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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현 May 03. 2024

기적 같은 삶

나는 17살에 피디를 꿈꿨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타인에게 기쁨을 주는 삶. 원래 타인을 웃기는 일이 좋아서 개그맨을 하고 싶었는데, 내 능력으로는 힘들다 판단했다. 그래서 그들을 돕는 피디의 꿈을 키웠다. 참 감사하게도 29살에 목표였던 예능 피디가 되며 그 꿈을 이뤘다. 그렇게 선망하던 예능 피디는 생각 같지 않았다. 잦은 야근과 강한 업무 강도.. 그래서 인생의 다른 목표를 찾아 나섰다. 여기까지가 내 인생의 1부다.


3년 전, 큰 목표를 하나 세웠다. 내 자유의지로, 하는 내내 즐겁고, 평생 할 수 있으며, 그것이 내 성장을 만들고, 기록으로 남으며, 하나의 플랫폼이 될 수 있고,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찾자고. 그렇게 시작한 게 유튜브 지식소매상이다. 책을 읽으며 그 내용을 유튜브에 남기면, 그것이 잘 되든 안 되든 어차피 나한테 좋기 때문에 기록용으로 유튜브를 시작했다. 누가 보든 안보든 공부를 한다 생각하고 업로드 한지 약 3년, 그래도 구독자 2만 명의 유의미한 흔적이 되었다. 기적 같은 점은 위에 열거한 모든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유롭게 하고 싶어서 하는데, 그것이 나에게 곧바로 영양분이 되는 일이 몇 개나 있을까? 심지어 하는 내내 즐겁고 기록으로 남기까지 한다. 그 기록을 나만 보는 게 아니라 타인과 공유하며 좋은 영향을 준다? 이런 게 기적이 아니면 무엇일까. 심지어 이제는 돈까지 번다. 한 달 10만 원, 누군가에겐 정말 적은 돈이지만 나에겐 의미가 크다. 연이율 4%, 3천만 원어치 예금이다.


인생 2부에는 북카페를 오픈하고 싶다. 독서모임과 독서 유튜브의 사람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을 만드는 게 꿈이다. 인생 3부의 노년에는 도서관을 만들고 싶다. 대한민국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도서관. 기원전 3세기에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인류의 지식 모두를 아우르는 열망이 담겨있었다고 한다. 내가 만든 도서관은 책을 읽는 자신에게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이런 공간에서 책을 읽고 있다는 거 자체가 기쁨인 기적 같은 곳, 그런 도서관을 만들고 싶다.


이런 목표를 장황하게 적어두고 공표하는 이유는, 진짜 이뤄보고 싶기 때문이다. 17살부터 26살까지 늘 피디가 꿈이라며 주변에 이야기했다. 그러더니 결국 이뤄졌다. 29살에는 파이어족이 목표라며 틈만 나면 떠들었다. 그 턱에도 얼추 닿고 있다. 주변에 말을 해두면 부끄러워서 꾸준히 걷게 된다. 그리고 꾸준히 걷다 보면 닿는다. 이것은 일종의 선언이자 채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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