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스와 보리스]를 읽고
오래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었을 때 새로운 걸 느낄 수 있다면,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을 알아채고 감탄한다면 얼마나 큰 행운일까. 월리엄 스타이그가 쓴 그림책 [아모스와 보리스]를 최근에 다시 읽고 나서 소중한 인연을 만나 결국 헤어지더라도 잊지 못할 추억과 사랑을 가슴에 간직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
바다를 동경하던 아모스가 항해를 시작해 풍랑을 만나 죽을 고비에 이르렀을 때 보리스를 만난다. 보리스가 바다에 빠진 아모스를 구해 집에 데려다주는 동안 쌓은 둘의 믿음과 우정은 밤하늘에 아름답게 빛나는 별과도 같다.
“보리스는 아모스의 가냘픔과 떨리는 듯한 섬세함, 가벼운 촉감, 작은 목소리, 보석처럼 빛나는 모습에 감동했지. 아모스는 보리스의 거대한 몸집과 위엄, 힘, 의지, 굵은 목소리, 끝없는 친절에 감동했고, 아모스와 보리스는 가장 친한 친구 사이가 되었어.”
“ 우리가 영원히 친구로 남게 된다면 좋겠다. 우린 영원히 친구가 될 수는 있지만 함께 있을 수는 없어. 그래도 난 절대로 널 잊지 않을 거야.”
“너도 내가 널 절대로 잊지 않으리란 걸 알 거야. 내 목숨을 구해 준 네게 늘 감사할 거고, 그리고 네가 도움을 필요로 할 때면, 난 기쁜 마음으로 널 도울 거라는 걸 잊지 마.”
아모스와 보리스가 헤어지며 나눈 대화는 충분히 서로를 사랑하고 이해하는 사이에서 나눌만한 이별이다. 아름다운 이별을 한 아모스와 보리스가 다시 만날 일이 있을까? 게다가 고래 보리스를 작은 생쥐인 아모스가 도울 일이 있을까? 하지만 세상일이란 정말 알 수 없는 거다. 백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사나운 허리케인이 왔을 때 보리스는 뜻하지 않게 아모스가 사는 해변으로 밀려왔다. 허리케인이 물러가고 나서 해변에 누운 채 점점 몸이 말라가던 보리스 앞에 아모스가 나타났으니 둘의 인연은 정말 특별하다고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아모스 친구인 코끼리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바다로 돌아갈 수 있었던 보리스는 눈물을 흘리며 아모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다시 한번 이별을 한다.
“안녕 보리스”
“안녕 아모스”
아모스와 보리스는 서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서로를 절대로 잊지 않으리란 것도 알고 있다.
잠시 잠깐 혹은 한 시절을 같이 한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며 사는 게 인생일 텐데 그때마다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이유로 헤어짐을 소홀히 하거나 혹은 너무 슬퍼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았다. 얼마 전 일 년 반 동안 함께 일한 동료와 헤어질 때, 그동안 서로에게 짐이 되기도, 의지가 되기도 했을 텐데 다시 만날 일이 없으리라는 것을 알지만 그동안 함께 지낸 시간들은 잊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마지막 인사는 짧지만 따뜻하게 나눴다. 그동안 인연을 맺었던 여러 사람들도 떠올랐다. 그들과 헤어질 때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별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안타깝지만 만남을 잊지 않고 있다면 그것으로 괜찮은 것은 아닐는지.
[아모스와 보리스]는 처음 읽었을 때 느끼지 못했던 만남과 헤어짐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해 주었다. 다른 책도 그렇겠지만 그림책은 여러 해를 두고 읽어도 그때마다 다른 것을 느끼게 해 준다는 점이 좋다. 몇 해 지나 [아모스와 보리스]를 읽는다면 또 어떤 것을 새롭게 느끼게 될지 벌써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