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영작가 Mar 01. 2024

이름 없는 꽃들이 아름다운 이유

자유로운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름이 없어 편견을 가지고 상상을 할 이유 없고, 더 많은 것들을 담아보려 나아가는 자유로운 꽃들.

나의 주변에는 본인의 명확한 이름을 단정 짓지 않고 여행하는 많은 이들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을 이름이 없는 자유로운 꽃 같다 생각한다. 물론 화분 속에 들어가 주기적으로 수분보충과 인공햇살을 받으며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일생도 가능하겠지만, 아침의 햇살을 맛보고, 오후의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흔들려보기도 하며, 비를 동반한 폭풍우를 만나 힘들 때도 있겠지만 자유로움이라는 달달한 기억을 안고 꽃 피움에 한계를 두지 않고 살아가는 일생을 추구하는 그런 꽃들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이름을 찾아 여행하는 것보다 애초에 본인의 이름을 단정 짓고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본인의 꿈과 상관없이 대중들에게 인정받는 회사의 이름을 달려고 하기도, 본인의 진정성 있는 직업 만족도와 상관없는 보여주기식 타이틀을 이름으로 달려하기도 한다. 이런 꽃들에게 늘 편견 안에 갇히지 말고, 진정으로 본인이 사랑하고 하고 싶은 일들에 자유로이 상상하고 날아보면서 자유를 느껴보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만나 이야기 담는 포장마차에 갑갑한 직장얘기, 월급얘기가 아니라 본인이 추구하고 하는 일들에 대한 자랑과 고민이 가득 차길 바라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하고 싶은 일들의 꿈을 품고 살아오지 않았던가.



뒷동산에 올라보면 이름 없는 꽃들이 많다. 많은 꽃들이 스스로 이름을 지을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름을 붙인다. 꼭 이름을 붙일 필요가 있을까. 내가 어떤 꽃에 사랑을 느낄 때, 그 꽃의 이름을 모르면 어떠하랴. 그 꽃에 대해 사랑할 만한 게 없다면 이름을 지을 필요조차 없겠으나, 그 꽃에 사랑할 만한 게 있어 그 사랑을 느꼈다면 구태여 이름을 지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여암 신경준(1712∼1781)의 ‘순창의 꽃들에 대한 기록’(淳園花卉雜說, ‘여암유고’에서)


이름이란 결국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분류하기 위해 만들어낸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우리의 감정과 상상의 결단선을 결정짓는 것은 결코 그 이름이 아니라 생각한다. 이름 없이도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을 인식하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우리가 처한 환경이 아름다움을 찾아 상상을 마음껏 펼치기에는 다소 거리가 멀게 느껴질 수 있다. 사회가 고물가, 고금리, 저출산을 비롯하여 안 좋은 방향으로 급변하고 있음이 사실이다. 빠르게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기에 바쁜 우리는 다소 방황하고 공허함에 갇혀 자유로움이라는 달달한 기억을 잊고 살아간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는 이름 없이도 그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있었던 아름다운 꽃들이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누구나 자신의 진짜 이름을, 살아가는데 진정한 의미를, 있는 그대로의 나의 이름을 찾을 수 있다는 것도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꿈을 책임 질 용기 있는 삶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