이다. 씨를 뿌리지도 거름을 주지 않아도 잘 자라는 것이 냉이다. 한겨울이 지나고 눈이 녹아가며 텃밭에서 자라는 냉이는 뿌리에 향을 담고 있어 국을 끓이면 그 맛이 일품이다. 냉이도 겨울이 지나면 바로 꽃이 피기 시작해 이른 봄까지만 먹을 수 있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사계절의 경계 구분이 어렵고 겨울에도 삼한사온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봄인 듯싶으면 여름이고 여름인 듯싶으면 가을로 이어지고 바로 겨울이 시작되는 것 같다.

 양념 농사에 꼭 양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는 오이와 가지를 심을 때 참외와 토마토 모종을 함께 심어 잘 가꾸었다. 그랬더니 여름 과일 참외가 많이 열어 사무실 직원들까지 맛을 볼 수 있었다. 토마토는 매일 하나씩 먹는데 한동안 마트에서 사서 먹지 않아도 될 만큼 자급자족을 할 수 있다. 농사는 자급자족할 수 있는 작물을 가꾸는 일이지만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어려움도 있다. 그 어려움은 바로 잡초다. 농사는 잡초와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잡초는 장마에도 가뭄에도 잘 자란다. 그런 생명력을 가진 농작물이 있었으면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

 농사꾼이 잡초를 이길 방법은 없다. 물론 제초제라는 농약이 있지만 그 또한 한계가 있고 작물에 따라서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 텃밭에 퇴비를 뿌려도 잡초가 영양분을 다 먹어 치우면 작물은 비실비실 수확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잡초는 아주 작은 틈만 있어도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어나간다. 잡초와 농작물이 상호 공존하며 살아가면 좋을 텐데 그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텃밭 농사는 내가 가꾸기 편해야 한다. 

 쥐꼬리만 한 농사에 필요한 농기계를 모두 갖추고 할 수 없어 수작업으로 대충 심고 가꾸어도 잘 자랄 수 있는 것이 좋다. 이것저것 심어봐서 손이 많이 가고 재배나 수확이 까다로운 작물은 그냥 사서 먹는 것이 경제적이다. 

 이번 주말에는 일도 해야 하고 행사도 있고 혼인집도 있다. 

 작은 텃밭도 농사랍시고 주말만 되면 흙 묻은 손을 씻을 틈도 없이 새참을 먹는다.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그늘진 흙바닥에 철퍼덕 앉아 한숨을 돌리고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을 벌컥벌컥 들이켜면 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개운함과 행복함을 느낄 수 있어 좋다.

 나는 이 맛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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