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봉 Jun 30. 2022

속초 당일치기 여행

대중교통으로 여행하기

서울에서 속초까지 고속버스로 여행을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아침에 출발에서 저녁에 돌아오는

1일 생활권을 보여주는 여행이다.

지하철 3호선 고속버스터미널 역에 내려서

영동선 표시를 따라갔다.


사실 고속버스터미널에 처음 가 보는 것이었다.


작년에 삼천포에 갈 때 갔었던 남부 터미널을 생각하면 갔었는데,  전혀 다른 분위기, 여기는 호텔 같았다.


깔끔한데, 너무 넓어서,

길치인 나는 길을 찾기가 어려웠다.

19번 속초 양양 홈으로 가면 된다.

갈 때는 미리 인터넷으로 우등버스를 예매했다.

의자가 참 편해서 잠이 솔솔 왔다.


서울에서 속초까지 2시간 20분 걸린다.


중간에 홍천휴게소에서 15분 동안 쉬었다.

안개가 지분거리며 저 산 위로 보였다.

한 폭의 수선화 같았다.

한참을 달려서 정류장에 섰다.

사람들이 많이 내려서

"여기가 속초해수욕장인가요?"

버스 기사님께 여쭈어 보았다.

"여기서 내리시면 헤엄쳐서 가야 합니다."

기사님의 재치 있는 답변에 버스 안의 사람들은 모두 웃었다.

그곳은 양양이었다. 낙산해변을 가기 위한

사람들이 내린 것이었다.


속초 터미널에 도착을 했다.

거기서 서울 가는 시간표를 보니 버스가 많았다.

수요일 저녁이라서 예매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버스표 예매를 하지 않고,

놀다가 와서 바로 서울로 가기로 했다.


아침을 먹고 오지 않아 배가 고팠다.

이른 점심을 먹기로 하고 해물칼국수집을 찾았는데

회를 먹고 나면 나오는 칼국수 이외, 따로 칼국수만 파는 가게가 없었다.


대신 해물라면 가게에 들어갔다.

라면 한 그릇에 만원이라

적혀 있는 메뉴판을 보고 놀라긴 했지만,

점심을 먹어야 하니까 시켰다.

게 한 마리, 전복이 들어 있는 라면이었다.

짬뽕과는 또 다른 맛이었다.

충분히 만원 주고 사 먹을만한 맛으로, 맛있었다.


배부르게 한 그릇 먹고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버스터미널에서 5분 정도만 걸으면 바다가 보인다.

대중교통으로 바다를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이 든다.

2월에 가족들과 여행을 왔을 때는,

공사를 하고 있었던 대관람차가 운행이 되고 있었다.

먹구름으로 가득한 회색빛 하늘이

푸르스름한 바다 위에 놓여있었다.

아쿠아슈즈로 갈아 신고 그 바다로 향했다.


모래 위에 멸치들이 파닥이고 있었다.

파도에 휩쓸려 왔다가 함께 나가지 못하고

그대로 남겨진 것 같았다.

한숨을 토해내며

몇 마리 들어서 바닷속으로 던져 다시 보내주었지만

나 혼자로는 역부족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또 다른 여행객은 다 먹은 생수병 안에

멸치를 넣어서 아이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아이는 "물고기다. 물고기" 하며 신기해하며

벌렁벌렁 뛰어갔다.


발끝에 물이 닿자

얼음장처럼 바닷물이 차가웠다.

겨울철 동상 걸릴 듯 발가락이 아려왔다.

정수리가 쭈뼛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바닷물이 참 맑고 깨끗했다.

바닷 공기를 나긋나긋 씹어보았다.

바닷 비린내 심심찮게 내 코로 들어왔다.

속초 해안의 냄새가 더욱 짙어졌다.

파도가 덮쳐 나의 청 지를 젖게 했지만,

기분은 좋아졌다.


거대한 바다도 나를 위축시키지 못했다.


돗자리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고

돗자리에 누워서, 바다를 바라보고

너 푼 너 푼 춤추는 파도와 바다를 실컷 보았다.

내 귀에 들리는 소리는 울부짖는 파도소리와

내 숨소리뿐이었다.


그리고 아바이순대로 이른 저녁을 먹고 다시 터미널로 왔다.

서울 가는 표가 많이 없었다.

내 예상과 달리 평일에도 사람들이

당일치기로 여행을 많이 다니고 있었다.

대부분 대학생들이었지만,

물론 나도 대학원생이라 방학을 해서 간 것이지만...

우등고속이 아니라 일반고속을 예매했다.

버스표 가격은 5천 원 정도 싸다.

그런데 옆자리가 붙어 있어서 엄청 불편했다.

내 표정과 시선은 바늘 끝 같았다.

내 옆자리에 앉은 청년이 아주 덩치가 좋았기 때문이다.


그 청년도 미안한지 계속 몸을 오무뜨렸지만,

그런다고 몸이 작아지는가?

불편했지만 긴 한숨을 꺾고 집에 가야 하니까 참았다.

서울 오는 내내 옆자리 청년과 붙지 않으려고 힘을 썼더니,

오른쪽 허벅지가 얼얼하며 욱신욱신 쓰렸다.


서울에는 하루 종일 비가 많이 왔다고 한다.

속초는 날씨가 참 좋았다.

산맥을 사이에 두고 날씨가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날이었다.

당일치기,

대중교통으로,

여행하기 참 좋은 곳이 '속초'라고 당당히 말한다.

 

이전 16화 혼자 캠핑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