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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해 Sep 09. 2023

누구에게도 미안하고 싶지 않은 마음


나는 어릴 적 누구에게나 친절한 사람이고 싶었다. 이 친구와도 잘 지내고 싶고 저 친구도 챙겨주며 잘 지내고 싶은 마음에 되려 두 친구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다. 내 마음은 그게 아니었지만 행동으로 나온 나의 태도가 받아들이는 상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는 잘 인지하지 못했던 거 같다. 마치 친절하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고 느끼는 사람처럼 우스워 보이더라도 누구에게나 다정하고 친절하게 행동했고, 거절 또한 하지 못했다. 활달하고 붙임성 좋은 성격과 반대로 발표를 하거나 많은 사람 앞에서 무언가를 해야 할 때는 목소리가 기어 들어가고 많이 두려워했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대중 연설을 두려워하는 것은 소외되는 데 대한 두려움에서 기인한다. 홀로 두드러지는 데 대한 두려움, 비판받는 데 대한 두려움, 놀림감이 된다는 데 따른 두려움, 외톨이가 된다는 데 대한 두려움.


여전히 나를 괴롭히는 두려움이라는 존재는 아마 내가 죽는 순간까지 나를 따라다닐 것이다. 누구에게도 미안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결국 두려움에서 기인하였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나는 여전히 양쪽에 미안한 상황을 만들기 싫어서 순간을 회피하고 잠시 미뤄두거나 입을 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모두에게 100% 만족을 주는 사람일 수 없고, 내려놓는 것도 필요하다는 걸 너무 잘 알지만 나는 두 손에 가득 움켜쥐고 내려놓지 못한다. 앞서 누구에게도 미안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이것 또한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나의 욕심일 뿐이다.



무언가를 내려놓는 것은 앞으로 살아가면서 나에게 지속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어렸을 때와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많이 변하지 않은 듯하다. 앞으로 계속해서 선택의 순간들이 나에게 다가올 텐데 내가 그때마다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 모르겠지만 조금씩 마음의 두려움을 내려놓고 살아가도 괜찮다는 걸 경험하고 싶다. 더불어 결국에는 두려움을 품고 그 안에서 자유를 누리는 내가 되기를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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