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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성 Oct 20. 2022

미용실 가는 날에

 어제는 미용실에 갔다.

분기별로 한 번씩 흰머리 염색을 하기 위해 미용실 가는 날은 마치 재판장에 끌려가는 기분이다.

뭘 해도 아름다운 이십 대에는 여자로서 자존감을 올려주는 그 장소가 좋았는데,

머리가 우수수 빠지는 기점부터 특유의 밝은 조명 아래 반짝이는 정수리 탈모가 눈에 띄어 싫다. 너무나

 그래도 나이 들어 좋은 점 하나는,

예전에는 긴장하며 상담했던 미용비용이, 마흔을 앞둔 지금은 (미리 가격을 알 수 있는 네이버 예약 덕에) 금액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것.

단지, 거울을 빤히 보며 '왜 이리 아줌마스러울까, 볼륨 살려야 하는데, 어려 보이게 해 주세요' 등등 변화에 대한 거부와 부정이 가득하다.

젊음과 아름다움을 잃어가 마주한 현재를 아직 제대로 직시할 자신이 없다.

아름답게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더 이상 외형보다는 내면의 단단함이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늙음을 마주할 때마다 쭈글쭈글해지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는 일.

'넌 참 웃는 게 이뻐'

 주변의 평가와 칭찬에 맞추려던 행동이 습관 되어, 이제는 일상이 된 표정 덕에 눈가 입가 주름진 얼굴을 자세히 보니 다시 과거의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나이 듦의 아름다움은 외부의 자극이 아닌 내 안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나 자신을 끊임없이 매료시키는 것인데...

하여튼, 미용실 거울에 비친 모습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현실 자각에 쓸데없이 진지해진 날.

 그나저나, 흥을 돋우는 매장 bgm에 신나 귀 기울여보니 2000년대 초반 음악이구나.

그러고 보니 여기 있는 4명의 나이대가 비슷하구나. 하하

이상하게 편안하다 했어

#블랙핑크는 모르고 핑클은 아주 잘 아는 아주미가, 

내 남자 친구에게 노래 참 좋아했는데..#라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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