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을 헤아리고자 많은 시간을 일상과 길 위에서 애쓰며 살았다.
밝은 낮의 온기와 생명으로 자라나다 밤이면 낮과는 전혀 다른 생경한 모습으로 고요히 잠들어 있는 나무처럼, 불 꺼진 방 안에서 내리 잠을 자던 날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겨우 눈이 떠질 때면 더듬더듬 벽을 짚어 불 꺼진 채로 냉장고를 열어 물 한 모금을 넘기고 화장실을 갔다 다시 까무룩 잠이 들었고, 그러다 커튼 사이로 새어드는 빛이 자꾸만 눈치 없이 굴 때면 도저히 견딜 수 없다는 마음이 들어 무작정 밖으로 나섰다.
그렇게 길을 나와 도착한 곳은 언제나 집에서 한 블록 너머 3분 남짓의 버스정류장. 건너편에 큰 나무가 불투명한 창을 가린 채 늠름히 서있는데 버스 정류장 의자에 앉아 그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곤 했다.
그 찬란함에 기대어 조금 더 살아보고 싶다는 듯이.
묵직한 것이 가슴을 짓이길 때면 쓰러진 나무들 위로 간신히 버티고 서있는 겨울나무의 가지 위로 아주 작은 싹이 피어있던 어느 날의 장면을 떠올리면서, '나도 자연의 일부니까. 움트기 위해 꺼져가는 마음에도 기대어 살아가다 보면 봄이 오겠지'라는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서곤 했다.
지금의 시간도 그저 싹을 틔우고 마음껏 피어나 찬란했다가 익어가고 저물고 다시 피어날 준비를 하는 계절의 한 순간이니까.
'다시 피어나기 위해 제대로 저물어 주겠다'는 마음으로 일어서서 잔뜩 밥을 먹고 씻고 다시 힘을 내면서 나의 계절도 흘러갔다.
어쩌면 한 줌의 숨과 약간의 바람과 빛의 온기를 품고 길을 따라 헤매는 일은 길을 찾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길을 걸으며 숲 안으로 끝없이 파고들다 보면 어느새 어디로 가고 싶은지 어디쯤에 왔는지 상관없이 그저 길 위에 모든 것들을 세세히 바라보며 발길이 닿는 대로 걷게 된다.
그때서야 커다란 삶 속에 속해있다는 기분이, 살아있다는 마음이 들었다.
가득한 빛을 온몸으로 지고 있는 큰 나무 아래 잠시 앉아 숨을 고르자, 불어오는 바람과 앉아있는 바위에 차가운 촉감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헤매다가도, 길을 잃다가도 결국 당도하게 되는 지점. 그것이 내가 만나고자 했던 숲이었고 삶이었고 뿌리내리고 싶은 자리였다.
숲을 거니는 일은 삶을 거니는 일.
나에게로 돌아오기 위해 걷고 또 걸었던 길 위에서 계절을, 사람을, 삶을 만났다.
삶을 잃지 않기 위해서, 살아가고 싶어서 나는 걷는 사람으로 살기로 했다.
우리는 스스로를 일구는 나무이자 든든한 숲이 되어줄 하나의 길이고, 그 길을 거니는 유일한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