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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 로지 Oct 15. 2022

그녀가 조용히 혼자 아픔을 삼키던 날들을 기억한다

 

우선 변명을 하자면, 대단한 감상평을  깜냥을 갖추지 않았고 누군가의 글을 재단할 만한 성격도  되기 때문에 어떻게 감상을 전달할까 고민이 자꾸 길어졌다. 근무 시간에 괜히 워드를 켰다가 메모장을 켰다가 반복하고 겨우 써놨던  문장을 지우고. 하지만 결국은 그녀 스스로를 돌아본 수필이기에  역시도 그녀와의 만남을 돌아보려고 한다. 최대한  시선에서 담백하게.



돌아보니 벌써   전이  어느 겨울에 나는 그녀가 있는 회사에 입사하였다.  당시 그녀와 물리적으로 오랜 시간 함께 근무한 동료도 아니었고 출퇴근 길을 함께 한다거나 메신저로   없이 수다를 떠는 친구도 아니었지만 어쩐지 나는 그녀가 그냥 좋았다. 그때의  기질이 예민한 탓에  누구에게도 쉽게 맘을 열지 못하고 스스로에게도 기댈  모르던 미숙한 사회 초년생이었다. 그런 내가 너무  감정의 높낮이로 휩쓸려가지 않게 회사 안의 작은 부표가 되어준  단연코 그녀였을 것이다. 내게 그녀는 어쩌면 조금은 믿을 만한 구석이었고 수년간 본받을만한 멋진 선배가 되어주었다. 그런 그녀가 나에게 예상보다 훨씬  폭풍우 속에서 세차게 흔들렸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처럼  온화한 문체로. 그래서 그럴까. 처음  글을 읽고  생각은 내가 감히  이야기를 읽어도 될까,였다.


그녀가 조용히 혼자 아픔을 삼키던 날들을 기억한다. 어느 날에는 쫄래쫄래 그녀의 자리로 찾아갔다가 빈자리를 마주하기도 했다. 단순히 컨디션이 좋지 않다더라 하는 소식과 함께. 정확한 병명을 모르기에 증상도   없지만 어렴풋이 아파하는구나, 하고 건방지게 짐작했다. 내가   있는 것이라곤 캐묻지 않고 가만히 들여다보기. 그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점심을 함께 먹기.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시원한 음료라도 올려두기 따위의 것들이었지만 지금 와서  글을 돌이켜보니 조금만  건방지게 굴어볼걸 하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괜찮아 반복하는 동안  무엇을 안다고 끄덕였을까? 수도 없이 그녀를 절망시켰을 의사와의 면담과 스테로이드제를 알고도 나는  발짝 뒤로 물러나 있었을까?


지금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  많은 이들이 아프기에 함께 버틴다는 문장에 깊이 동의한다. 나라고  다를  없이 마음이  아팠던 시절이 있었고 강박에 평정을 잃은 모습을 회사 비상계단에서 들킨  있기도 했다.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상 1F 난간에 매달려있는 꼴이었나 싶다. 그래서 그녀가 지하 50, 100층까지 곤두박질친 이야기를 읽고는 한동안 입맛이  썼다. 낙하산 이야기는  어떻고. 바닥이 보이지 않는 아래로  아래로 자유 낙하하는 기분, 나는 감히 공감할 수도 없다. 그런데 그녀는 추락하는  와중에도 의연하게 주섬주섬 낙하산을 꺼내 착용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해도 안전하게 착지시켜줄 낙하산을 말이다. 그런데 이야기를  읽었을  즈음 나는 우습지만 아주 일리 있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 그녀의 다리는 점점 단단하고 튼튼해져서 맨몸으로 가뿐히 착륙을 해낼 수도 있지 않냐고. 설령 조금의 근육통이 있을지라도.


그래서 나는 그녀를 존경한다. 지상과 지하 몇십층의 낙하를 이겨내는 유연함을. 중력을 이기고 다시 지상으로 올라오는 강인함을.  모든 것을 겪어온 그녀의 지금 모습을. 그리고 그녀의 뜻대로     걸어 나갈 용기를.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주위를 돌아보는  놓치지 않는 그녀에게 오늘도 멋지다는 찬사를 보낸다. 겸손하게 손사래 칠 모습이 그려지지만 가끔은 거절하지 않고 스스로를 칭찬해주었으면 하는 작은 욕심도 부려본다.


언제인지 기억도  나던 그때에 ㅡ정확히 어떤 말과 행동이었는지 가물가물한 것도 많지만ㅡ 선배에게 받은 수많은 위로와 다정을 기억한다.  년이 지난 이제는 나도 더더욱  주변에 다정함을 나누어줘보려고 한다. 지난밤에는 글쎄 어쩌면 그녀가 뿌린 다정이 이렇게 주변에 피어나고 있는  아닐까 미소 짓기도 했다. 이제는 글이라는 매개체로 그녀만의 따뜻함을 공유할  있게 되어 문득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시선으로  많은 사람들을 넓게 감싸 안아주길. 그리고 요란하지 않게, 꾸준하고 잔잔하게 그녀의 글을 응원할  있는 기회를 주길.



2022년 9월에서 10월로 넘어가는 가을밤에, 응원하는 동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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