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하단 Sep 24. 2024

마이너스 엔트로피 미래 사회?

인류학이 추구한 사회일지도 모른다

마이너스 엔트로피 미래 사회?


물리학 또는 열역학에서 우리와 같은 이과생들은 엔트로피 개념을 무조건 양(+)의 값으로 이해하잖아요. 무질서도 또는 자유로워지고 싶어하는 에너지로 알고 있구요. 열역학 제2 법칙에서도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반응이 자발적으로 일어난다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팬데믹이 한참일 때 우연찮게 버나드 스티글러(Bernard Stiegler)라는 프랑스 철학자를 알게 되었는데요, 물론 공학자로서 깊은 사상을 이해한다기 보다는 이분의 “마이너스 엔트로피” 개념이 마음에 굉장히 와 닿았습니다. “맞아, 이거야. 디지털기술이 지배하는 미래사회는 이런 모습일거야”라는 생각이 든거죠.


스티글러의 주장은 이런 식입니다. 미래 디지털 사회 인공지능과 이를 장착한 로봇이 거의 모든 인간의 일자리를 차지해 우리가 비집고 들어갈 만한 공간이 아예 없어져 버리는거죠. 현재와 같이 직장을 구하려는 사람은 많고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는 상황과는 전혀 다른 차원입니다. 원하지만 비좁은 직장으로 경쟁을 뚫고 취업하려는 것은 취업 희망자를 기준으로 보면 엔트로피가 낮아지는 상태로 이동하고 싶은 것이고 사회 전체를 보면 한정된 직장을 두고 경쟁하는 갈등이 첨예해서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 즉, 폭발하기 직전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개인 차원에서는 엔트로피를 낮추어 꿈의 직장을 가지고 싶어하지만 개인이 모인 사회는 엔트로피 폭발 직전인거죠. 세계 경제의 흐름 변화 혹은 국가 정책적 지원으로 특정 분야이기는 하지만 일자리가 대량으로 만들어져 꽉 막혀있던 취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됩니다. 인공지능 분야,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정부가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어 그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자리가 생겼다면 극도로 낮은 엔트로피로 답답하게 꽉 막혀있던 상태에서 순식간에 일할 기회가 급격하게 많이 생겨 엔트로피가 폭발적으로 증가한거죠.


하지만 미래사회는 다릅니다. 정부 아니라 그 어떤 강력한 지원이 생기더라도 인간을 위한 일자리가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거죠. 그러니 미래 사회 인간은 인공지능 로봇 사이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 자신의 엔트로피를 낮추는 노력으로는 일자리를 구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겁니다. 대신 가상세계 속에서만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마이너스 엔트로피라고 명명합니다. 그래서 미래 불확실한 사회의 모습을 마이너스 엔트로피라고 이해합니다.


원시 부족사회가 문화로 구성원을 구속하는듯 보이지만 정작 부족민은 자발적으로 문화에 따른다고 말합니다. 동일한 문화의 강제를 다른 현대 사회로 가져온다면 엄청난 갈등이 생기겠지만 원시 사회는 갈등이 거의 없고 아예 없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즉, 구조주의 인류학이 말하는 엔트로피가 “0”이죠. 이런 식의 세계관을 미래 디지털 사회로 가져오면 엔트로피가 “마이너스”인 세상으로 건너 간다는 이해가 가능해 집니다. 새로운 미래사회 인류학의 개념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인류세만 해도 저는 다르게 보고 싶어요. 지금과 같이 탄소중립 형태로 해결가능한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탄소배출의 국가가 갈등의 해소, 즉, 엔트로피 폭발로 해결가능한 길은 없다고 판단합니다. 대신 기후재앙과 탄소의 전혀 다른 “마이너스 엔트로피” 차원을 현실로 가져올 때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