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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플라 Oct 31. 2023

아무 말이든 글을 쓰는 이유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한 동안 달리다가 말을 멈춰 세운 다음 달려온 길을 되돌아보며 자신의 영혼을 기다린다'라고 한다. 이 말에서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지혜를 알 수 있다. 삶의 방향에 대해 점검하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맹목적으로 속력을 내다가 삶의 방향이 원하는 목표와 어긋나는 경우가 살다 보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소외되거나 뒤쳐질세라 이유불문하고 남들 꽁무니만 보며 열심히 달렸지만 결국에는 생각지도 못한 엉뚱한 지점에 이를 때가 있다. 그렇게 된 이유는 무엇을 위해 달리는지,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 왜 달리고 있는지를 가끔씩 멈추고 돌아보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뒤늦게 잘못되었다는 알아차렸을 때는 정말이지 대략 난감하다. 어떻게 해야 이런 일을 줄일 수 있을까? 


맑고 아름다운 가을, 독서의 계절이 되었다. 가을은 일 년 중 독서하기에 가장 좋은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이럴 때 독서에 더 집중해 보려고 책장에 있는 책들을 쭉 돌아보았다. 일단 책을 구입했지만 읽지 않은 책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제목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800페이지가 넘는 벽돌책, 300년 동안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두툼한 인문 고전책들이다. 


그런 책들이 내 곁에 있기만 하면 언제든 읽을 거라는 바람과 다르게 배달된 박스를 열고 설레는 마음으로 책 표지만 들춰보고서는 책꽂이에 꽂아놓은 채, 책의 존재조차 잊고 있었다. 어쩌면 일부러 책장 쪽으로 시선을 보내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지금에서야 내 수준에 맞는지에 관해 단 하루만 고민을 했어도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검은 연기처럼 뿌옇게 올라왔다. 


왜 그리 성급하게 읽지도 못할 책들을 샀을까? 나만 빼고 다른 사람들이 다 읽었을 거라는 오해, 남들이 읽었다면 나도 가능하다는 착각 때문이다. 어쩌면 자신을 돌아보지 않았을 때 커지는 끝이 없는 욕심 때문일 수도 있다. 혼자서 뒤쳐지기 싫은 근거 없는 경쟁심 때문인 것도 같다. 여하튼 나 자신을 돌아보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지금이라도 이렇게 글을 쓰며 알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가끔 바쁜 일상을 내려놓고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고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어느 시간에 어떤 방법으로 달리기를 멈추고 달려온 길을 돌아볼 것인지 고민해 보았다. 고민 끝에 선택한 방법은 글쓰기다. 의도적으로 짧게라도 글을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각이 정리된다는 것을 알았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하루, 혹은 일주일, 한 달을 쪽 돌아보면서 무엇을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의 또 다른 깨달음은 글쓰기가 해방감을 준다는 것이다. 머릿속 생각들을 글로 적어 내려 갈수록 머릿속에서 엉켜있던 생각들이 정리되고 가슴까지 시원해졌다. 글쓰기는 나의 고유한 삶의 이야기를 가지고 오는 영혼을 기다리는 의식인 것 같다. 글쓰기는 내 뜻대로 살아가는 방향을 찾는 과정이다. 글쓰기 과정에서 말을 달리는 자기만의 이유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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