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디김 Oct 23. 2024

좋은 일이 생기려나? 한 번도 신호등에 걸리지 않은 날

2. 내면과의 대화 

매일 돌아오는 그 길, 30분 거리를 달리는 동안 무수한 신호등이 나에게 길을 열어 주었다. 단 한 번도 빨간불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보통의 속도대로 달렸다. 그런데 오늘 신호등에 걸리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다른 차가 끼어들거나(혹은 내가 끼어들거나), 텀블러의 물을 마시거나 볼륨을 조정하는 등 여러 가지 미세한 변화들이 힘을 합쳐 이뤄낸 일일 것이다.      


사실 명백히 말하면 단 한 번도 빨간불에 걸리지 않은 것은 아니다. 초록 불들이 연이어 켜지며 나의 길을 막지 않자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마치 로또의 마지막 번호만 맞아떨어지면 1등에 당첨되는 느낌으로 집에 가까울수록 한 신호등만 더 초록색 불을 밝혀주기를 바랐다. 


무수한 신호등을 지나며 간혹 초록에서 빨간불로 가기 위해 주황색으로 바뀔 무렵, 나는 아슬아슬하게 엑셀을 깊숙이 밟았다. 그리고 또다시 브레이크를 밟지 않게 된 것에 기뻐하며 다음 신호등을 향해 나아갔다.

      

매일 가는 길이지만 내게 길이 이렇게 환히 열렸던 적은 없었다. 이것은 마치 그동안 뭔가 막힌 듯이 답답했던 나의 일상에서 앞으로는 뭔가 잘 될 것만 같은 일종의 계시와도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멈춤 없이 달려온 덕에 평소에 집에 도착하는 시간보다 4분 일찍 도착했다. 보통 9시 30분에 주차장에 도착하고 곧이어 스마트폰은 수면모드로 바뀌는 진동이 울린다. 그런데 이번에는 주차장에 도착하고도 4분이나 남은 것이다. 


나는 신기록을 단축한 국가대표선수처럼 마음이 뿌듯해졌다. 그리고 입가에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였다. 


이것은 운전하는 내내도 마찬가지였다. 초록색 불을 통과하고 다음 신호등을 향해 달려가는 차 안은 기대와 흥분으로 가득했다. 나의 얼굴은 기대감으로 생기가 있었고, 소리 내어 웃어 보기도 하였다.(혼자 소리 내어 웃는 것은 생각보다 ‘많이’ 어색한 느낌이다) 


좋아~!


라는 말을 굳이 입 밖으로 내면서 선수를 격려하는 감독처럼 스스로를 격려하기도 한다.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의 의미 있는 드라이브 장면을 찍는 느낌이었다.     

이전 06화 학원에 다니는 아들이 부러운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