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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i May 12. 2024

오늘 드디어 홍차&커피 카페를 오픈했다.

이름은 블랙티하우스

  늘 꿈꾸어 오던 티&커피 카페를 오늘 드디어 첫 문을 열었다. 공간이 작아서 많은 고객을 맞이할 수는 없지만 나 혼자 감당해 낼 수 있어 다행이다. 오늘은 첫날이라 막냇동생이 함께 했다. 요즘은 예약제로 많이 운영하기에 나도 그렇게 하기로 했는데 잘한 것 같다. 


  가까운 지인들로부터 축하화분을 받으며 오늘 하루를 시작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대문을 활짝 열고 메뉴 하나하나를 기억하며 차를 마시러 오기로 한 손님을 기다렸다. 테이블을 닦고 또 닦으며 행여나 먼지 한 톨 있을세라 매의 눈으로 확인 또 확인하였다. 


  어린 시절 첫사랑의 느낌이 이랬던가 싶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기쁨이 머리끝까지 차올라 어찌할 바를 몰랐다. 입이 귀에 걸렸다. 왠지 걱정보다 설렘이 내 온몸을 휘감았다. 내가 만든 리넨 꽃자수 앞치마를 괜히 벗었다가 입었다가를 반복했다. 어린아이 같았다. 내게도 이런 모습이 있었단 말인가.


  오늘 카페를 오픈하기까지 많은 지인들이 도와주셨다. 인테리어부터 사소한 일들까지 두 손 걷어붙이고 함께 해주신 분들이 떠오른다. 아직 이 세상은 따뜻하다는 생각에 그저 감사의 인사를 마구마구 부는 바람 속으로 날려본다. 아침 일찍 오셔서 마지막 점검을 해 주시고, 차를 주문하셔서 마셔주기도 하며 나를 안심시키는 아름다운 분들, 잊지 않을 것이다. 거기다 결제까지, 덕분에 낚싯줄에 감성돔이 걸린듯한 짜릿한 손맛을 느끼게 해 주셨다. 괜히 동생카드로 100원 결제를 해 보았다. 우리는 둘 다 동시에 웃었다.


  다 그런 건 아니다. 동네 할머니 몇 분이 말씀하시기를, 다방을 하면 이상한 남자들이 들락거리며 마을을 망치게 할 것이라고 미리 걱정을 한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다방이라는 용어에 괜히 웃게 된다. 일테면 나는 다방마담인 겐가? 게다가 고객들이 차를 많이 주차하게 되면 번잡스러울까 봐 걱정을 한다. 이해가 되는 바이다.


  다음 주 월요일에 마을 어르신들이 다 모인다고 하길래, 어르신들이 드실만한 술과 과일 그리고 떡을 준비하겠다고 마을 이장님께 말했다. 튀김닭도 좋아한다고 하길래 그것도 준비하겠다고 했다. 주차비가 필요하면 얼마나 내야 하는지 의논해서 알려달라고 했다. 마음씨 좋은 옆집 아저씨가 내 마음이 상할까 봐 걱정을 많이 하신다. 나는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드렸다. 다 품을 수 있으니까.


  찻집을 계획하고 준비하면서 참으로 행복했다. 힘든 일도 있었지만 여기저기서 도움을 받았고, 여러 손을 모아서 생각보다 쉽게 첫 가게 문을 열 수 있었다. 손님이 있으면 돈을 벌 수 있어 좋고, 손님이 없으면 나의 놀이터가 된다. 글도 쓰고 읽고, 음악도 듣고 여러 가지 준비된 차를 마셔도 보고 얼마나 좋은가. 엔틱과 빈티지 찻잔을 많이 구해두었는데 그들을 보고 만지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부자다. 


  오늘밤은 쉬 잠을 이룰 수가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누군가 나의 대문을 열고 '차 한잔만 주세요'라고 할 것 같다. 오전 11시에 대문을 열고 오후 7시에 대문을 닫는다고 했지만 칼 같은 문지기는 싫다. 무질서한 문지기가 될 것이다.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는 티&커피 즉 나의 블랙티하우스를 오늘밤 꼭 안고 잘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문에 걸려있는 자그마한 가게 간판 블랙티하우스/그림 속 고양이가 딱딱한 집을 부드럽게 해 준다.

커피는 블루마운틴/홍차는 영국에서 주로 즐겨마시는 홍차로 준비해 두었다.

  정자에 앉아서 연못을 바라보며 마시고 싶어 준비한 홍차 마르코폴로

내가 좋아하는 덴마크 로열코펜하겐 찻잔과 티팟

갓난아기 때 우리 집에 와서 어른 고양이가 된 요 녀석이 한컷 찍어달라고 떼를 쓴다.

  

테이크 아웃이 필요할까 봐 준비한 종이잔에 종이빨대

  커피 블루마운틴을 쿠키와 함께 준비해 보았다.

치즈케이크, 크랜베리 스콘, 호두파이, 쿠키 등등

시향 할 수 있도록 준비된 쪼꼬미 병

조용하게 담소를 나누고자 하는 분들을 위한 작은 룸
얼그레이 밀크티라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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