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폐쇄병동에 입원하다
17일 차. 긴급 강제 입원을 결심했던 이유
우리는 모든 병이 치료로 한 번에 낫길 바란다. 하지만 어떤 치료로도 모든 게 한순간에 바뀔 수는 없다. 하물며 감기약도 7일을 먹는다. 모든 병은 점진적으로 낫는다.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병 치료의 경우에는 더욱 복잡하다. 환자 스스로 우울의 바다에서 나올 힘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약물에 의존하지 않을 힘, 생활방식을 바꿀 힘, 때로는 자신의 사고방식까지 바꿀 힘이 필요하다.
그러나 내 동생은 당시 힘이 너무 없었다. 스프라바토를 한 직후와, 그 이후 우울감의 괴리가 너무 컸다. 이 우울감이 심해질 때에는 술을 마셔 현실을 잊으려 했다. 술을 마신 후에는 심하게 주정을 부렸다. 모든 것이 자기 탓이라며 오열하다 탈진하거나, 커터칼을 사서 자해를 했다.
성인이 커터칼을 사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고, 결국 동생은 세 번의 자해를 성공한 끝에 긴급으로 강제입원을 하게 되었다.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로 자해를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해는 그 크기나 정도가 어떻든 우울증 중증의 증상이다. 자살 가능성이 있는 상태로 판단된다.
따라서 4월의 아침, 술을 마신 뒤 자해하여 응급실에 실려간 동생은 긴급입원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해당 병원에 정신과 폐쇄병동이 있어 바로 입원수속을 밟을 수 있었다.
의사는 정신과 첫 입원이니만큼 강제입원을 시키지 않고 싶어 했다. 강제입원을 할 경우, 정신과 병동에 다신 오지 않거나 가족들을 원망하여 병이 더욱 악화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엄마가 최대한 동생을 설득했으나, 동생은 계속 말했다.
"나 핸드폰 줘. 멀쩡하다니까?"
동생은 그때 사람들을 만나 모임을 갖는 일, 모임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핸드폰을 하는 일, 모임에 나가기 위해 엄마에게서 돈을 타내는 일에 매진하고 있었다. 그날도 오후에 약속이 있다며 얼른 퇴원수속을 밟자고 했다.
결국 강제입원을 위해 아버지가 응급실에 왔다. 보호자 전체의 동의가 있어야만 폐쇄병동 강제입원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엄마가 아버지가 오기 전, 아침부터 정오까지 설득했지만 동생은 받아들이지 못했다. 결국 엄마와 아버지가 강제입원동의서를 작성한 후 간호사들이 동생을 끌고 갔다.
입원 과정이 제일 힘들었다. 동생이 계속 도망치려 해서 간호사들이 동생에게 구속복을 입혔다. 동생은 침대에 누워 폐쇄병동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닫힐 때까지 엄마를 향해 애원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했다. 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만날 수만 있다면, 약속에 나갈 수만 있다면 뭐든 할 기세였다. 하지만 더 이상 동생의 말만 믿을 수는 없었다. 이대로 놔두다가는 어떤 치료나 후회로도 되돌릴 수 없는 일이 생길 수도 있었다. 우리 가족은, 심지어 아버지까지도 그런 것은 원치 않았기 때문에 동생을 입원시켰다.
폐쇄병동에 입원하면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기기를 소지할 수 없다. 스마트폰 중독이나 메신저 중독, 또 온라인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온라인상으로 본인이 해결해야 하는 급한 업무가 있는 경우에는 요청을 통해 감독 아래에서 병동의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필기구나 액세서리 등 개인물품을 소지할 수 없다. 환자의 자해 또는 타인의 상해를 막기 위해서이다.
다만 속옷이나 수건, 깨지지 않는 병에 담긴 로션과 같은 생필품은 가족이 병동 데스크를 통해 가져다주어야 한다.
그리고 전화카드와 같이 환자카드에 일정 금액을 가족들이 충전시켜 둘 수 있다. 이 카드로 허락된 시간 동안 병동 공중전화를 통해 전화를 하거나 간식 구매를 요청할 수 있다. 또한 보호자를 위해 간호사 및 의사와의 전화상담 서비스가 있다. 적응기간이 지나면 환자 면담도 가능해지기 때문에, 입원 기간 동안 환자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병동 내에선 체조 등 기본적인 신체활동을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물론 무조건 모든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동생도 강제입원에 분노하여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았다.
전화가 허용되고 나서 동생은 곧장 엄마, 아버지, 나에게 돌아가며 전화를 걸었다.
"언니, 나 좀 꺼내 줘. 나 이제 진짜 다 나았어."
나는 동생이 엄마에게도 같은 말을 했다는 것을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나는 먼저 동생의 안부를 물은 뒤, 엄마와 약속한 대로 말했다.
"그건 언니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의사 선생님과 이야기를 해서..."
동생은 내 말을 끊었다.
"언니도 똑같은 소리 하네."
바로 전화가 끊겼다. 그 뒤로 동생은 일주일 동안 전화 시간에 엄마에게 전화해 화를 내기도 하고 애걸하기도 했다.
이 일은 엄마에게도 보통 일은 아니었다. '정신병원'에서 제발 내보내 달라는 딸의 목소리를 진심으로 외면할 수 있는 부모는 아마 세상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동생은 거기 있어야 했다. 동생뿐만 아니라 엄마를 위해서도 그랬다. 입원하기 전 엄마는 동생의 정신병에 가장 심하게 시달린 사람이었다. 엄마도 정신적으로 쇠약해져 있었다. 나는 엄마가 동생이 입원해 있는 동안 회복하기를 바랐다. 입원치료 한 번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 믿는다면, 그것은 너무나 순진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일주일이 지나자 동생과의 면담이 가능해졌다. 동생은 엄마의 얼굴을 보더니 울면서 얼른 낫겠다고 했다. 그때 동생은 나가고 싶다는 생각, 가족들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힘을 얻었다. 또한 규칙적인 생활과 빼먹지 않고 제시간에 맞춰 복용하는 약, 병원 프로그램 참여로 동생의 상태는 좋아졌다. 동생은 강제입원 2주 반 만에 퇴원하였다.
정신과 폐쇄병동 입원치료는 '스스로 우울의 바다에서 나올 힘'을 주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환자의 생활습관 교정, 약 복용을 습관화시켜 주는 것을 포함해, '병원에서 나가고 싶다'라는 마음에서 출발하는 낫고자 하는 의지가 힘을 만든다.
폐쇄병동에 대한 공포스러운 일화들 때문에 입원을 망설이고 있다면 입원 시 환자의 안전이 보장된다는 점을 한 번 더 고려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환자의 행동으로 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있을 경우, 환자의 보호를 위해서라도 입원치료를 해야 함을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입원치료는 최후의 수단이다. 자유가 극도로 제한되고 오로지 치료에만 시간을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동생은 지금까지도 가끔씩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고 싶을 때 강제로 입원시켰던 일을 꺼내기도 한다. 입원치료에는 분명 위험도 단점도 있다. 하지만 환자의 안전이 위험한 상황이라면 더 고민할 수는 없다. 잠시 자유를 잃더라도 되돌릴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한두 달 정도의 시간을 치료에 전념하는 것이 낫다.
최악의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고, 그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누구나 그 방법을 사용할 것이다. 결국 동생도 퇴원할 때 엄마를 끌어안고, 자신이 입원해야 했던 상태였다고 말했다. 마음이 나은 것, 나아갈 힘이 생긴 것은 몸 상태만으로도 느낄 수 있다. 우울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게 된 힘있는 발걸음은 훨씬 가벼운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