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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과 쯔가루

다자이의 두 얼굴

by 미꾸라지

다자이 오사무 하면 인간실격이라는 책이 먼저 언급된다. 그것도 그의 삶을 투영한 자서전 같은 소설로 소개된다. 최근 한 문학 출판사의 세계 문학작품 중에서는 인간실격이 네 번째로 100쇄를 돌파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다자이 오사무 하면 인간실격이다. 그리고 인간실격은 왠지 방탕하고, 우울하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따라붙으므로 그런 이미지가 다자이의 이미지가 된 것처럼 보인다. 다자이 오사무가 인간실격을 통해 모두에게 하고싶었던 얘기가 무었이었는지는 문학 전문가도 평론가도 아닌 필자야 아직 모르겠지만 분명 메시지가 있을 것이다.

긴자 바의 다자이(출처: 위키피디아)


아무튼 필자가 아는 많은 사람들은 쯔가루를 읽다보면 자기가 알던 다자이 오사무와 다른 다자이가 나온다고 한다. 아오모리 경찰서에 근무하는 한 지인에게 술자리에서 쯔가루를 아는지, 읽어봤는지 물어봤다. 들어는 봤지만 읽어보진 않았다고 한다.


쯔가루는 다자이가 고향을 돌아보며 쓴 기행문 같은 소설인데, 내용이 흥미롭고 인간실격과 전혀 다른 다자이의 모습이 담겨있다고 얘기해줬다. 그 경찰은 다음에 만났을 때 쯔가루를 읽어보았다고, 의외로 재미있었다고 고마워 한다. 그리고 다자이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었다며 기뻐했다. 그래서 필자가 다음날 경찰관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어제 만났을 때 쯔가루를 읽고 다자이 오사무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었다고 했는데, 혹시 쯔가루를 읽은 전후로 다자이에 대한 이미지가 어떻게 변했는지 키워드나 간단한 문장으로 말씀 주실 수 있을까요?


다음과 같은 답이 왔다.


읽기 전 다자이에 대한 이미지: 당시 시대 배경때문에 금기시됐던 인간의 욕망을 스스로 체험하고 실행하는 것으로 인기를 얻으려고 했던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인간실격을 보고 제가 느꼈던 건 다자이는 목숨을 걸고 집필하고자 하였으며, 우정이나 가족조차도 글 소재로 사용하는, 그런 좀 부조리한 사람이라고 느꼈습니다.


읽고 난 후 다자이에 대한 이미지: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행이 테마였기에 인간실격의 이미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는데, '우정', '가족'과 같은 인간미 넘치는 부분은 적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실제는 전혀 반대였습니다. 동경으로 가기 전에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가졌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다자이 오사무는 인간미 넘치는 사람인데, 인간 실격에서는 욕망을 인내해야 하는 사회에서, 집필을 위해 자신의 (부정적인) 모습을 묘사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 인간 실격의 다자이에 대한 이미지가 변했습니다.

다자이의 고등학교 졸업사진(출처: 위키피디아)


다자이 오사무는 어떤 사람일까? 다자이 전문가도 문학 전문가도 아니라서 뭐라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대중에게는 인간실격의 주인공의 이미지가 강한 것 같다. 나약하고, 즉흥적이고, 때로는 방탕하고, 무기력하고, 인간미도 부족한 그런 사람으로 비치는 게 아닐까. 그렇지만 쯔가루에는 또 다른 다자이가 등장한다.

쯔가루_04.jpg 다자이 오사무의 쯔가루 여행에 기반한 소설책 쯔가루



그가 떠난지 100년이 훨씬 지난 지금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기 쉽지는 않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인간실격의 주인공으로 기억하기에는 부족한 게 있다. 위의 쯔가루 읽기 전후의 다자이 이미지에 대해 의견을 준 지인도 다자이뿐만 아니라 문학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다. 필자와 비슷한 수준일 것이다. 이런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실격과 쯔가루에 나오는 다자이는 너무 다른 느낌이다. 그가 쓴 기행문 같은 소설 쯔가루를 읽으면 다자이의 새로운 모습, 그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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