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불안
찰리는 내가 출근하고 퇴근하는 시간을 정확히 알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나가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까지도. 시계를 볼 줄 아는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정확하다.
강아지들은 냄새로 기억한다고 한다. 내 출퇴근은 그렇다 쳐도, 산책 시간과 기상 시간까지 어떻게 아는 걸까? 규칙적인 생활이 강아지의 심리 상태에 좋다는 건 인터넷 검색만 해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훌륭한 보호자인 걸까?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내가 퇴근을 일찍 하거나, 중간에 집에 들렀다 다시 나가야 할 때. 그때 아주 난리가 난다. 찰리는 자신을 두고 또 나가지 못하게 하려고 왈왈 짖고, 방방 뛰고, 진을 쏙 빼놓는다. 30분 동안 붙잡혀서 밖에 못 나간 적도 있다. 나의 출퇴근은 익숙해졌지만, 두 번째 외출은 아직 무서운가 보다.
찰리를 입양하고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행동 교정을 받은 적이 있다. 찰리의 분리불안 증상 때문이었다. 그때 받은 코칭은 하우스에 찰리를 들어가게 한 뒤 짧은 시간부터 떨어져 있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었다. 덕분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게 가능해졌고, 출퇴근도 문제없어졌다.
그런데 최근 들어 왜 다시 쓰레기도 못 버리러 가게 하는 걸까? 집 앞 편의점도, 주차장도 못 가게 한다. 아주 난감한 상황이다.
매번 온라인으로 생필품을 사다 보니, 오랜만에 오프라인 마트에 가야 할 일이 생겼다. 문제는 반려동물은 마트에 출입할 수 없다는 것. 결국 마음을 단단히 먹고 혼자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그날은 내가 오전근무를 하고 반차를 썼다. 집에 들러 점심을 먹고 마트에 가려고 했지만 역시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오후 1시쯤 집에 도착하니, 자다 일어난 찰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반겼다.
나는 분리불안 증세가 심해지지 않도록, 찰리가 흥분을 가라앉히기 전까지는 만져주지 않는다. 잠잠해지면 "찰리, 잘 있었어?" 하고 말을 건넨다. 그러면 찰리는 바로 달려와 낑낑거리며 "왜 이제 왔어? 어디 갔다 왔어?"라고 말하는 듯한 강아지 언어를 내뱉는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오늘은 어떻게 일찍 온 거야? 보고 싶었잖아!"라며 나를 반겼다. 나는 찰리와 인사를 나누고, 서둘러 점심을 먹었다. 그런데 밥을 먹으면서도 '이따가 무사히 마트에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참고로 찰리는 내가 입는 옷을 보고 외출 목적을 구별한다. 출근할 때 입는 옷을 보면 하우스로 들어가고, 산책할 때 입는 옷을 보면 흥분해서 두 발로 선다. 그날은 일부러 외출복을 갈아입지 않고 점심을 먹었다. 그런데 막상 나가려 하자마자 또 난리가 났다.
'이번엔 꼭 마트에 가야 해.'
이성을 붙잡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지난번에는 하도 난리를 피워서 찰리를 데리고 나올 수밖에 없었고 차에 태워 장 보는 동안 기다리게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찰리는 차 타는 것도 싫어해서 이번에는 집에 두고 가기로 했다. 말이 통하면 얼마나 좋을까. 이해심이 바닥난 찰리는 "찰리, 금방 올게"라고 여러 번 말했지만, 흥분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20분 동안 대치 상태를 이어가다 결국 찰리가 큰 소리로 짖는 걸 뒤로한 채 문을 닫고 나왔다.
1시간 만에 후다닥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문을 여는 순간, 찰리는 "너 나를 두고 어딜 갔다 온 거야! 나 화났어!"라는 듯 왈왈 짖어댔다. 내가 아끼는 신발은 현관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날아가 있었고, 박스에는 찰리가 발톱으로 긁은 듯한 상처가 나 있었다. 와우, 찰리 성격 있네.
이놈의 분리불안,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한동안 괜찮았는데, 왜 또 이런 반응이 생긴 걸까? 나는 내 행동을 되짚어보기로 했다.
며칠 전, 저녁 산책 후 당근 거래를 하러 잠깐 나갔다 왔다. 30분이면 될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 1시간으로 길어졌다. 집에 돌아오자 찰리는 소리를 지르며 내게 아우성을 쳤다.
그날 이후인 것 같다. 다시 분리불안이 심해진 게. 규칙적인 패턴을 유지하다가 갑자기 예외의 상황이 벌어지니 찰리의 멘털이 흔들린 듯하다. 그렇다고 내가 평생 집과 회사만 오가며 살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주말에는 찰리와 붙어 있지만, 계속 이렇게 살 순 없다. 장도 봐야 하고, 쇼핑도 해야 하고... 오히려 주말에도 평일처럼 똑같은 시간에 나가야 이 증상이 없어지는 걸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찰리야, 제발 도와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