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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 Sep 17. 2023

오늘의 딥블루

 

흔히 알고 있는 단어로는

'메리지 블루', '코로나 블루'인데


두 단어 모두 어떤 상황 전, 후에

느끼는 우울감이나 불안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병적으로 심각한 수준의

우울증은 아니라고 하지만

인간의 심리는 복잡하고도 명확한 답이 없기에


누군가에게는 잠시 스치는 계절 감기더라도

또 다른 누군가에겐 숨을 쉬며 살아있는 것 만으로

힘든 상태 일 수 있다는 것이다.




'Blue'라는 단어 또한 파란, 푸른, 새파래진 등

색채적인 의미가 있는 반면

또 다른 해석인 '우울한'의 뜻도 있다.


동의어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depressed'.


단순히 알파벳 5개 줄이자고

blue를 사용하게 된 걸까?


Feel blue.(울적하다, 우울하다)의 뜻으로

미드나 영화를 통해서 종종 듣기도 했다.


2015년 디즈니에서 만들어진

'인사이드아웃'에서도

주인공 라일리의 감정을 5가지로 캐릭터화해서

각 캐릭터마다의 색감이 주는 느낌으로도

어떤 감정인지 대략 유추할 수 있을 정도다.


영화 속 '슬픔'은 그야말로 어떤 상황에서든

슬금 나타나 슬픈 감정을 느끼게 하고

기뻤던 기억의 구슬에 손을 대면


그 기뻤던 순간이 지나가고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에

주인공은 슬픔이란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파란색 구슬이 된다.




요즘 내 기분은 딥블루다.


큰 사건들이 발생하며 더 강조된

'deep'이 붙어버렸지만

슬퍼해야 할 일에 슬퍼하는 나를

인정하지 않고 억누른 탓이 크다.


행복한 일과 기쁜 일들은 다 잊히고

머릿속이 온통 'deep blue'인 셈이다.


마치 영화 속 '슬픔'이 나의 기억의 구슬들에

손을 가져다 댄 것 마냥.


상황은 언제나 바뀔 수 있고 나빠질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항상 자연스럽게 슬퍼하지 못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사회 안에서 기능하는 사람이고 싶었고

마음먹기에 달린 거라 생각하며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거나

잊어버리려 일에 더 몰두했다.


그 시간을 보내며 나는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사실

영원한 행복도, 영원한 슬픔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며칠 전, 혹은 몇 년 전엔 죽을 것같이 힘들었던 일도

과거가 되고 지나가기 마련이다.


그저 이 순간도 그렇게 지나가길 기다리며 버틸 뿐..


슬픔을 슬픔으로 인정하고

내 감정들을 알아가고 다듬어가는 것이

성숙해지는 과정이자 유일한 버팀목이다.


누군가를 탓하거나 위로를 바라지 않는다.

이 슬픔도 온전히 내 것 이기에,


불청객이라 여겼던 '우울'에게

마음자리 하나 내주었다.


인사도 없이 떠나고

다시 말없이 찾아 온대도

자연스럽게 자리를 내주어야지.


오늘의 딥블루, 잘 버텨내 보자.

얼마나 걸릴 진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끝이 오겠지.


그래서 외롭다.

홀로 버텨내기가 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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