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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빛지원 Sep 29. 2024

지란지교 내 친구들

친구네 별장에서  야밤에 추억여행


가평 친구네  숲 속 별장이다. 가을밤에  들리는  이름 모를  풀벌레소리와 친구들의 드르렁드르렁  코 고는 소리가 고요한 숲 속 별장에 퍼진다.


왜 이리 잠이 안 오는 거지?

잠자는 시간을 놓쳐서 그런가?

엎치락 뒤치락 거리다 보니

아이쿠야~~

낮에 먹은 커피가 문제인거같다.


예전엔 커피를 아무리 마셔도 잠자는 건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커피유혹을 못 참은 벌로 잠 고문을 당하고 있다.


가평 오는 길에  종종 들리는 제빵소에서 서울친구와 합류하기로 했다.   신갈, 수원 친구를 모시고  제빵소에 도착하고 나니 어찌 커피  유혹을 물리치랴.


건강상 이유로  자제하는 커피를  마시고 말았다. 친구들을 만나면 들뜬 마음에 기억의 회로들이  나사가 풀려 나간다. 오늘 커피 너무 맛있다를 외치며  마지막 남은  한 방울도 남김없이 다 마셨다. 



 평소 같으면 곯아떨어져야 하는 시점에

난  지금 친구들의 코고는 소리와  가끔씩 들리는 풍선  바람 빠지는 듯한  소리를 들으며   깜깜한 밤에  넌 누구니?

저 소린 구리댁인가?




 

잠 못 자는 이유를 커피에게 돌리고 뿌연 안개가 낀듯한 눈을 달래며 어두운 밤에 불량 을 한다. 포기한 잠은  낮에 친구들과 함께 본 앨범 속 영상들을 소환하기로 한다.



나의  3학년 2반 사진이다.

삐쩍 말라깽이  긴 얼굴  ^^



신갈 친구가  고등 앨범을  싸가지고 왔다.

몇십 년 만에 펼쳐보는 앨범을 보며

우리는 고등학생이  되어 앨범에 등장하는 선생님들과의  추억을 소환해 본다.  큰 산이었던 선생님들 모습을 보니  이렇게 젊으셨구나..



수학선생님 국사 선생님 연애사 이야기부터

못생김의 그 시절 우리들의 얼굴을 보며  지금의 얼굴들이 훨씬 낫다고  ~

서로를 디스하고 도마에 올려 두들겨도  그저  깔깔대며 웃는다.


6명의 친구들이다.

5명의 친구는 한 동네서 태어나 자라고 초중고를 함께한 친구들이다. 나는 이 친구들을 중학교 때 만나게 되고 모두 친하게 지내다 보니 어느덧 난 그 동네  일원이 되어있었다.


행운이었다. 내가 고안리  좋은 친구들 틈에 있다는 건 나를 받아준 친구들이  모두 좋은 친구들 이기  때문이다




나이 60이 넘고 나니 나를 비롯 아픈 친구들이  자꾸 나온다. 서로 컨디션 조절도 해야 하고 먼 거리  여행보다는   방바닥에 널브러져 먹고 자고 놀고 쉬고  그렇게 1박 2일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그냥 좋다.



서울친구는 같은 이야기를 해도  만담 하듯  친구들을 울렸다 웃겼다 배꼽을 빼놓고 만다.

맛있고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건 타고난 재주인듯하다

 내 친구들을 만나면 웃음보가 터지게 된다.





50년 60년을 함께한 내친구들을  말하려면

유안진 님의 수필 지란지교를 꿈꾸며

이글이 생각난다


"지란지교를 꿈꾸며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에겐  이런 친구가 있다.

50년을 보아온 내 친구들이다.

어렵고 힘든 일 있을 때  진심으로 위로해 주고 기쁜 일이 있을 때 나보다 더 나를 축하해 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

너는 누구?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그런 친구가 되어줄께.

내 친구들이 그런 친구 아니던가?

남의 동네에 미운 오리새끼처럼  끼어

들어가 그들의 친구가 되었다.


누구든 먼저 가는 녀는 가만 안둘테다.

건강하게 오래 오래 함께하자.

내 친구들아!!

야밤에 주저리 주저리




가평친구네 별장에서   잠못드는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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