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와의 동거, 지갑은 가벼워지고 고민은 깊어진다
찰리와 함께, 현실을 배우다
찰리를 키우기 전과 후로 내 라이프스타일은 완전히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이제 나뿐만 아니라 찰리의 삶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것. 반려인들 사이에서는 흔히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키운다"는 말을 한다. 진짜다.
이제는 내가 일을 하기 싫다고 그만둘 수도 없다. 찰리의 사료값, 보험료, 병원비 등 매달 나가는 돈이 만만치 않다. 그런데 왜 강아지 치약은 사람 치약보다 세 배나 비싼 걸까? 바디 미스트나 물티슈 같은 제품도 유난히 비싸다.
게다가 찰리는 단백질 알러지가 있다. 일반 사료는 먹지 못해서 밀웜 단백질이 들어간 사료를 먹는데, 가격이 사악하다. 처음엔 아무거나 먹였지만, 자꾸 눈이 빨개지고 몸을 긁어서 결국 바꿀 수밖에 없었다. 닭고기, 연어, 소고기, 양고기 등 대부분의 단백질에 알러지 반응이 있어서 간식도 아무거나 줄 수 없다. 전 주인은 이런 말을 한 적 없는데… 우리 집에 오면서 체질이 바뀐 걸까?
그래도 좋은 점도 있다. 지인들이 찰리 간식을 선물해 줄 때마다 어떤 걸 먹을 수 있는지 몇 번이고 확인한다. 덕분에 찰리는 늘 몸에 좋은, 비싸고 맛있는 간식을 선물 받는다.
또 겨울에는 옷이 필수다. 찰리는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탄다. 패딩 여러 벌, 실내복, 레인코트, 쌀쌀한 날씨에 입는 니트와 후리스까지, 벌써 10벌 이상을 장만했다. 게다가 옷 입는 걸 좋아하기까지 한다. 통장에서 돈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혹시 귀여운 외모에 반해 강아지나 고양이를 입양하려 한다면, 몇 년은 신중하게 고민해 보길 바란다.
나는 어떤 일이든 금방 질리는 성격이다. 새로운 것에 도파민이 터지고, 한 직장에 오래 머물지도 못한다. (찰리가 질린다는 얘기는 아니다.) 여러 번 직업을 바꾼 끝에 지금은 잡지사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이 회사에 들어오기까지 쉽지 않았는데, 찰리를 키우면서 또다시 고민이 많아졌다.
지금 다니는 회사보다 더 오래 집에 있을 수 있는 직업은 없을까? 집 앞에 있는 회사로 이직할까? 아예 재택근무만 하는 직장을 알아볼까? 아니면…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다. 이런 비현실적인 꿈.
물론 지금 회사는 워라밸이 좋은 편이다. 야근도 거의 없다. 감사한 마음으로 다녀야 한다. 꿈은 꿈이고,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다. 찰리 사료값을 벌어야 하니까. 그냥 묵묵히 맡은 일을 해야 할까?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걸까? 반려견 보호자라면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해봤을까? 이런 고민에 빠져 있을 때, 회사 선배가 내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일해야 먹여 살릴 수 있으니, 그냥 기계처럼 일해라." …네, 고마워요, 선배.
찰리야, 제발 좀 참아줘
찰리와 함께 있을 때는 이런 고민과 사색이 사치다. 요즘 찰리는 점점 더 사람처럼 행동한다. 내가 뭔가를 먹고 있으면 자기도 간식을 달라며 소리를 낸다. 그냥 멍멍 짖는 게 아니라,
"우우 우웅 우웅아아우웅." 옹알이를 한다. 귀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다.
"네가 못 먹는 거야, 찰리야."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다. 결국 찰리 입맛에 맞춘 간식을 챙겨준다. 사과, 고구마, 단호박, 요구르트 스틱, 황태껌…. 그래야 내가 조용히 밥을 먹을 수 있다. 가끔 간식을 주지 않으면 내가 다 먹을 때까지 끊임없이 소리를 낸다.
전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대체 어디서 무슨 맛을 본 걸까, 찰리야?
찰리는 길거리에 떨어진 걸 잘 주워 먹는다. 이게 보통 사건이 아니다. 혹시라도 이상한 걸 주워 먹고 탈이라도 날까 봐 늘 조마조마하다. 오늘 아침 산책에서도 무언가를 씹어 먹었다. 그리고 지난번 저녁 산책에선 피자를 먹을 뻔했다. 그날, 나는 퇴근 후 치즈피자를 저녁으로 먹었다. 그때도 찰리는 한 입만 달라며 난리를 쳤다. 하지만 절대 줄 수 없었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찰리와 산책을 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녀석이 미친 듯이 흥분해서 앞으로 돌진하더니, 뭔가를 냅다 주워 먹었다.
"찰리야! 뭐야! 당장 뱉어!"
급히 찰리의 입을 벌렸다. 이 사이로 피자 조각이 보였다. 기절하는 줄 알았다. 아까 그렇게 먹고 싶어 하던 피자를 결국 입에 넣은 거다.
…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왜 길거리에 피자가 떨어져 있지?
황당하면서도 소름 끼쳤다. 다행히 찰리는 내 외침에 바로 반응해 씹지도 않고 뱉었지만(사실 내가 강제로 꺼냈지만), 그 짭짤한 치즈 맛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찰리에게 간이 된 음식은 절대 주지 않는다. 몸에 안 좋으니까. 하지만 녀석은 집에서도 내가 밥을 먹을 때마다 한 입을 노린다.
'뱉어' 훈련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더 걱정이다.
어느 날은 떡을 먹고 있는데, 찰리가 그 떡을 먹겠다고 입을 날름거렸다.
"안 돼!"
단호하게 말하자, 잔뜩 주눅이 들면서도 계속 나를 귀찮게 했다. 겁이 많아 쉽게 덤벼들지는 않지만, 끈질기게 졸라대는 건 여전하다.
하루빨리 '뱉어' 훈련을 성공하고 싶다. 알아듣는 말이 많은데, 유독 '뱉어'만 못 들은 척하는 걸까?
찰리야, 이건 다 네 건강을 위해서야.
제발 좀 참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