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증맞은 양쪽 귀가 접혀있는 게 특징인데 동그란 얼굴이 커 보이게 하는 단점이 있다. 사실 온이는 그렇게 얼굴이 크지 않고, 몸도 그리 크지는 않은 것 같다. 그냥 털이 중모로 부숭부숭할 뿐이다.
우리 온이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는데, 수의사 선생님도 발견하지 못한 선천성 탈모가 아주 조그맣게 있다. 목 뒤부분인데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사료를 먹으려고 고개를 아래쪽으로 살짝 숙이면 다른 털에 비해 하얀 털이 나 있는 부분을 들춰보면 아주 작은 구멍이 보인다. 하지만 애기 때부터 더 커지지 않고 그대로인 거 보면 그리 큰 문제는 아닌 듯 보여 그대로 두고 있다.
우리 둘째 흑미에게는 좀 더 어마어마한 비밀이 있다.
스트릿 출신의 흑미는 (코숏이라고 하더라고요~) 올해 5월이면 딱 1년을 채우는 1세가 안된 아기 고양이다. 이 아이는 1달을 채우지 않은 상태로 우리 집에 왔기 때문에 원래부터가 우리 집이 자기 집인 양 온 집안을 휩쓸지만 사실 너른 벌판을 뛰어다니며 돌아다닌 서로 다르게 생긴 4쌍동이 중 한 마리다.
흑미의 경우 엄마와 아빠를 내 눈으로 다 보았는데, 흑미는... 누굴 닮았지....? 내 기억에 아빠도 엄마도 얼룩덜룩 한 모양으로 형제들 중에도 이렇게 진한 검정을 가진 아이는 없었다. 오직 흑미만 이런 색에 입과 곳곳에 균형 잡힌 하얀 양말과 턱시도를 했을 뿐이다.
사실 이게 흑미의 비밀은 아니고, 흑미의 비밀은 좀 더 안 보이는 곳에 있다. 아마 흑미 스스로도 모르는 비밀인 듯...
흑미의 비밀은 바로 이 꼬리에 있다.
마지막 사진에 보면 흑미의 쭉 뻗은 꼬리가 보이는데, 꼬리 끝 부분을 만져 보면 쪽 뻗은 것이 아니다. 꼬리의 끝부분의 0.5센티 정도가 90도로 굽어 있다.
온이의 꼬리 부분과 비교를 해 보면 온이는 살짝 뾰족한데 비해 흑미는 뭉툭해 보인다.
사실 흑미의 아빠 쪽이 꼬리가 가운데 정도에서 90도로 굽어 있다. 그러다 보니 흑미의 형제들 대부분은 꼬리가 정말 짧고 뭉툭하거나 굽어있는데, 오직 흑미만 길게 뻗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털에 묻혀서 안 보이는 저 끝부분만 빼면 아마 흑미는 그 집안 아이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뭐, 흑미는 개의치 않지만 말이다. (그 속은 알 수 없으나~)
이런 겉으로는 알 수 없는 비밀을 알고 있는 나는 종종 흑미를 놀리지만 당연하게도 아무런 타격을 입지 않는 흑미다
사람도 누구나 비밀을 안고 살아간다. 조금 마음을 연 사람에게는 이러한 비밀을 하나 두 개씩 풀어놓기도 하며 그렇게 살아간다. 하지만 그러한 비밀이 퍼지게 되었을 때는 사람을 잃기도 하고 상실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기에 나만 왜 이런 비밀이 있는지 생각하며 우울해 하기보다는 나도 가지고 있는 비밀이 있다는 것에 은밀한 즐거움을 느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적어도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더 좋은 것일 테니까..
흑미도 엄마 아빠를 떠나 새로운 엄마인 나에게로 와 있지만, 엄마 아빠로부터 받은 굽은 꼬리가 있기에 자신에게도 무엇인가를 남겨준 부모의 자리를 기억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고양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흑미의 숨겨진 굽은 꼬리는 우리 흑미만이 가지고 있는 비밀스러운 모양이다.
길을 걷다가 보면 흑미와 비슷하게 생긴 검정고양이들을 만나곤 한다. 하지만, 그들은 흑미가 가진 비밀스러운 굽은 꼬리는 없으니, 혹 흑미를 잃어버려도 나는 찾을 수가 있을 것 같다며 흑미의 꼬리를 사랑스럽게 만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