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찰리와 떨어져 지낸 3일
오랜만에 엄마와 함께 일본 여행을 가기로 했다. (찰리를 입양한 이후 여행은 처음이다.)
아빠가 찰리를 돌봐주기로 해서 가능했던 일이다.
아침 8시 20분 비행기였기 때문에 전날 공항과 가까운 엄마집에서 자기로 했다. 그러려면 찰리가 3박 4일 지낼 동안 필요한 모든 물품도 챙겨야 했다.
나의 짐을 싸는 건 뒷전이고 찰리 짐부터 챙겼다.
하우스, 방석, 장난감, 산책용품, 사료, 간식 등 여러 가지를 챙기고 보니 정말 한 짐이었다.
아빠에게 찰리 산책 나가는 시간, 약 바르는 방법, 간식과 사료는 얼마큼 급여해야 하는지 등 찰리를 돌볼 때 필요한 모든 정보를 공유했다. 브리핑을 마쳤더니 엄마와 아빠는 '이건 뭐 아이 1명 키우는 거랑 똑같네'라고 대답했다. 맞다. 개육아는 보통일이 아니다. (반려동물은 엄청난 고민 끝에 입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빠에게 찰리를 맡기면서 처음에는 울컥했는데 한편으로는 육아에서 해방된 것 같아? 그냥 감사하기로 했다.
일본에 도착해서도 틈틈이 아빠에게 연락해 찰리의 안부를 물었다. 아빠가 보내준 사진과 영상 속에서 찰리는 정말 해맑아 보였고 잘 지내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니 걱정이 모두 사라졌다. 특히 매일 걷는 우리 동네 산책길이 아닌 새로운 동네는 찰리에게 미지의 세계였을 것이다. 그곳에서 열심히 산책하고 냄새 맡고 공놀이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볼 수 있었다.
그래도 매일밤 영상통화를 걸어 아빠에게 이것저것 물었다. 첫날에는 찰리가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는 것 같았는데 그날밤이 지나고는 전혀 그런 모습이 없었다고 한다. ㅎㅎㅎ
다행이다. 잘 적응한 찰리의 소식을 들으니 호텔에 맡겼으면 너무 불안했을 것 같은데 아빠는 정말 든든한 지원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중에도 찰리의 선물은 빠트리지 않았다. 장난감, 트릿백, 리쉬, 배변봉투 등 반려동물 용품 앞에서 이것저것 주워 담아 계산했다. 특히 이번 여행 때 제일 사고 싶었던 게 트릿백(간식가방)이다. 실리콘 재질로 된 스몰사이즈 지퍼백으로 여행 오기 전부터 네이버 블로그, 유튜브로 서치 했다. 그러나 어느 매장에서도 똑같은 제품을 찾을 수 없었고 결국 산리오 실리콘 동전가방으로 합의를 봤다.(비슷한 제품은 한국에서도 팔고 있다...)
물론 고마운 아빠의 선물도 당연히 준비했다. 귀마개, 장갑, 따뜻한 바지, 달달구리 일본 간식까지. 엄마와 함께 열심히 아빠의 선물을 골랐다.
드디어 디데이. 한국 도착시간은 오후 6시 30분이었다. 공항에 도착해 짐을 찾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현관문 앞에 다가가 카메라를 켰다. 영상으로 찰리의 리액션을 보기 위함이었다. 찰리는 벌써 우리의 발자국 소리를 들었는지 '왈왈'짖고 있었다. 엄마가 문을 열었고 역시나 꼬리펠러와 함께 엄청나게 반기는 찰리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인아 왜 이제 왔어!!!!' '걱정했잖아!!!!' '보고 싶었어!!!!!' '이건 어디서 묻혀온 냄새야!!' 같은 의미를 담은 소리를 내며 열심히 엄마와 나를 반겼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찰리의 상태는 아주 좋았다. 굉장히 꼬질꼬질해져 있을 줄 알았는데 매우 멀끔했고 나랑 헤어지기 전에 다리에 있던 상처도 아빠의 보살핌으로 거의 다 나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다 같이 저녁을 먹으며 그동안의 근황을 공유했다. 엄마랑 나는 일본에서 인상 깊었던 일들을 이야기했고 아빠는 찰리와의 일상을 공유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찰리는 오히려 나랑 있을 때 보다도 잘 지낸 것 같았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산책을 나가고, 간식을 먹고 잠을 잤다. 요즘 락토프리 우유, 오리간식, 황태껌 이렇게 세 가지를 먹고 있는데 아빠가 아주 기가 막힌 타이밍에 딱딱 급여했다. (나도 일상에 적용시키려고 한다)
반려동물 보호자로서 내 생에 여행은 다시는 없을 줄 알았는데 아빠가 있어 다음 여행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캐리어에서 찰리 선물을 꺼내자 자기 꺼라는 걸 아는지 바로 달려와 택도 뜯지 않은 공과 인형을 가져갔다. 그리고 신나게 가지고 노는 찰리를 볼 수 있었다. 처음으로 이렇게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는데 잘 지낸 찰리의 모습을 보니 기뻤다.
그날 밤 오랜만에 찰리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집에 온 찰리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아닌 것 같기도...)
”찰리야! 아빠랑 잘 지내고 있어 줘서 고마워! 덕분에 누나는 엄마랑 여행 잘 다녀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