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7

by 찰리누나

나는 찰리랑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언제부턴가 찰리와 함께 ‘인생네컷’ 스타일의 포토 부스에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처음에 찰리는 뚱한 표정으로 있었지만 반복학습 됐는지 이제는 카메라를 향해 활짝 웃는다. 얼마 전 국제강아지의 날을 기념해 ‘인생네컷’에서 강아지 캐릭터 뮤즈를 찾는 이벤트를 인스타그램에서 열었다. 나도 지원했고 결과적으로 찰리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교환권을 얻었다. 갈색 푸들의 캐릭터는 찰리의 사진을 참고해 탄생했다. 물론 매우 많은 이가 신청했을 거라 찰리만 뮤즈가 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캐릭터 탄생에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다.


그렇게 얻은 교환권으로, 강아지의 날을 핑계 삼아 찰리와 함께 집을 나섰다. 3월인데도 한여름처럼 더웠다. 내가 사는 동네는 주말에 많은 이가 찾는다. 찰리와 그곳을 지나가니 데이트를 하던 남녀가 한 번씩 쳐다보며 찰리에게 눈인사를 했다. 찰리는 길에서도 인싸였다.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본인도 인기를 즐기는 듯했다. 20분 정도 걷고 ‘인생네컷’ 포토 부스에 도착했다. 땀이 날 정도로 빠르게 걸어서 내부 공기가 덥다고 느껴졌다. 교환권을 입력하고 추가금액을 결제한 뒤 찰리와 8컷 넘게 사진을 찍었다. 프레임에 잘 어울리는 포즈로, 찰리가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심사숙고한뒤 4컷을 골랐다. 아 귀여워


사실 하루 전 친구들과도 같은 프레임에 사진을 찍었었다. 그러나 찰리가 없으니 왠지 허전해. 강아지의 날이라며 합리화를 하고 한 번 더 찍으러 간 것이다. 사진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프로필 사진을 바꾸고 인스타그램 스토리와 피드에 업로드했다. 이 귀여운 사진을 나만 볼 수는 없으니깐. (희한하게 찰리는 내가 안고 있을 때 유난히 더 커 보인다. 그렇게 큰 것 같지는 않은데.)





찰리는 은근 표정이 다양하다. 애교 부릴 때, 무언가 바라는 게 있을 때, 귀찮을 때, 화날 때, 슬플 때 등 가지각색이다. 강아지를 키우기 전에는 몰랐던 섬세한 차이들이다. 흔히 견주가 ‘우리 애가 지금 삐져서 그래요’라고 말을 하면 예전 같으면 속으로 ‘어떻게 알아요 그걸’ 이랬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한다. 정말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말만 못 할 뿐, 거의 아기와 다름없다. 찰리는 멍충미가 있어서 영악하게 굴지는 못하지만 나는 가끔 흠칫한다.

표정도 다양하지만 소리 내는 법도 다양하다. 놀자고 할 때, 원하는 게 있을 때, 화났을 때… 특히 내가 자신을 두고 외출할 때의 짖음은 더욱 우렁차다. 굵고 낮은 톤으로 반복해서 짖으며 강한 의사를 표현한다. 기분이 좋으면 하이톤으로 짖고. 신기하다. 소리로 행동으로 자신의 기분과 상태를 표현한다. 같이 살다 보니 강아지 언어를 이해하고 있다.


안양천 반려견 쉼터에 가면 다양한 강아지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가끔 찰리에게 놀자고 치대는 애들이 있는데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강아지면 하이톤의 목소리로 '나를 귀찮게 하지 마'라며 왈왈 짖는다. 진짜 싫어서 짖는 소리는 아니다. 확연히 다르다. 데시벨도 다르다. 자신이 무서울 때 내는 소리는 집에 초인종이 울렸을 때 들을 수 있다. 아무래도 자신이 집을 지켜야 한다는 착각에 빠져있다. 큰 소리가 나면 왈왈 짖고 우우 우우웅 하면서 '무서워'라는 목소리를 내며 내게 달려온다. 세나개와 강형욱 유튜브를 많이 본 게 도움이 되는 것 같은데 착각이 아니길 바란다.


앞집에 살던 사람들이 이사 가고 새로운 가족이 이사를 왔다. 역시 찰리는 자신이 맡아보지 않은 냄새가 나면 미친 듯이 짖는다. 그래서 내가 억지로 몇 번이고 문을 활짝 열고 나가 앞집 가족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 찰리와 인사했다. 예상대로 처음 몇 달은 찰리가 미친 듯이 짖어 나도 괴롭고, 앞집에 미안하고 마음이 불편했다. 그런데 또 반복학습되어서일까. 찰리는 앞집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해도 더 이상 짖지 않는다. 익숙해져서일까. 정말 다행이다. 찰리는 생각보다 똑똑했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