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없이도 학생을 열심히 공부하게 만드는 방법에 대하여

이유의 유무, 우연과 필연

by 강하단

울산으로 대학을 옮겨 살 집을 구하면서 학성천 상류 옆 아파트로 결정했었다. 그러나 변수가 생겼는데 집주인의 사정으로 계약이 지연되자 복덕방 추천으로 인근 전원주택을 둘러본 후 변경했다. 이사하던 날 전원주택 살던 세입자는 자신의 반려견을 동네 누군가에게 줘 버린다고 하면서 대신 키우지 않겠냐고 했다. 그 개를 가족으로 맞았다.


이야기 중 이유가 분명한 필연과 이유없는 우연을 구분해보자. 전원주택으로 변경한 것은 학성천 옆 아파트 계약이 지연되었기 때문이며, 반려견을 가족으로 맞은 것은 전 보호자가 개를 버릴려고 했기 때문이다. 뚜렷한 이유가 있던지 다른 선택을 하기 어려웠기에 필연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반려견을 만난 자체에는 이유가 따로 없다. 우연이다. 살 집이 변경됐기 때문에 만난 필연이라는 생각하는 것은 아무래도 억지같다. 가족으로 만난 우연이다.


새학기 교수와 학생은 수업에서 만난다. 새로 부임한 교수의 수업을 수강신청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그냥 우연히 그 과목을 만났다는 것이 한가지 이유를 필연적으로 대입하는 것보다 적당하다고 판단한다.


그럼 수강하는 과목의 수업에서 학생이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점을 잘 받아서 졸업후 좋은 직장 또는 대학원 진학할 때 도움을 받기 위해, 과목의 내용이 정말 유익해서 등 여러 이유가 있다. 하지만 역시 가장 설득력있게 모두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는 것은 학점이다.


정리하면 반려견을 만난 일, 수업에서 만난 강사와 학생, 수업에서 학생이 열심히 공부하는 행동 중 필연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은 수업에서 학생이 열심히 공부하기 이유 뿐이다. 필연을 제공한 이유는 학점이다.


대학이 우리 사회에서 꼭 존재해야 하는 필연적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어쨌든 대학은 존재하고 있으며 대학의 중요한 기능 중 수업을 통한 교육은 핵심이다. 수업에서 교수는 최선을 다해야 하고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도록 도와줄 의무가 있다. 그런데 학생이 열심히 공부할 필연은 학점이니 교수와 대학은 지속적으로 학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물론 수업의 내용을 알차게 해서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도록 해야겠지만 수업 소통의 언어로 수업내용으로 한다면 우연의 측면이 아무래도 높아진다. 즉, 수업이란 교육의 장에서 소통하는 언어로 학점을 택하는 것만큼 확실한 것이 없다. 냉정하게 말하면 학점없이 수업에서 교수가 학생이 열심히 공부하게 할 다른 도리가 없다. 이는 학위가 아니면 학생이 대학에 들어올 이유가 없는 것과 같다.


대학 수업에서 학점없이도 학생이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도구, 즉, 소통의 언어(기호) 아이디어가 없나? 어쩌면 이 시대 대학교육의 화두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답을 찾기 전에 한가지 확실히 하고 가야할 조건이 있다. 교수와 학생 모두 지금 열심히 공부하는 필연은 학점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일이다. 적당히 다른 이유를 찾으면 결코 답을 찾을 수 없다.


앞에서 살펴본대로 반려견 가족을 만나고 대학 수업에서 소중한 인연으로 이어질 동료들을 만나는 일상은 우연의 연속이다. 일상의 우연은 수많은 소중한 가치가 된다. 우리는 이유없이도 잘 산다. 필연은 할 수 없고 우연 만이 가능한 가치라 더 소중하다. 대학의 수업도 예외가 아닐진대 학점 따위에 필연을 허락하고 있다. 우연으로 수업을 운영할 수 있는 기호를 찾고 싶은 필연적 이유가 여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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