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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Apr 17. 2024

엄마와 함께 살고 싶은 고양이의 관문 (2)

고양이의 넥카라는 커다란 무기

 큰 아이가 중성화 수술을 할 때는 아주 얌전한 고양이이기 때문에 그저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하고 병원을 빠져 나왔다. 그럼에도 나의 첫 고양이 이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던 것 같다.


 흔히 오전에 병원에 데리고 가면 흑미와 같이 오후 3시가 되어서야 병원에서 데리고 가라고 기별이 오지만, 온이때에는 온이가 너무나 빨리 마취에서 깨서 집에 가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12시 쯤 온이를 데리고 가라고 병원에서 연락이 왔었다. 그리고 온이는 집에서 편안하게 쉬었다.


 그러다 보니 이번 흑미때에도 조금 이른 귀가도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흑미가 없는 집에서 온이와 둘이서 뒹굴뒹굴하며 시간을 보냈다.



 흑미 없이 엄마를 차지 했다고 온이도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내 옆에서 곤히 웅크리고 낮잠을 청하는 온이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사실 조용한 것을 좋아하고 얌전한 타입인 온이에게 있어서 흑미는 자극이 되기도 하지만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일 지도 모르겠다. 여느 가족이 그렇듯 시끄럽고 활발한 동생이 없는 이 시간이 매우 소중하게 느껴 졌다.


 이윽코 3시가 되어 휴대폰이 울렸다.


"어머니~ 흑미 데리러 오셔도 됩니다. 그런데 말이죠.. 혹시 아이들이 최근에 귀를 많이 긁지 않던가요?"


 ?? 아니? 이게 무슨 소릴까..?


 " 흑미 귀에서 귀진드기가 발견 되었어요. 큰 일은 아니지만 온이에게도 옮겼을 수 있으니 온이도 데리고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온이가 처음 우리집에 왔을 때에도 함께 있던 친구들에게 귀 진드기를 옮아 왔었다. 그때는 2개월이었던 아기 고양이 였기에 예방접종도 해야했어서 바로 병원에서 주사도 맞고 검진도 해 주셨다. 그래서 약을 처방받고 1주일도 되지 않아 귀 진드기를 없앨 수 있었다. 그때 보았던 귓속을 잊을 수가 없었기에 나는 얼른 온이를 들춰안고 병원으로 향했다.


우리집에는 캐리어가 1개 밖에 없다.  두 아이가 함께 병원 갈 일은 없다는 생각에 흑미용을 구입해 두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때 흑미를 맡기며 캐리어까지 함께 병원에 두고 왔기 때문에 온이를 어딘가 넣을 곳이 없었다.


 차에 온이와 함께 탔다. 이 때만해도 이 행동이 그리 위험한 행동은 아닐거라고 가볍게 생각했던 것 같다.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온이는 차를 두려워 하기보다는 차창밖의 세상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즐기는 듯 보였다. 비록 한 자리에 앉아있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트렁크까지 뚤려있는 나의 자동차에서 트렁크쪽과 뒷쪽자리를 왔다갔다 하면서 차창을 보며 신기해 하는 온이와 함께 약 10분의 드라이브를 끝내고 차에서 내렸다. 아주 조심히 문을 열고 나와서 온이를 확인한 후 안아올렸다. 우리집에서 제일 얌전한 고양이 답게 쉽게 잡혀 주었다.


 병원에서는 간호사 아가씨가 이를 보더니 깜짝 놀랬다. 그도 그럴 것이 온이가 캐리어도 없이 나에게 안겨왔으니까. 다행히 다른 손님들이 없었기에 온이의 몸무게를 바로 재봤다.


4.5kg


 흑미보다 약 1kg이나 덜 나가는 온이를 보며 이게 좋은 것인지 아닌지 긴가민가 했다. 흑미한테 먹을 것을 다 빼앗겨서 온이가 살이 빠졌을까.. 하지만 전에 5kg이었을 때 의사 선생님이 살을 빼야한다고 했으니 온이 건강에는 좋은 신호일 것이라고 다독이며 진료실로 들어갔다.


 진료가 간단한 온이부터 봐주셨는데, 역시나 온이에게도 귀진드기가 옮겨있었다.


 흑미는 길냥이 출신 엄마 아빠에게서 생긴 아이인데, 함께 나온 형제가 4마리다. 거기서 약 1달정도 지냈었는데 그때 옮아온 것이라는 것이다. 그 당시 바로 병원으로 가지 않았던 것은 길냥이들을 돌봐주시는 지인이 예방접종을 따로 놓아 주셨기 때문에 병원진료를 바로 받지 않았다. 보기에도 건강해 보였으니 귀진드기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제라도 아셨으니 다행입니다~ 그리 상태가 심하지는 않아요. 그래도 귀를 많이 긁었을 텐데 못느끼셨어요?"


 흠... 가끔 귀뒤를 긁기는 했지만 진드기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렇게 온이 약을 처방을 받고 나서야 흑미를 만날 수 있었다. 가엽게도 흑미는 넥카라를 한 채로 아주 얌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흑미는 엄청 얌전하던데요? 가만히 있더라고요~수술하기 수월했습니다"


 "네? 흑미가요? 이녀석 집에서는 아주 까불이에 장꾸라서 수술할 때도 애먹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마 집이 편해서 그럴거에요. 원래 그런 녀석들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안 그런척하더라고요. 되려 온이는 좀 힘들었던 거로 기억합니다. 마취에서도 빨리 풀렸구요"

 

 아아... 집과는 다른 성향을 보이는 녀석이라는 거다. 흑미의 귓속도 온이와 별반 다르지 않아서 약 5일의 물약을 처방받았다. 매일 1번 양쪽 귀에 넣고 주물주물해주고 귓바퀴를 닦아주고 한번 털게 하면 되는거다. 뭐 두마리의 냥이의 엄마니 그정도는 할 수 있다!


 그런데 마지막 문제가 남아있었다.

캐리어가 하나 뿐인것이다.


"온이는 차를 잘 타더라고요~"


"어머니. 고양이는 긴장하면 바닥쪽으로 가는 습성이 있어서 브레이크아래쪽으로 들어갈 수 있으니 조심하셔야 해요. 그냥 한 케리어에 함께 넣으시죠."


"아니, 캐리어가 이렇게 작은데 이 뚱뚱이들 두마리를 함께 넣는다고요?"


"고양이들이라 괜찮아요. 얘네 둘 사이는 나쁘지 않죠? 아마 온이가 많이 참아줄텐데?"


맞는 말이다. 두 아이가 성향이 전혀 다르다보니 온이가 잘 맞춰 주는 편인것 같다. 아마 동생이라는 것을 인지 하는 것인지도...


그렇게 한 케리어에 함께 들어가게 된 흑미와 온이.

꽉차는 듯한 느낌은 들었지만 금방 자리를 잡는 두 아이였다.


넥카라 푸는 날에도 두 아이는 한케리어로 이동!


"1주일 후에 실밥풀고, 귓속 경과 보러 오셔야 합니다"


그렇게 힘없이 얌전해 진 흑미와 귀진드기 약을 넣어 귀를 벅벅 긁는 온이를 한 케리어에 넣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아이들을 풀어주자, 마음만은 벌써 온 거실을 뛰어다니는 흑미는 넥카라가 불편하고 마음대로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지 생소한 움직임을 시전했다.


 눈은 제대로 떠지지 않은 채 뒤로 걷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넥카라에 들어있는 목도 익숙하지 않아서 갸웃갸웃하면서 뒤로 가는 흑미..  안쓰러운 표정이었다.


 귀에 약을 넣을 때를 제외하고 넥카라를 쓰고 있어야 하는 흑미묘생에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맛있는 것도 잔뜩 줄 수 없는 것은 아이가 중성화 수술을 하면 살이 더 찔 수 있고, 지금도 충분히 살이 쪄있으니 식사를 조절하라는 조언을 들었기 때문이다.


 형의 사료까지 몰래 다 먹어버린 흑미이기에 이제는 두 아이다 식사를 조절할 수밖에 없다.

 

 흑미의 넥카라는 많은 사고를 일으켰는데, 대부분 방향과 틈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생겨나는 사고들이었다.


 이를테면 사료가 들어있는 그릇에 얼굴을 갖다 대면 사료그릇이 자꾸 뒤로 밀리는 바람에 밥을 먹다가 보면 그릇이 멀어져 결국 밥을 먹을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물그릇도 마찬가지. 그러다보니 밥을 먹는 소리가 들리면 그릇을 잡아 주어야 했다.


 또한 아이들 놀이터가 있는 베란다 문을 열어줄 때에도 좀더 많이 열어서 흑미의 넥카라까지 들어갈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했는데 조금만 열어줬더니 문사이에 껴서 오도가도 못했다.


 또 테이블 위에 휴대폰을 올려두었는데, 평소라면 아이들이 비켜다니기 때문에 떨어뜨리는 일이 없었지만, 몸도 후들거리고(수술때문에) 넥카라도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흑미가 좋아하는 장소인 냉장고 위나 책꽂이 위, 테이블 위로 점프하여 올라다녔다. 그러면서 나의 휴대폰과 문진(아크릴 반원문진)을 함께 떨어뜨리는 바람에 휴대폰액정이 깨져버렸다.


 중성화 수술하느라 생각지도 못한 비용이 발생했는데... 그리고 또 휴대폰까지 고쳐야 하다니... 절망적이었다. 하지만 화도 낼 수가 없었는데 흑미의 눈이 너무 힘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냥 길냥이로 바깥 생활을 해도 중성화 수술은 해야하지만, 집에서 함께 생활을 함에 있어서도 중성화수술은 매우 중요하다. 수컷냥이들은 바깥으로 나가고 싶어하기도 하고, 몸을 가눌 수 없어 괴로워 하는 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가족으로 함께 사는데 있어서 중성화 수술은 꼭 필요한 수술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쭈욱 함께 해야하는 녀석이기에 이런 상황도 특수한 상황이니까 감내해야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녀석을 다독여 줬다. (평소보다 두배비싼 중성화 수술을 했다고 생각하기로했다.)


 하루, 이틀이 지나자 넥카라도 익숙해 졌고 흑미의 건강도 회복이 되어 여느때처럼 온이와 술래잡기도 하고 낚시놀이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덩달아 나의 마음도 가벼워 졌다.


 한 가지 달라진 것은 흑미가 이전보다 어리광이 더 심해졌다는 것이다. 더 자주 만져달라고 하고, 더 자주 안아달라고 양 손을 뻗쳐 온다. 귀여운 변화이기에 약간 귀찮을 때도 있지만 참아주기로 했다. 좀더 가족으로서 사랑한다는 표시라는 느낌이 들었다.

 

 가족이란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 만나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지만, 기쁠 때나 슬플때나 화가 날 때나 즐거울 때나 함께 하면서 서로 위로해 주고 감싸주고 하면서 서로의 마음이 깊어지는 것 같다.


 고양이들도 서로 함께 하기 위해 참아주기도 하고, 자신을 표현하기도 하고, 안아달라고 한다. 심지어 밥과 간식을 챙겨주는 엄마집사한테도 늘 자기 주장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리광도 부리고, 때로는 내가 혼자만의 시간을 갖도록 풀어주기도 한다. (내 맘대로 해석이지만)


 그러니, 가족으로 묶여졌다면 다른 이들보다 소중하게 서로를 생각하며, 실수를 하더라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고양이들이 나와 함께 하기 위해 그 힘든 중성화 수술도 견디고 살도 빼고 있는 것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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