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안에 생각들이 쌓여 하나의 덩어리가 된 채
삶을 짓누를 때면, 엉키고 설킨 것들을 풀기 위해
자연을 만났다.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때 내게 필요했던 것은 어떤 말이 아니라, 창을 열고
답답했던 마음에 스며드는 바람을 느끼며
그저 함께 바라봐 주는 조용한 곁이었을 것이다.
일정한 간격으로 서 있는 나무들과
그 아래 작게 피어난 들풀을 바라보며,
그림자가 되었다가, 떨어진 잎이 되었다가,
가만히 앉아 축축한 숨과 부서지는 햇빛을 받으며
숲의 일부로 걸어가다 보면
나 또한,
자연이 이끌어가는 생명이라는 것을
조용히 알게 되었다.
그렇게 자연 속에 머무는 시간은 눈으로,
마음으로 스며들어 일상으로 이어졌다.
평온함 속에서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을 닮아
주어진 것들을 찬찬히 바라보고
느끼며 살아가는 일.
그것이 걷는 일이었고, 매일의 산책이었다.
걸어온 시간들을 돌아보면
견디고 버티던 시간 속에서도
나를 살아 있게 하던 중심에는
작은 나무 하나가 자라고 있었던 것 같다.
큰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쓰러지지 않고
아주 조금씩 자라나던 나무.
행복한 날들에는
가지가 활짝 뻗어나가
한가득 삶을 안아보려 했고,
괴롭던 날들에는 깊게 뿌리를 내린 채
그 자리에 남아 조용히 버텨내고 있었다.
길을 걸을 때면 그 위로 바람이 스치고,
빛이 내려앉으며 다시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던 날들.
그 시간들 나를 흘려보내고, 다시 이어지게 하며
하나의 숲으로 자라나게 했다. 멀리 떠나야만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지나고 있는 하루 속에서도 삶은 여러 갈래의 길로 이어져 있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은 날에도,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 것 같은 시간에도,
잠시 멈춰 서서 바람을 느끼고 빛을 바라보는 순간이면 그곳에서 다시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흘려보내고, 비워내고,
다시 숨을 고르는 시간.
어쩌면 우리에게는
그 시간이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천천히 길을 걷는 동안
마음 안에 피어난 문장 하나가
표지판처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용히 알려주면 그 앞에 잠시 멈춰서
삶을 읽고, 머물고, 다시 걸어갔다.
삶을 일구고
저마다의 숲을 키워가는 방식은 다르겠지만,
이 글이 지나치지 않고 잠시 머물러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지금 어떤 길 위에 서 있든,
그곳에서 마주하는 장면을
너무 서두르지 않고 조용히 바라볼 수 있기를.
그리고 그 순간들이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주기를.
우리가 걸어온 길들은
결국 하나로 이어질 것이다.
나라는 나무가 빽빽이 심어진
내가 일구어가는 숲으로.
삶도,
산책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