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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Mar 01. 2024

고양이도 열심히 달리다가도 잠시 쉬면서 생각합니다

바쁜 일상 중에도 쉬는 시간은 꼭 필요하다

 아침 6시가 되면 우리 아이들의 우다다 시간이 시작된다. 

게으름뱅이 집사를 깨워 자신들의 아침과 트릿 사심을 채운 아이들은 내가 방으로 들어감과 동시에 방과 거실을 오가며 만족스럽다는 듯 온몸을 날려가며 서로 잡고 잡히는 시간을 갖는다. 


 요 며칠 기복이 심한 날씨 탓인지, 새로 시작한 일로 인한 고단함 때문인지 앉기만 하면 졸고, 눕기만 하면 잠을 자게 된다. 덕분에 아이들과 좀 더 놀아주지 못해 미안하지만, 그래도 내 몸이 먼저라는 생각에 아이들의 우다다 소리를 자장가 삼아 한숨 더 잔다. 


 이제는 정말 일어나야 할 시간.. 온몸을 길게 늘어뜨리며 기지개를 켰다. 그래도 한숨 더 잤다고 오늘을 이겨낼 힘이 생긴듯했다. 아이들은 뭘 하고 있으려나? 





 유난히 따듯한 곳을 좋아하는 흑미는 보일러가 도는 부분을 알고 있는 듯 한쪽 구석에서 배를 깔고 앉아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아주 귀여운 얼굴을 하고, 덧버선을 신은 듯한 손을 공손히 모으고.. 장난기 가득한 얼굴의 흑미는 온이와 나의 움직임을 관찰하다가 온이에게 장난을 걸기도 하고, 빙글빙글 돌기도 하는데, 온이에게서는 볼 수 없는 행동과 소리에 나는 신기한 듯 쳐다보며 말을 건다. 


"흑미야, 형아 다 괴롭혔니?"


나의 아침인사이다. 첫 아이인 온이는 나의 첫 고양이라서 그런지, 얌전한 성격 때문인지 마음이 더 쓰인다. 흑미가 이렇게 동그란 눈을 하고 온이를 바라보고 있을 때면 이 아이가 또 어떻게 온이를 괴롭힐지, 온이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진다. 


   한참을 왔다 갔다 하며 뛰어다니던 아이들이 각자 다른 위치에서 배를 깔고 누워있는데, 흑미는 주로 보일러가 도는 곳에서, 온이는 조금 차가운 곳에서 누워있다. 좋아하는 곳도 다르고 성향도 정말 다른 두 아이는 벌써 체력이 끝났는지 장난감에도 어떤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저 눈만 왔다 갔다 할 뿐이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이럴 때면 카메라를 들고 이쪽저쪽으로 사진을 찍어도 마치 모델이라도 된 듯 가만히 있는다. 깨발랄인 흑미가 이렇게 누워있으면 그때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타이밍. 

아직 아기 티를 벗지 못한 흑미의 눈동자는 호기심 가득한 동그란 눈에 동그란 동공. 보고 있으면 빠져들기까지 한다. 


가만히 앉아서 무엇을 하고 놀면 재미있을까. 어떻게 움직이면 좋을까. 엄마는 무엇을 할까. 엄마가 자신이랑 놀아줄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뛰어다니기만 할 것 같은 고양이 흑미도 이렇게 앉아서 다음에는 어떻게 놀지 생각하는 시간을 꼭 갖는다. 

 



  나는 고양이는 아니지만 고양이처럼 우다다 하듯 하루의 스케줄을 소화해 내곤 한다. 아침에 일어나 회사를 가거나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스케줄에 따라서는 사람을 만나러 가거나... 그렇게 마치 스케줄 깨부수기라도 하듯 시간을 보내고 나면 나도 모르게 '후..' 하고 한숨이 나올 때가 있다. 벅찬 거겠지. 그럴 때면 이 사진을 꺼내 들고 흑미와 함께 깊은 숨을 내뱉는다. 


 '오늘도 잘 버텼구나... '


 매일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에게 시간이 허락하는 그날까지 무엇인가를 해 내야 한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뒤도 돌아볼 시간도 없이, 앞도 계획할 시간도 없이 주어진 일만을 해나가다 보면 어느샌가 지치고 말아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힘도 여력도 없을지도 모른다. 

 고양이 흑미가 신나게 우다다를 하다가도 한참이나 누워서 쉬듯, 나도 잠시라도 중간중간 쉬는 시간을 가지는 게 좋겠다. 그래야 다시 우다다를 할 수 있을 테니까. 


 아직도 나에게는 허락된 시간이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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