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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Mar 29. 2024

사랑받고 싶은 고양이

고양이도 사람 손길을 좋아해요.


 활동량이 많은 고양이 흑미는 내가 집에서 쉬고 있으면 장난감을 가지고 온다거나, 놀아달라고 꿍꿍~~ 거리면서 말을 걸어오곤 한다. 장난기 어린 눈망울로 바라보면 책을 읽다가도 손을 놓고 흑미가 좋아하는 긴 낚싯대를 손에 잡는다. 긴 낚싯대의 끝에 달린 달랑 이와 퐁퐁은 이미 숯이 거의 없어졌지만 그럼에도 흑미가 좋아한다. 


 쉽게 질리는 고양이의 특성을 고려해서 내가 생각해 낸 방법은 고양이 장난감을 최대한 아이들이 볼 수 없는 창고에 넣어두어 그때그때 꺼내 가지고 노는 것이다. 그 덕분인지 흑미도 없어졌다 생각했던 긴 낚싯대가 나오면 눈에서 반짝반짝 빛난다. 약간 도른자... ?


 처음 고양이를 키울 때는 자동으로 돌아가는 장난감을 몇 가지 구입했다. 하지만 패턴이 있거나, 패턴이 없어도 아이들이 쉽게 질렸다.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종일 그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 후로는 장난감을 거의 사는 일이 없다. 


 우리 아이들은 강아지풀 모양이랑, 긴 낚싯대를 좋아하는데 그것도 내가 직접 움직여 줘야만 좋아했다. 귀찮게 생각도 되었지만 그렇게라도 아이들이랑 함께 있는 시간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하다 보니 귀찮은 시간이 함께 소중한 시간을 쌓아가고 서로 더 깊이 사랑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귀찮은 것을 감수해야만 더욱 소중하고 더 깊이 사랑하게 된다.


 

냉장고 위 고양이 자리... 고양이 털이 엄청 많구먼요~ 청소해야지~


 긴 낚싯대로 흑미를 놀아주다 보니 흑미가 높이 뛰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낚싯대를 따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강아지들 같은 경우에 슬개골이 다치고 한다고 하던데... 갑자기 흑미의 다리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흑미가 가쁜 숨을 고르며 옆으로 뒹굴 누워서 장난감으로 놀았다. 그래서 살며시 다가가 두 발과 두 손을 만져주었다. 이리저리 굴리면서 마사지를 해 주자 기분 좋다는 듯 살포시 눈을 감았다. 원래도 어리광이 많은 둘째지만 이렇게 자기에게만 관심을 가져주면 더욱 좋아하는 듯 보였다. 집에 오자마자 엄마의 사랑을 둘로 나누어 가져야만 했던 우리 흑미... 온전한 엄마의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온이가 다른 곳에 있는 동안 흑미를 많이 만져주고 작은 소리로 흑미만 듣게 속삭여 본다. 


"흑미야.. 너도 사랑하는 거 알지..?"


우리 아이들은 만져달라고 자주 오는데 내가 시간이 없고 집에서도 책을 읽거나 공부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미안해진다.  하지만 두 아이의 사이가 나쁘지 않고 서로 장난치는 사이이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정말 죽고 못살겠다는 듯 서로 그루밍을 많이 해 주거나 하지는 않지만 같은 자리를 공유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디지털이 익숙한 시대다. 음식점을 가도 이제는 로봇이 서빙을 해 주거나 각 테이블에 있는 패드로 주문을 한다. 예전처럼 사람 좋은 미소를 보이며 "어서 오세요"하는 모습은 보기 드문 모습이 되었다. 얼마 전 약속이 있어서 꽤 괜찮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만면에 미소를 띤 유니폼을 입은 직원의 모습과 음식을 나르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던 웨이터의 얼굴이 지금도 가끔 떠오른다. 가격도 많이 높지는 않았지만, 그런 직원들의 모습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지고 다시 한번 가고 싶다고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아직 나의 마음은 디지털보다 아날로그에 있는 것 같다. 


 사람의 손길.. 미소.. 다정한 말 한마디... 

그 모든 것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요즘이지만 그 변화가 아주 천천히 진행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오늘 하루를 느리게 살아보자고 다짐해 본다. 얘들아, 오늘은 엄마가 느리게 느리게 만져주고 눈을 맞춰 줘 볼게~ ^^ 오늘도 너희 덕분에 행복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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