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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립스틱 Dec 22. 2022

사치와 힐링의 사이


 무엇을 할 때 행복을 느끼는가? 나는 따듯한 카페라테를 마시며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남편은 이런 나를 보고 부자병에 걸렸다고 놀리듯 말하곤 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누가 뭐라 해도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하고 좋은 것을. 사치와 힐링의 사이. 일주일에 한두 번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게 행복하다고 하면, 누군가는 팔자 좋은 소리, 사치라 여길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힐링의 시간이라 공감할 것이다.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리 보이는 게 아닐까? 김밥이나 사발면으로 끼니를 때우더라도 카페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간지나게 마셔줘야 행복하다면 누군가에겐 그런 삶이 진리요, 정답이라 생각한다.     

 

 오전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가끔 가던 예쁜 카페 앞에 멈춰 섰다. 점심도 못 먹어 배 속은 비었지만 밥보다도 커피 한 잔에 행복해하며 나만의 자유를 누리고 싶었다.

"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오셨네요." 밝고 친절한 사장님이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맞이해 준다. 카페 창가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펼쳤다. 연해 작가님이 준 그녀의 책. <나는 매일 살생부를 기록한다.> , <피의 복수>, <살려줘>  

   


 퇴사한 후 뭘 해서 먹고살까 고민이 많아 ○○○의 성공의 법칙, ~하는 법 등의 자기 계발 책만 읽어댔다. 하지만 오늘은 감정을 촉촉이 적셔줄 에세이와 소설을 읽고 싶어 그녀의 책을 꺼내 들었다. 창밖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카페라테 한잔에 나만의 낭만을 즐긴다. 이 책에 '낭만'과 '개 멋'의 차이가 쓰여 있다. 작가라는 얘기를 들을 때 사람들은 '낭만'을 얘기한다고 한다. "개멋이에요" 자신의 낭만을 수줍게 돌려 말하는 연해 작가님의 위트가 돋보이는 글이다. 향긋한 커피와 감미로운 음악, 연해 작가님의 소설, 그리고 나의 끄적거림이 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시간이 지나 바쁜 점심시간이 되었다. 손님이 많아진다. 음악은 주변의 여러 수다에 섞여 소음이 되었고 나의 낭만이 금 가고 있었다. 빈 이어폰을 귀에 꽂고 저들과 나를 단절시킨다.     


 나는 무엇이 될까? 나이가 들어도 늘 하는 고민이다. 아마 죽을 때까지 이 고민과 작별하기란 쉽지 않을 듯싶다. 글을 써서 무엇을 하고 어디에 써먹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명확히 아는 한 가지, ‘글은 사람을 치료한다 . 글은 읽는 자에게도, 쓰는 자에게도 위로를 준다. 글을 쓰면서 감정이 정리되었, 나를 객관적으로 보게 될 때도 많았다. 오늘도 아이를 키우는 게 생각 같지 않고 힘들어, 낙심되고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하루였다. 왜 나는 안될까? 다른 엄마들은 착하게 똑똑하게 잘도 키우더구먼. 왜 나는 이렇게 힘든 걸까? 부모의 권위, 말의 힘! 노력하면 할수록 너무 어렵고 자꾸 내게서 멀리 달아나는 것 같아 속상하다. 나는 한바탕 이 감정들을 종이에 쏟아내었다. 어떤 날은 욕을, 어떤 날은 원망을, 어떤 날은 투정을 쏟아낸다. 감정을 쏟아낸 얼룩투성이 종이를 훑어볼 때면 부끄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누가 볼까 겁날 때도 있다. 그러나 여러 장의 글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마지막 끝이 거의 같은 것이다. "변할 수 있어." "나는 할 수 있어." " 그럼에도 감사해." 울컥한다. ‘애쓰고 있구나. 나름 치열하게 살고 있어.’ 카페에서 주책맞게 눈물이 나온다. 왼쪽 45도 방향, 수다 떠는 두 여성분 몰래 눈물을 훔친다. 눈물이 많아졌다. 아! 늙었나 보다.     


 아이를 데리러 갈 시간이 되어 자리를 정리한다. 나의 낭만도 정리된다. "자! 이제 무도회는 끝났어. 재투성이 신데렐라로 돌아갈 시간이야. 하지만 걱정 마. 조만간 너의 모든 삶이 낭만적으로 변할 테니까."

오늘도 소망해 본다. 육아의 고수가 되어 자녀 양육의 삶을 평정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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