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는 행복에 대하여
영화 “서브스턴스”는 관객이 장르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한다. 과학기술 원리를 소개하면서 완벽한 자아를 제공한다는 과학 유토피아로 시작해 과학기술 결과가 가져오는 환희의 절제에 실패할 때 찾아오는 한 개인의 붕괴를 디스토피아 개념으로 소개한다. 즉, 이 영화는 SF장르의 공식을 충실하게 따른다. 그러면서 영화 내내 마음 졸이면서 다음 장면을 신경써야 하는 스릴러 영화 성격을 갖는다.
영화는 SF와 스릴러 장르에 만족하지 못하겠다는듯, 대학 강의실 헤겔 수업의 철학이론을 자연스럽게 연상시킨다. 자신의 완벽한 자아를 통해 개인 정체성의 완성을 꿈꾸는 주인공 ‘엘리자베스 스파클’은 헤겔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이 되며 관객은 그녀의 답안을 족보 삼아 삶이란 시험을 보는듯 하다.
철학 수업으로 이끌었던 영화는 예술의 카타르시스로 마무리 한다.
이때 도저히 못참겠다는듯 영화관을 빠져 나가는 젊은이에게 “아, 지금 나가면 언젠가 당신의 인생 후반 다시 봐야 할텐데요. 이번 기회에 그냥 마무리하면 좋을텐데…” 라고 달려가 말리고 싶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것도 그가 온전히 감당해야 할 인생의 몫이다.
영화 말미, 성탄 전야제 붉음 가득한 피의 파티는 영화 “캐리(1976년)”를 오마쥬함으로써 이 영화가 철저하게 카타르시스를 향해 달려왔다는 증명을 어렵지 않게 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