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지금이 인공지능을 이용한 신약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순간'이라고 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인공지능(AI)이 얼마나 넓고 깊게 적용되고 있으며, 어떤 성공 사례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에 대해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신약 개발은 많은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하는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임상 1상 진입 후 신약 승인까지의 성공률은 10%에 미치지 못하는 높은 불확실성을 수반합니다. 연구자들은 지속적으로 최신 기술을 적용하고 있지만, 새로운 약을 만드는 난이도는 쉽게 낮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된 신약 개발 과제라 할지라도 임상시험에 들어갈 하나의 신약 후보물질을 만들어내기까지 평균 3~6년이 걸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신약개발 과정AI기술이 신약 발굴 영역에 진입함에 따라 AI를 사용하여 발굴된 신약 및 백신 후보물질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AI는 신약발굴 과정 중에서 반복적이고, 시간 소모적이며, 높은 비용이 드는 부분들을 해소함으로써 약물 표적이나 후보 물질 탐색의 범위 및 규모를 크게 확장하여 신약 발굴 과정의 효율성을 혁신적으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AI 기반 신약 회사들은 기존에 보고된 물질들을 탐색하여 새로운 질환에 적용하는 신약 재창출(Drug Repurposing)을 시작으로 AI 기술을 신약 발굴 과정에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OMICS 및 기타 데이터 마이닝을 통해 지식 그래프(Knowledge Graph)를 생성하여 질환의 원인을 밝히고, 이로부터 약물 표적 및 바이오마커를 찾아내고 있습니다. 또한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신약 후보물질을 설계하고, 알파폴드와 같은 AI기반 구조예측 알고리즘을 통해 소분자 물질뿐 아니라 항체나 백신의 구조를 최적화하고 있습니다.
2022년부터는 AI기 발굴한 소분자 신약 후보물질의 수가 급격히 증가해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발굴한 소분자 후보물질의 수와 비슷해지고 있습니다. 후보물질의 절대적인 수가 적긴 합니다만, 항체, 세포 치료제 및 백신 등을 포함한 바이오 신약 분야에서도 AI가 발굴한 물질의 기하급수적인 성장이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AI가 신약발굴 타임라인을 가속화할 수 있음이 증명되기 시작했다는 징후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Source: Jayatunga et al (2024) Drug Discovery Today 29:1-6
그런데 말입니다~
발굴된 후보물질의 수가 신약개발의 성공을 담보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성공적인 신약개발이 진행되었다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결국 임상시험에서 후보물질들의 효능과 독성이 기존 약물보다 우수하다는 것이 증명되어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AI가 발굴한 후보물질들은 현재 임상시험에서 어떤 성과를 보여주고 있을까요?
인공지능! 잘하고 있나요?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은 QI가 발굴한 신약 후보물질들이 임상시험에서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AI기반 바이오텍 회사들의 임상 파이프라인에 대한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분석 결과, 2015년 이후 AI기반 바이오텍 회사 및 파트너들은 75개의 후보물질을 임상에 진입시켰으며, 2023년 기준으로 이 중 67개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분석 기간 중 후보물질의 임상단계 진입 입 수의 증가는 CAGR 60%으로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는 "다가오는 물결(Coming Wave)"로 표현되었던 신약발굴 단계에서의 흐름이 임상개발 단계에서도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대부분의 후보물질은 현재 임상 1상 단계에 있으며, 일부는 이미 임상 2상 또는 그 이후의 단계로 진행 중입니다.
후보물질들이 대상으로 하는 질환 영역은 매우 다양한데, 이 중 항암 분야가 AI가 발굴한 후보물질의 약 36%를 차지합니다.
Source: Jayatunga et al (2022) Nature Reviews Drug Discovery 21:175-176
후보물질의 발굴 방식 또한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2020년 이전에는 신약 재창출이 대세였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영국의 BenevolentAI가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올루미언트(성분명: Baricitinib)를 COVID19 치료제로 사용될 수 있음을 제안하고, 미국, 인도, 일본에서 중증 COVID19 환자를 대상으로 응급 처방 승인을 받은 것입니다.
최근에는 AI기반 후보물질 신규 설계(de novo design)와 같은 새로운 신약 발굴 방식의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AI가 발굴한 약물 표적을 대상으로 한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 진입이 시작되었습니다. 2023년 기준으로 AI가 설계한 파이프라인의 30%는 AI가 발굴한 약물 표적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신규 표적에 대한 신약 후보물질의 대부분은 소분자 물질로 분석됩니다.
임상시험 성적표
Source: Jayatunga et al (2024) Drug Discovery Today 29:1-6임상 1상
2023년 12월 기준, AI가 발굴한 24개의 신약 후보물질이 임상 1상을 완료했고, 이 중 21개가 임상 1상 평가 기준을 충족했습니다. 이는 80~90%의 성공률로서 기존 산업 평균(40% 또는 55~65%)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입니다. 이와 같은 높은 성공률이 가능했던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AI기반 신약 발굴이 검증된 표적과 신호전달경로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약물 표적과 연관된 독성(on-target toxicity)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란 해석입니다. 성공률을 높였던 일부의 이유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AI가 발굴한 신규 표적들 역시 임상 1상을 성공적으로 완료할 가능성들이 보고되고 있으므로, 높은 성공률이 단지 검증된 표적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고 판단됩니다.
두 번째로 AI 알고리즘은 잘 확립된 분자 구조군에 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되었기 때문에 효과적인 후보물질 최적화가 가능했을 것이란 해석입니다. 하지만 AI 알고리즘은 기존에 알려진 분자 구조의 미세한 튜닝을 통해 최적화를 진행하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화학적 공간(Chemical Space), 즉 기존과는 다른 화합물 구조들을 탐색하여 새로운 유효물질을 찾고 이에 대한 최적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AI 알고리즘은 "약물 다운(Drug-like)" 물질을 설계하고 최적화하는데 탁월하므로 임상 1상에서의 실패율이 낮았다는 해석입니다. 궁극적으로 AI 알고리즘이 진화해야 할 방향성인 것은 맞습니다만, 아직까지는 AI가 신약을 설계함에 있어 이 정도 수준까지 이르렀다고 평가받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생각입니다.
임상 1상에서 탈락한 3개의 후보물질을 살펴보면, 하나의 후보물질만이 평가 기준을 달성하지 못했으며, 다른 두 개의 후보물질은 개발사의 전략적 결정에 따라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임상 2상
임상 2상에서는 시험을 완료한 10개의 후보물질 중 4개의 후보물질이 평가 기준을 통과했습니다. 이는 기존 산업 평균 30~40%와 유사한 수치입니다.
임상 2상은 생물학적 또는 작용기전적 개념을 증명하는 단계입니다. 따라서 이번 분석 결과는 AI 알고리즘이 질환 표적 및 신호전달경로를 효과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여전히 개선할 여지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약개발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숙제인 '임상 효능 확보'는 AI가 발굴한 후보물질에 대해서도 여전히 도전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임상 1상에서와 마찬가지로, 임상 2상에서 중단된 6개 후보물질을 분석해 보면, 평가 기준 미달성으로 인한 중단은 2건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4개 후보물질은 사업 우선순위의 변화, 임상 운영상 문제 또는 기타 이유 등으로 중단되었습니다. 이는 투자 환경의 악화와 정부 규제 변화 같은 판데믹에 따른 외부 요인으로, AI 기술과는 무관한 개발 중단이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분석이 AI 기반 바이오텍에서 발굴한 물질에 한정하여 진행되었기 때문에 샘플 사이즈가 작다는 한계는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임상 성공률 분석을 위한 샘플 사이즈는 더욱 작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더 많은 후보물질 및 임상 사례가 축적되어 더 광범위한 분석이 진행될 경우, 현재의 수치와 상당한 차이가 있을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미래 전망
AI가 발굴한 물질들이 임상 시험에서 성공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느껴지시나요?
AI기반 신약 R&D의 미래를 예측해 보기 위해, 현재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보겠습니다. 우선 AI가 발굴한 물질들이 현재 임상 1상 및 2상 성공률을 유지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이를 임상 3상의 산업 평균 성공률과 결합시켜 보았습니다.
시뮬레이션 결과는 놀랍습니다.
임상 1상 진입 후 임상 3상까지의 전체 성공률이 기존 5~10% 수준에서 9~18%로 증가하게 됩니다. 이는 신약 R&D의 생산성이 거의 두 배로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기업들은 더 적은 자원과 비용으로 동일한 결과를 달성하거나 같은 자원을 투입했을 때 더 다양한 신약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번 분석을 통해 관찰한 결과 이외에도 AI 기술이 임상 2상 및 3상에서의 효율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추가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 AI 기반 바이오텍뿐 아니라 학술 기관들이 질병의 원인을 이해하고 새로운 약물 표적을 발견하고 검증하는데 AI 기술을 활용하는 시도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AI를 기반으로 설계된 후보물질들은 임상에서 높은 효능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며, 이는 임상 성공률을 산업 평균 이상으로 향상 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신약개발에 AI 기술을 접목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보다 혁신적인 의약품을 더 빠르고 저렴하게 환자에게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미 전임상 개발 단계에서 AI 기술이 "적어도 20~50%의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 미래의 신약개발 회사는 현재와 얼마나 다를지, AI 기술이 우리의 건강과 삶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해 봅니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인공지능! 잘하고 있습니다!!
참고문헌
Jayatunga et al (2024) How successful are AI-discovered drugs in clinical trials?: A first analysis and emerging lessons. DDT 29:104009
Jayatunga et al (2022) AI in small-molecule drug discovery: a coming wave? Nature Rev Drug Discov 21:175
Rodriguez et al (2023) Unlocking the potential of AI in drug discovery, BCG (https://go.nature.com/46nkw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